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버렛츠’. 사진 에그플랜트 제공
노래 만드는 여자 ⑤ 복고풍 걸그룹 ‘바버렛츠’
어쩌나, 자꾸 일이 커지네, 이를 어째. 처음에는 ‘미스터 샌드맨’이라는 노래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미스터 샌드맨’은 1950년대 미국의 사중창단 더 코데트(The Chordettes)의 노래다. 보컬리스트로 활동 중이던 안신애는 주변 노래 잘하는 사람들을 꼬셨다. 네 명 파트를 세 명(2012년 당시 안신애·박소희·김은혜, 현재는 김은혜가 개인 활동을 위해 빠지고 경선이 합류)이서 나눠 하다 보니 노래를 완성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프로젝트를 알고 있던 노영심씨가 초대한 공연을 시작으로 여기저기 불러다녔는데 반응이 심상찮았다. “보통 공연할 때랑 분위기가 참 다르더라고요.” 그 풍경을 노래한 것이 1집 <바버렛츠 소곡집 #1>(2014년)의 ‘가시내들’ 가사다. “조그만 가시내들이 모여서 노랠 부르면 온동네 청년들은 마음 설레어하네.” 1집에는 옛날 풍으로 새로 지은 노래 6곡과 발굴한 옛 노래가 함께 실렸다.
50~60년대 노래·패션으로 스타덤
영국 BBC·호주 공영TV도 찾아와
메가데스 출신 프리드먼 작업 제안 올해 2집…세계 공연뒤 전국투어
“작곡때 복원 넘어 요즘 생각 반영
화음 맞추며 50년대 여과지 거쳐” ‘온동네’는 ‘온 지구’였다. 바버렛츠의 동영상에는 “보고 싶다, 공연하러 와라”는 외국어 댓글들이 붙었다. 계획도 안 하고 있는데 세계 각국에서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영국, 캐나다, 미국, 홍콩, 프랑스, 얼마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를 다녀왔다. 영국에서는 <비비시>(BBC)가 취재를 왔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공영 티브이가 그들을 찾아와 만나고 갔다. 캐나다의 한 클럽에서는 스윙댄스 동호회 사람들이 참석해서는 한바탕 춤을 췄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케이팝 팬이 찾아와 “당신들이 원더걸스 이후 걸그룹으로서는 두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메탈밴드 메가데스의 전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먼(일본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에 출연하기도 함)은 메일을 보내서 음악 작업을 제안했다. “요즘 바버렛츠 노래밖에 안 듣고 있다. 커버곡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같이 작업해주겠나?” 결국 프리드먼은 비행기를 타고 들어와, 바버렛츠와 함께 24시간 내내 네 곡의 녹음 작업을 마치고는 떠났다. 안신애는 ‘고전의 힘’이란다. “‘반짝반짝 작은 별’ 등의 영원한 히트곡에는 규칙이 있어요. 그 규칙이 사람들을 집중시키고 기분 좋게 하죠. 사람의 본능, 서정적인 본능을 잘 깨운다고 할까. 전달 속도가 빨라요.” 바버렛츠가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것은 1950~60년대의 미국 여성들과 1920~30년대 조선 개화기 여성들이다. 1950~60년대 미국 노래뿐 아니라 한국의 초창기 노래들도 이들의 레이더망에 있다. 1집에서 이난영의 ‘봄맞이’(1934)를 리메이크했고,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을 위해 동명의 타이틀곡(1939·이난영)을 다시 불렀다. 지난해 김시스터즈의 김민자씨가 방문했을 때는 미미시스터즈와 함께 헌정공연을 했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이들은 2016년의 한국 여성들이다. 태미 와이넷의 ‘스탠 바이 유어 맨’을 부르며 끝부분 ‘당신 남자 곁을 지키라’는 노래 가사를 이렇게 바꾸었다. ‘저스트 리브 유어맨, 굿바이 유어맨.’(그냥 그 남자를 떠나시라) 새로운 곡을 만들 때도 비슷하다. “‘복원’한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려고 하면 잘 안 돼요. 요즘의 생각, 요즘 사람들의 느낌 대로 쓰고, 셋이서 화음을 맞추면서 1950년대의 ‘여과지’를 거치는 거죠.”(박소희) ‘재연’은 꽤나 힘든 일이다. “요즘은 물광피부, 그라데이션 같은 자연스러운 화장이잖아요. 옛날 사람들은 표나게 화장해요. 눈썹도 진하게, 아이라인도 진하게, 속눈썹도 화려하게, 입술은 빨갛게.” 화장하는 데만 두 시간씩 걸린다. 광장시장과 구제시장을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가시내들은 재밌다. 한 합동 공연에서는 ‘바버렛츠’(이발사 언니)라는 이름에 맞게 관객들을 대상으로 그 시대 스타일로 꾸며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자신이 입은 옷들과 액세서리를 파는 ‘구제쇼’도 봄이 오면 하고 싶다. ‘1950년대 풍’이라는 드레스코드를 주는 공연도 해보고 싶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바버렛츠는 세계공연을 마치고 전국투어에 들어간다. ‘2016 바버렛츠 전국투어 : 잇츠 쇼타임’은 2월19일 전주에서 시작해 대전, 서울, 광주, 대구, 부산, 춘천에서 열린다. 6월 발매될 2집 곡들도 미리 들려줄 계획이다. 2집 앨범에는 마티 프리드먼의 커버곡이라는 비밀병기도 갖추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영국 BBC·호주 공영TV도 찾아와
메가데스 출신 프리드먼 작업 제안 올해 2집…세계 공연뒤 전국투어
“작곡때 복원 넘어 요즘 생각 반영
화음 맞추며 50년대 여과지 거쳐” ‘온동네’는 ‘온 지구’였다. 바버렛츠의 동영상에는 “보고 싶다, 공연하러 와라”는 외국어 댓글들이 붙었다. 계획도 안 하고 있는데 세계 각국에서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영국, 캐나다, 미국, 홍콩, 프랑스, 얼마전에는 오스트레일리아를 다녀왔다. 영국에서는 <비비시>(BBC)가 취재를 왔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공영 티브이가 그들을 찾아와 만나고 갔다. 캐나다의 한 클럽에서는 스윙댄스 동호회 사람들이 참석해서는 한바탕 춤을 췄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케이팝 팬이 찾아와 “당신들이 원더걸스 이후 걸그룹으로서는 두 번째 방문”이라고 했다. 메탈밴드 메가데스의 전 기타리스트 마티 프리드먼(일본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에 출연하기도 함)은 메일을 보내서 음악 작업을 제안했다. “요즘 바버렛츠 노래밖에 안 듣고 있다. 커버곡 리스트를 만들었는데 같이 작업해주겠나?” 결국 프리드먼은 비행기를 타고 들어와, 바버렛츠와 함께 24시간 내내 네 곡의 녹음 작업을 마치고는 떠났다. 안신애는 ‘고전의 힘’이란다. “‘반짝반짝 작은 별’ 등의 영원한 히트곡에는 규칙이 있어요. 그 규칙이 사람들을 집중시키고 기분 좋게 하죠. 사람의 본능, 서정적인 본능을 잘 깨운다고 할까. 전달 속도가 빨라요.” 바버렛츠가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것은 1950~60년대의 미국 여성들과 1920~30년대 조선 개화기 여성들이다. 1950~60년대 미국 노래뿐 아니라 한국의 초창기 노래들도 이들의 레이더망에 있다. 1집에서 이난영의 ‘봄맞이’(1934)를 리메이크했고, 다큐멘터리 <다방의 푸른 꿈>을 위해 동명의 타이틀곡(1939·이난영)을 다시 불렀다. 지난해 김시스터즈의 김민자씨가 방문했을 때는 미미시스터즈와 함께 헌정공연을 했다. 그래도 굳이 따지자면 이들은 2016년의 한국 여성들이다. 태미 와이넷의 ‘스탠 바이 유어 맨’을 부르며 끝부분 ‘당신 남자 곁을 지키라’는 노래 가사를 이렇게 바꾸었다. ‘저스트 리브 유어맨, 굿바이 유어맨.’(그냥 그 남자를 떠나시라) 새로운 곡을 만들 때도 비슷하다. “‘복원’한다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려고 하면 잘 안 돼요. 요즘의 생각, 요즘 사람들의 느낌 대로 쓰고, 셋이서 화음을 맞추면서 1950년대의 ‘여과지’를 거치는 거죠.”(박소희) ‘재연’은 꽤나 힘든 일이다. “요즘은 물광피부, 그라데이션 같은 자연스러운 화장이잖아요. 옛날 사람들은 표나게 화장해요. 눈썹도 진하게, 아이라인도 진하게, 속눈썹도 화려하게, 입술은 빨갛게.” 화장하는 데만 두 시간씩 걸린다. 광장시장과 구제시장을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가시내들은 재밌다. 한 합동 공연에서는 ‘바버렛츠’(이발사 언니)라는 이름에 맞게 관객들을 대상으로 그 시대 스타일로 꾸며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 자신이 입은 옷들과 액세서리를 파는 ‘구제쇼’도 봄이 오면 하고 싶다. ‘1950년대 풍’이라는 드레스코드를 주는 공연도 해보고 싶다. 호기심에서 시작된 바버렛츠는 세계공연을 마치고 전국투어에 들어간다. ‘2016 바버렛츠 전국투어 : 잇츠 쇼타임’은 2월19일 전주에서 시작해 대전, 서울, 광주, 대구, 부산, 춘천에서 열린다. 6월 발매될 2집 곡들도 미리 들려줄 계획이다. 2집 앨범에는 마티 프리드먼의 커버곡이라는 비밀병기도 갖추고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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