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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원유통 실험 나선 뮤지션들 “재주 부린 곰이 돈도 벌자”

등록 2015-12-09 16:05수정 2015-12-16 17:51

2012년 어느날 노을 질 무렵 인디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박종현은 기타를 메고 한강다리를 건넜다. ‘불쌍한 뮤지션’ 분위기가 나도록 뉴스 제작진이 시킨 연출이었다. 그해에 3집 <갤럭시 익스프레스>를 내면서 밴드는 과감한 결단을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지 말자. 씨디로만 우리 음악을 듣게 하자.’ 이를 계기로 음원 가격이 화제가 되고 밴드는 인터뷰도 여러 건 했고 ‘불쌍한 뮤지션’ 연출도 했다.

하지만 올해 4집을 내면서는 결국 다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기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3집 발매 당시 스트리밍 사이트는 이들의 앨범 커버를 공란으로 두는 등 ‘없는 앨범’ 취급했다. 스트리밍이 장악한 시장에서 씨디로만 하는 유통은 무모하고 서러운 도전이었다.

2015년 12월, 아델은 <25> 앨범을 내면서 씨디 등의 물리적(피지컬) 형태로만 유통하고 엠피쓰리도 한 곡당 600원을 줘야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아예 거부했다. 이를 계기로 음원 가격의 불공정함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도 아델처럼 한 곡 스트리밍에 3.6원(창작자에게 가는 돈은 0.6원)이라는 ‘정가’를 거부하는 실험에 나선 음악인들이 늘고 있다.

싼 씨디와 맛보기 스트리밍

4인조 밴드 ‘선결’은 올 초 <급진은 상대적 개념> 앨범을 낸 뒤 반 년간 시디로만 유통했다. 발매 뒤 한 달간 씨디 가격은 50% 할인된 5천원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한 달 만에 1천장이 팔렸다. 앨범은 전곡 다운로드 코드도 포함하고 있다.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는 이 앨범 10곡 중 3곡만 들을 수 있다. 선결의 김경모는 씨디에 5천원이라는 가격을 매긴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같은 헐값이라면 우리가 주체적으로 책정한 헐값에 음악을 팔아 대안을 모색하고 싶었다.”

김경모가 운영하는 레이블 ‘소모임 음반’에서 발매한 이랑의 앨범 <욘욘슨>을 유통하면서는 신기한 일이 생겼다. 몇 개 음원사이트에만 공급했는데 다른 사이트에서 그쪽에서도 유통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비록 결렬되었지만 음원 사이트와 처음으로 “협상다운 협상을 할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컨텐츠를 쥐고 있는 음악인들의 힘이 가장 센데 아직 그걸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론을 확인했다.”

스트리밍을 내려라, 풍악을 울리자

록밴드 아폴로18은 자신의 모든 음원을 스트리밍하지 않는다. 얼마전 유통사와의 계약이 끝난 뒤 멤버들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모두 내리자는 데 합의했다. 공연을 하고 그 자리에서 씨디를 판매하는 것이 아폴로18의 유통방식이다. 음원 서비스 자체를 포기한 건 아니다. 해외 사이트 ‘밴드캠프’에서는 음원 서비스를 하는데, 이 사이트가 저작권자에게 가격의 85%를 돌려주기 때문이다. “지금 음원 수익 구조가 뒤집혀져 있어서 내린 결단”이라고 아폴로18 매니저는 말한다.

회기동 단편선도 자신의 개인 앨범은 음원 사이트로 유통하지 않는다. 음원을 유통하는 업체가 배타적 권리를 갖는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자신의 곡들은 상업적인 이용이 아니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크리에이티드 커맨즈’ 방식으로 유통한다.

밴드 사람12사람은 스트리밍 방식은 음악을 소모적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우리 음악에 접근하기 어렵게 하고 싶었다. 아날로그를 좋아해서 디지털 음원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디지털 음원은 버려지는 느낌이다.” 그들은 사운드 클라우드와 외국 스트리밍 사이트에 노래를 올린다.

밤신사는 씨디까지도 버렸다. ‘레트로 스타일’의 밤신사는 1집 <실화를 바탕으로> 앨범을 카세트테이프와 LP로만 제작한다(12월22일 예정). 음원사이트에는 ‘밤신사’ 1곡만을 제공한다.

재주 부린 곰이 돈 벌게

딴지그룹은 2월 말 한 곡당 600원씩 앨범 단위로만 음원을 살 수 있는 딴지뮤직을 시작했다. 모토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도 곰이 번다!’이다. 앨범은 매달 추천 음악식으로 올라온다. 뮤지션에게 수익금의 100%를 정산해주고 100회 다운로드가 되면 공연도 열겠다는 공언도 했다. 90회가량 다운로드된 앨범이 4~5건으로 아직 공연이 이루어지진 않았다. 김진 딴지뮤직 총괄 담당은 “꾸준히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 곡당 몇원짜리 음원이 있는데도 이런 음악을 다운로드받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붕가붕레코드의 고건혁 대표는 “딴지뮤직 시도가 아직 시장에 크게 임팩트를 주지는 않았다. 그런데 실제로 정산을 받아볼 때면 놀란다. 소수지만 제값을 내는 사람들이 있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실감했다”고 말한다.

12월1일 중식이밴드의 정중식은 음원 가격 정산서를 분석한 글을 블로그에 포스팅하며 이런 가정을 한다. “지금 온라인 음원은 작품이 아닌 명함이다. 근데 이 명함 만들기를 포기하고 한국에 있는 모든 뮤직 아티스트들이 온라인 음원을 내지 않는다면. 모든 뮤직 아티스트들이 파업을 한다는 말이다.” 김경모도 ‘어느 날 갑자기 음원 사이트에 모든 혁오, 장기하와 얼굴들, 가을방학, 갤럭시 익스프레스 같은 음악이 동시에 없어진다’는 상상을 한다.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들은 어차피 음원 수익이 지금 입에 담기도 민망한 수준이라, 음원 안 풀어도 그만이다. 한마디로, 지금 딱히 잃을 게 없다. 홍보가 필요하면 유튜브에 음원 올리면 된다. 이렇게 되면 분명히 음원사이트 쪽에서 협상하자고 나올 것이다.” 뮤지션들에게 ‘잃을 건 족쇄뿐이고 얻을 건 전세계’란 말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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