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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문성길 이름 딴 록밴드…“은유 지겨워 일상 읊죠”

등록 2016-02-17 20:10

사진 <마이테이스티뮤직> 제공
사진 <마이테이스티뮤직> 제공
‘선길문’ 마크 코즐렉 인터뷰

지난해 이어 다음달 내한공연
열광적 권투팬…‘김득구’ 곡명도
“(미국) 몬타나 주의 부트에 있었다. 영화 촬영 현장이었다. 전투 장면을 찍다 갈비뼈에 금이 간 것 같다. 그곳은 아주 추웠다. 눈이 많이 왔다. 배우들은 좋았다. 어제 집에 도착했다.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 된다.”

선길문(Sun Kil Moon) 밴드의 마크 코즐렉은 ‘최근 며칠의 일’을 묘사해달라는 질문에 이런 답을 보내왔다. 3월5일 서울 공연을 앞둔 그가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지난달 22일 발표한, 저스틴 브로드릭(일렉트로닉 밴드 제스의 아티스트)과의 공동작업이자 선길문의 8번째 앨범 <제스/선길문>(Jesu/ Sun Kil Moon)의 타이틀곡 ‘아메리카즈 모스트 원티드 마크 코즐렉 앤드 존 딜린저’(America’s Most Wanted Mark Kozelek and John Dilinger)에서 그는 ‘최근 며칠의 일’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한다. 루이지애나 라파예트 극장 총격 사건을 전화로 듣고, 소녀로부터 과자를 빼앗아 먹고, 춤추는 사람들을 보고, 늦는 기타리스트를 기다린다. 하루에 40개의 팔굽혀펴기를 하고 150개의 윗몸일으키기를 한다.

선길문의 노래는 그런 식이다. 선길문이라는 특이한 밴드 이름은 ‘문성길’의 이름을 권투도감에서 보고 지었다. 코즐렉은 열광적인 권투 팬이다. 영어로는 ‘태양이 달을 죽인다’로 읽힌다. 2003년 첫 번째 앨범에는 ‘김득구’라는 곡도 있다. 14분짜리 대곡이다. 태풍이 몰아쳐오는 창밖을 바라보면서 홀로 죽은 김득구를 떠올리고 꿈에서 본 홀로 누워 있던 자신을 이야기한다.

일기를 쓰는 듯한 일상 묘사는 은유가 지겨워 찾아낸 그만의 방법론이다. “은유는 고통스럽고 재미없는 일이다. 당신이 10년, 15년간 은유를 한다고 해봐라. 그러면 이제 그만둘 때도 됐다. 어느날 공연 백스테이지에서 가사를 쓴 뒤, 이렇게 자연스러운데 왜 고쳐야 하지 싶더라. 그게 2010년 즈음의 일이다.” 그러니 언제 어디서나 가사를 쓸 수 있다. “머릿속에 가사를 쓴다. 과정에 대해 생각을 안 한다. 순간순간 영감을 받는다. 어느 상황이라도 시적인 면을 찾을 수 있다. 본능이다.”

작업이 빠를 수밖에 없다. 선길문은 지난해 3월15일 서울 공연 뒤 지난해 6월1일 <유니버설 테마즈>(Universal Themes) 앨범에 이어 최근 <제스/선길문> 앨범도 발표했다.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유스>에는 그의 곡 ‘실링 게이징’(Ceiling Gazing)이 메인 테마로 쓰였다. 오랜 친구인 영화제작자(하비 케이틀)와 지휘자(마이클 케인)가 보내는 휴가를 다룬 이 영화에서 수영장이나 목욕탕의 어른거리는 물과 ‘실링 게이징’의 커졌다 작아졌다하는 흐름이 어우려지며 인생을 반추하는 내용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낸다.

마크 코즐렉에겐 무엇이 노래가 될지 모른다. 서울 갈비집 풍경이 그려질지도 모른다. “한국은 미국 루이지애나 다음으로 세계 최고의 요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팬들과의 만남이 들어갈지도 모른다. <제스/선길문> 앨범의 두 곡에선 영국과 필리핀 팬이 보낸 편지를 그대로 읊고 있다. 다음달 서울 공연의 오프닝 무대에는 방준석과 백현진의 프로젝트 밴드 ‘방백’이 선다. 방백은 오랫동안 선길문의 팬이었다고 말한다. 선길문은 오랫동안 사랑해온 고 데이비드 보위의 ‘윈’을 부를 것 같다. 그가 어린시절 최초로 산 앨범에 실린 곡이다. 그는 여섯 번째 앨범 <벤지>에서 이 노래를 리메이크했다. 저녁 7시 예스24 무브홀, 인터파크 티켓 ticket.interpark.com, 1544-1555.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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