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위 왼쪽 원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문세, 바버렛츠, 태티서, 박정현·플라이투더스카이, 다비치.
<어바웃 어 보이>의 휴 그랜트는 백수다. 아버지가 물려준 노래 저작권으로 먹고산다. 아버지의 유산은 ‘크리스마스 캐럴’. 그 캐럴의 계절이 왔다. 2015년 겨울, 익숙한 노래를 다시 부르거나 새롭게 연주한 곡도 많지만, 경쾌 발랄한 새 노래도 ‘상속되는 캐럴’에 도전장을 내민다.
■ 다시 부르기
16일 나온 다비치의 ‘화이트’는 핑클의 노래를 리메이크했다. 원곡에서 노래를 여는 ‘펠리스 나비다드’(스페인어로 메리 크리스마스란 뜻)의 반복도 그대로 들어갔다. 피처링에는 박재범이 참여했다.
박정현과 플라이투더스카이는 ‘겨울이야기’를 다시 불렀다. 조관우의 원곡 ‘겨울 이야기’는 1995년 발표된 ‘애모’ ‘슬픈 인연’ ‘님은 먼 곳에’ ‘꽃밭에서’ 등 조관우 식으로 해석한 리메이크 음반 <메모리>에 실렸던 오리지널 곡이다. ‘겨울 이야기’는 연말콘서트 ‘2015 그해 겨울’을 위해 준비한 곡이다. 박정현의 ‘그해 겨울’ 콘서트는 매년 다른 뮤지션과 함께 시즌송을 발표해왔다. 2012년 김범수와 ‘하얀 겨울’, 2013년 YB와 ‘회상’, 2014년 다이나믹 듀오와 ‘싱숭생숭’ 등이었다.
■ 여럿이 같이 부르기
힙합 레이블 ‘브랜뉴뮤직’의 버벌진트, 산이, 범키, 한해, 칸토, 강민희, 양다일, 캔들 등이 참여해 ‘몸 좀 녹이자’를 발표했다. 노래를 들으며 목소리를 맞춰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힙합에 ‘몸 좀 녹이자’가 있다면 인디에는 <위드, 윈터>가 있다. 한살차이, 호소, 빨간의자 등이 발표한 달콤한 노래들은 가벼우면서도 심심하지 않다. ‘빨간캐롤’은 ‘루돌프 사슴코’ ‘종소리’ ‘징글벨’에다가 심형래의 크리스마스 고전 ‘달릴까 말까’까지 넣어 새롭게 완성한 곡이다. 연주곡 ‘산타마을의 빨간 요정들’은 귀여운 요정의 발걸음과 성큼성큼 걷는 괴물의 모습이 그려지는 동화적인 피아노 곡이다.
이문세는 로이킴과 함께 노래를 불렀다. 15일 발표한 <뉴 디렉션 ‘윈터 스페셜’>은 올 4월에 나온 <뉴 디렉션>의 겨울 버전이다. 뒤꿈치로 서 뒤로 어깨를 젖힌 이문세를 전면에 내세운 4월 앨범을 패러디해 빨간 목도리를 하고 옆으로 선 모습을 앨범 커버에 넣었다. 로이킴과 부른 ‘디스 크리스마스’는 “생일보다 좋은 날은 이날뿐이야”라는 가사에 맞게 흥겹고 경쾌하다. 아이의 까르르 웃는 소리에 장난기 가득한 이문세의 목소리도 유쾌하고, 로이킴의 달달함도 휘파람이 절로 나오게 한다.
바버렛츠는 지난해 <바버렛츠 캐롤: 훈훈 크리스마스>에 이어 올해에도 <론썸 크리스마스>를 발표했다. 앨범과 동명 타이틀 ‘론썸 크리스마스’로, 50~60년대 댄스홀 사운드를 구가하는 바버렛츠는 외롭게 겨울을 보내는 이들을 위로한다. 17일 발표된 애즈원과 양다일의 ‘혼자 메리 크리스마스’도 외롭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사람들을 위한 노래다. ‘외롭다 외롭다’ 하면서도 노래는 여전히 달콤하다.
■ 젊은 겨울
크리스마스는 반복되고 아이돌에게도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비슷하다. 산타는 소원을 들어주고 크리스마스에는 종이 울린다. 태티서는 이달 초 겨울 앨범 <디어 산타>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디어 산타’는 산타한테도 통할 것 같은 매력이 가득한 노래다. 허밍으로 산타에게 아양을 떨고 바라는 것을 주문하는 노래에서 세 명의 귀여운 매력이 발산된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따뜻한 피아노에 반짝이가 떨어지는 듯한 귀여운 곡이다. B1A4는 ‘크리스마스잖아요’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노래하며 종소리를 들려준다. “크리스마스에는 모두가 친구죠/ 크리스마스에는 모두가 함께죠”라는 후렴구가 입에서 맴돈다.
매년 이맘때 “크리스마스 분위기 안 난다”는 기사가 나곤 했다. 풀죽은 경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작권 문제에 민감해진 매장들이 음악을 틀지 않기 때문이다. 12월9일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문을 통해 ‘연말 저작권료 걱정 없이 음반을 틀 수 있도록 저작권협회 쪽과 협의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쪽은 “연말 등의 시즌과 상관없이 원래부터 중소형 매장은 음악을 트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걱정 없이 크리스마스 노래를 제대로 즐길 때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사진 각 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