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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오디션과 노래방의 공통점: 뻔한 선곡은 분위기를 망친다

등록 2015-12-23 21:01

오디션 선곡, 이것만은 제발
SBS <케이팝스타5>의 한 장면
SBS <케이팝스타5>의 한 장면
지난 19일 방송된 <케이팝스타5>(에스비에스)에서 박민지의 선곡은 두근거리는 순간을 맞았다. 앞서 트레이닝 도중 유희열은 박민지의 노래를 중단시킨 뒤 자신에게 맞는 노래를 새로 골라오라고 말한다. 박민지가 들고온 곡은 에일리의 ‘아임인러브’(I’m in love). 노래 뒤 유희열은 “맞춤 선곡을 해온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고, 양현석은 “좋은 노래를 소개해줘 고맙다”고 했다. <케이팝스타> 예선 심사를 오랫동안 해온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PD)는 “선곡은 피겨스케이팅에서 배경음악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선곡이 노래의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참가자의 희비를 가르는 오디션 선곡에 법칙은 있을까?

■ 지난 오디션이 현재의 선곡을 지배한다

<슈퍼스타케이>(엠넷)의 마두식 피디는 “지난 오디션 결과가 현재의 오디션 선곡에 직접적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슈퍼스타케이6>에서 자작곡을 많이 선보인 곽진언이 우승한 뒤 올해에는 각종 오디션에 자작곡 참가자 비율이 늘었다. <케이팝스타>와 <슈퍼스타케이>의 권태은 음악감독은 그간 오디션 선곡의 변화를 이렇게 짚었다. “2012년 ‘보이스코리아’를 시작할 때는 여러 장르의 노래들이 골고루 나왔다. 아르앤비나 아이돌의 노래, 90년대 초반 가요까지. 지금은 클래식으로 분류되는 김현식, 유재하 등의 노래가 많이 불리면서, 그것을 듣고 자란 적 없는 세대들이 오디션에 그런 곡을 들고나온다. 4~5년간 오디션 붐이 일면서 곡들이 재조명되었다. 선순환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지난 오디션 우승자 스타일
다음번 참가자 많이 따라해
이른바 ‘오디션 금지곡’은
다른 이와 비교돼 더 위험
잘 알려지지 않은 곡 골라
자기 식으로 불러야 안전
삶 담은 사연 더하면 ‘금상첨화’

■ 듣기 지겨운 노래들이 있다

인터넷에서 ‘오디션 노래’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곡들이 뜬다. 출판사는 오디션에서 많이 불리는 노래를 악보로 묶어 출판하기도 한다. 뮤지컬 오디션에도 단골 메뉴가 있다. 예전에는 오디션 자유곡으로 ‘지금 이 순간’(<지킬 앤 하이드>)과 ‘리플렉션’(<뮬란>)이 너무 많아 ‘오디션 금지곡’이라는 말까지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두 곡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한다. 요즘 단골 메뉴로 남배우는 ‘아임 얼라이브’(I’m alive)(<넥스트 투 노멀>), ‘참 예뻐요’(<빨래>), ‘날 시험한 순간’(<황태자 루돌프>) 등이, 여배우는 ‘컴 투 유어 센시스’(Come to your senses)(<틱틱붐>), ‘디파잉 그래비티’(<위키드>), ‘마이 스트롱기스트 스위트’(<아이다>) 등이 각각 ‘베스트3’으로 꼽힌다. 이런 곡들은 오디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까?

이재익 피디는 ‘오디션용 노래’가 지겹다고 말한다. “전국에는 수많은 보컬트레이닝 학원이 있고 이들 학원이 교본처럼 받드는 가수들이 있다. 수많은 학원에서 노래가 겹친다. 그런데 오디션할 때 이런 노래를 들고 오는 지원자들이 많다. 선곡 자체가 마이너스다.” 이충한 유자살롱 공동대표는 뻔한 노래가 위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노래를 들을 때 뇌가 작동을 하지 않는 ‘비이성적’인 상황이 이상적이다. 눈을 감고 듣거나 부르면 집중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뻔한 노래를 들으면 이성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이전에 많이 들었던 노래와 비교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심사위원들도 노래 자체에 몰입하기보다는 이성적인 평가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 선곡은 베팅

흔한 곡, 뻔한 곡은 승률이 낮다. 하지만 승률 낮은 카드로 과감하게 지를 수도 있다. 이재익 피디는 “최소한 한 세대 이상의 차이를 두면 예전 노래의 재해석이 가능하다. 얼마 전에 부른 노래라도 장르를 바꾸면 가능하다. 소녀 아이돌 그룹 러블리즈의 곡을 록으로 재해석하는 식이다”라고 했다. 이충한 공동대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정리한다. “안전한 것은 잘 알려지지는 않은 곡을 자기 식으로 부르는 것이다. 가장 리스크가 큰 것은 청자들은 거의 모르는 곡을 부르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없으니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많은 이들이 선입견을 버리고 감동받을 수 있다.”

김현식, 유재하 등이 부른 지난 세대의 ‘뻔하지 않은’ 명곡들은 도전해볼 만하다. 곡 자체의 완결성 때문이다. 권태은 음악감독은 “폭넓게 사랑받는 노래들은 가사도 좋고 음악적인 작법도 좋고 스펙터클하고 클라이맥스도 확실하다. 구조 자체가 빼어나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 ‘나’만의 스토리

‘사연’을 담은 선곡은 감동을 배가할 수 있는 플러스 요소다. 이충한 공동대표는 “인생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 어머니 노래를 하면 그냥 눈물이 쏟아지지 않나. 오디션 참가자의 스토리가 담긴 노래를 들을 때 관객들은 더 몰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무리 멘탈이 강한 사람도 오디션장에 서면 떨게 된다. 그래서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감정적인 연대, 스토리적인 연대, 자기 브랜드와의 연결성까지, 선곡은 동물적인 감각이다.”

구둘래 안창현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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