랏도의 밴드뮤직 실행 화면.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앱방송 ‘랏도의 밴드뮤직’
중고차를 사는 셈 치고 시작했다. ‘알바’해서 모은 돈과 부모님께 읍소해 앱방송 ‘랏도의 밴드뮤직’은 출발했다. 지난해 11월17일 안드로이드 앱 장터에 올랐고 12월22일부터는 아이폰으로도 다운받을 수 있다. 랏도(조재우·26)의 중고차는 현재 타이어도 프레임도 없는 상태. “예산을 정해놓고 소진될 때까지 해보자 하고 있어요. 취직하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해보고 싶었어요. 청취자들이 많아지면 돌파구가 생기지 않을까요.”
‘랏도의 밴드뮤직’은 ‘24시간 인디음악 플레이 앱’이다. 저녁 9시부터 두 시간 동안 랏도가 진행을 하고 이후 두 시간씩 디제이들이 돌아가면서 찾아온다. 일·월요일은 ‘신승은의 신승생숭’, 화·금요일은 ‘김명재의 우지그사’, 수·목요일은 ‘대현의 나른한 섬’, 토요일은 ‘미쓰밋밋의 밤도둑’이 방송된다. 이후 휴학생이자 ‘전문 디제이’ 랏도가 다시 새벽까지 마이크를 잡고 있다. 생방송이 없을 때는 음악이 랜덤으로 돌아간다. 생방송은 정해진 장소 없이 이루어진다. 컴퓨터에 깔린 프로그램에 가수들이 녹음할 때 쓰는 마이크만 있으면 뚝딱이다. 랏도 외 디제이들은 모두 뮤지션이다.
인터넷 방송서 앱으로 이사
24시간 인디음악 흘러나와
랏도·뮤지션들 돌아가며 DJ
“라디오와 채팅에 사람들 매력”
“제가 디제이 고르는 안목은 탁월합니다. 노래를 듣고 좋으면 무턱대고 연락해서 출연시키고 디제이도 시키고 있습니다.” ‘무턱대고 직진’은 앱을 론칭하면서 했던 일들의 요약이기도 하다. “저작권도 해결해야 하고 디자인도 하고 프로그래밍도 하고 마케팅도 하면서 똑똑한 애보다 멍청한 애들이 잘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다. 디자인해주기로 한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크라우드소싱에 구구절절 사연을 올렸더니 전국대회 수상 경력이 있는 디자이너가 싸게 해주었다. 저작권을 문의하러 갔더니 이런 예가 없었다며 난감해하는 음저협(한국음악저작권협회)을 ‘민원’으로 설득했다.
“음악을 이야기할 친구를 찾고 싶었어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노래를 듣고 인디음악에 빠진 중학생 랏도는 친구를 얻고 싶었다. “그때만 해도 인디음악이라 하면 ‘인디언 음악?’ 그러던 때거든요.” 대학생이 되자 무작정 인터넷 방송을 시작했다. 어느날 한 명의 접속 로그가 기록되었다. 그렇게 1년을 할 무렵에는 실시간 100명 정도가 동시 접속했다. 군대를 가면서 쉬다가 제대 뒤 다시 인터넷 방송을 계속하다가 앱으로 옮겨왔다. “지금까지의 감으로 판단해보자면” 앱은 700개 정도 다운로드되었고 200명 정도가 부정기적으로 들으며 50~60명 정도가 동시에 접속하고 있다. 접속자들은 채팅창을 통해 대화를 나눈다.
“신기한 게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요. 디제이가 없을 때도 채팅창에서 자발적으로 이야기를 나누더라고요.” 자기도 친구를 찾았듯이 이들도 친구를 찾고 있겠구나 싶다. “사람들이 외로움을 많이 타요. 증강현실도 나오는 세상인데 이런 라디오와 채팅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24시간 인디음악 흘러나와
랏도·뮤지션들 돌아가며 DJ
“라디오와 채팅에 사람들 매력”
‘랏도의 밴드뮤직’을 운영하는 랏도(가운데)와 앨범 준비로 얼마 전 ‘인메이의 밤공기’ 진행을 그만둔 인메이(오른쪽), 그 진행을 이어받은 대현.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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