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웅철·김밥레코드 제공
[인터뷰] 내한공연 줄리아 홀터
4집 ‘…와일더니스’ 낸뒤 세계투어
대중적 리듬·이야기 담은 가사에
“올해의 앨범” “황홀” 호평 쏟아져
4집 ‘…와일더니스’ 낸뒤 세계투어
대중적 리듬·이야기 담은 가사에
“올해의 앨범” “황홀” 호평 쏟아져
미국 싱어송라이터 줄리아 홀터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9월 네번째 앨범 <해브 유 인 마이 와일더니스>(Have you in my wilderness)를 발표하고 나선 세계 투어의 일환이다. 북미·유럽 투어와 일본 공연에 이어 한국에 도착한 그는 1일 저녁 홍대 레진코믹스 브이홀 무대에 섰다.
머리를 앞으로 묶고 나와 머리를 출렁거리며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인 줄리 홀터는 “한국에서 와서 기쁘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로스앤젤레스 출신인 그의 집은 한인타운과 가까웠다고 한다. “김밥이나 불고기 같은 음식도 먹어보았고 한국 노래도 많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한국이 궁금했다. 실제로 와보게 되어 너무 기쁘다.”
<…와일더니스> 앨범에 대해 <가디언>은 별 다섯 개를 주면서 이렇게 평했다. “진짜로 황홀한 앨범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아름다운 노래를 담고 있다.” 영국 음악전문지 <모조> <언컷> 등은 2015년을 정리하며 올해의 앨범 1위로 <…와일더니스>를 뽑았다. 이번 앨범은 이전의 바로크적이고 실험적인 세 장의 앨범에 비해서 쉬워졌다. <필유>(Feel You)는 가볍고 부드럽다. 남자 친구의 애완견 프랜시스를 ‘캐스팅’한 뮤직비디오는 ‘킨포크’(느긋하고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배경음악인 듯도 보인다. 비요크가 연상되는 읊조림이 곁들여진 <시 콜즈 미 홈>(Sea Calls Me Home)도 대중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다.
공연에 앞서 이뤄진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이번 앨범을 만들며 특별히 ‘대중성’을 겨냥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사람들이 어떤 음악을 좋아할지 모르겠다. 언제나 예상은 빗나가기 마련 아닌가. 이 앨범을 60년대 사랑 노래 같은 방식으로 녹음하고 싶었는데 그 점이 장르가 부각된 이전의 음악보다 좀더 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아닐까.”
이번 앨범에 대해선 ‘올드 패션드 발라드’라고 자평했다. ‘발라드’란 이야기를 담은, 시와 노래의 옛 형식이다. “나는 내 음악이 항상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실루엣>은 한 남자를 함께 사랑하여 기다리는 자매에 관한 노래고, <하우 롱>에 나오는 샐리는 소설 속 등장인물인데, 배우를 꿈꾸며 클럽에서 노래하는 여자다. <바스케즈>는 경찰에 쫓긴 실존인물을 소재로 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그는 듣는 이가 상상하도록 만든다. “마음속으로 이야기를 가진 어떤 장면을 연상하는 게 좋다. 가사가 아닌 소리를 통해 상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소리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은 키보드와 비올라(디나 매커비), 드럼(코리 포겔), 더블 베이스(데빈 호프)라는 독특한 구성도 한몫한다. 공연에서 악기들은 재즈 연주처럼 가끔은 어울리고 가끔은 자신의 소리를 극대화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더했다.
뮤직비디오에도 인상적인 장면들이 많다. <시 콜즈 미 홈>은 땅으로 잠수하듯 얼굴을 아래로 향하고 누운 사람을 보여준다. 홀터는 이 노래에서 바다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수영은 하지 못한다며 한 대상에 대한 역설적 감정을 토로한다. 영상과 음악의 빼어난 결합을 이뤄온 그가 차기작으로 마틴 스콜세지가 제작하는 권투 영화 <블리드 포 디스>의 음악을 맡은 것은 자연스러운 행로로 보인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 안웅철·김밥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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