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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중음악 발현시대 ‘응답하라 1985’

등록 2015-11-29 19:05수정 2015-11-30 13:56

임재범
임재범
들국화·임재범 데뷔 30주년 음반
‘들국화 헌정앨범’ <들국화 30>이 30일 나온다. 제목이 말해주듯 창단 30년 기념 음반이다. 모두 <들국화> 1집을 다시 부른 곡들로 채웠다. 16일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곡들을 발표했다. 해리빅버튼이 메탈로 해석한 ‘행진’을 부르고, 박소유가 오후의 트럭 방송 소리를 담은 ‘오후만 있던 일요일’을, 고래야가 16분에 걸친 ‘그것만이 내 세상’을 선보인다.

임재범도 지난 27일 앨범을 내고 활동을 본격 재개했다. 신곡 ‘그 사람, 그 사랑’ ‘이름’, 태연과 함께 부른 ‘사랑보다 깊은 상처’, 두 가지 버전으로 다시 부른 ‘크게 라디오를 켜고’ 등을 2장의 시디(CD)에 담았다. 타이틀은 <임재범 30주년>이다. 12월5일 인천을 시작으로 10개 도시 투어에 나선다.

두 앨범 모두 30년을 내세운다. 한국 록그룹의 대명사인 들국화와 임재범이 1985년 동시에 음악계에 첫발을 내디뎠던 것이다. 궁금증을 부른다. 도대체 30년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1985년 서울에 63빌딩이 들어서고 부산에 지하철 1호선이 개통했다. 정치적 억압 속에서도 경제 성장은 이어졌다. 문화에도 눈길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한국방송(케이비에스)이 ‘전통가요’, 문화방송(엠비시)이 ‘애가’라고 부르던 트로트가 대중가요판을 휩쓸었다. 주현미가 메들리 트로트 <쌍쌍파티>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가요 사상 최고의 판매고(300만개)를 올렸다. 당시 보급률이 122%에 이르던 텔레비전은 노래만이 아니라 사연을 추가했다. 주현미는 ‘약사 출신’ 스토리를 내세우며 데뷔곡 ‘비 내리는 영동교’를 부르며 티브이에 출연했고, 이해 신인상을 휩쓸었다.

김승진도 1985년 ‘스잔’으로 데뷔한다. 김승진은 최근 복고바람을 타고 <복면가왕>에 출연하고 <에스비에스>의 <불타는 청춘>에 나와 김완선과 함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는데, 데뷔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가요 시장의 중심은 슬슬 10대로 옮겨가고 있었다. 트로트에 몰입하던 부모 세대와 티브이 리모컨을 다투던 소년소녀들은 ‘마이마이’를 듣기 시작했고 라이브 콘서트장을 찾아다녔다.

트로트와 발라드의 각축을 뚫고 이후 한국 대중음악의 큰 줄기를 이룰 새로운 흐름이 솟구친 것도 1985년이다.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은 “1985년은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거대한 봉기가 시작되던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 배경으로 “1980년대에 처음으로 삼저호황에 의해 중산층이 출현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든다. “중산층의 출현은 10대들이 처음으로 자신의 문화적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돈인 용돈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했다.”(강헌 <전복과 반전의 순간>)

이 용돈을 받아서 1985년 신촌·종로·대학로의 소극장을 찾는 10대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1984년 조동진, 꾸러기들 등 언더그라운드 가수들 공연이 소극장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었다. 이런 라이브 공연을 바탕으로 ‘언더그라운드’라는 장을 만들어낸 가수들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광조, 이문세, 김현식, 한영애 등과 밴드로 만들어진 들국화와 시나위, 부활이다.

1982년부터 간간이 공연을 같이 해오던 전인권, 최성원, 허성욱, 조덕환은 모여서 1집을 만들어낸다. 이름은 버려진 껌종이에서 주웠고 너나없이 노래를 돌아가면서 불렀다. 딱히 밴드라는 자의식 없는 이들이 만들어낸 앨범 ‘들국화 1’ 곡들을 나열해보자. ‘행진’ ‘그것만이 내 세상’ ‘더 이상 내게’ ‘사랑일 뿐이야’ ‘매일 그대와’ ‘세계로 가는 기차’ ‘축복합니다’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오후만 있던 일요일’에다가 다 같이 아카펠라로 부른 건전가요(당시 의무적으로 삽입) ‘우리의 소원’까지 주옥 같았다. 밴드는 2년 뒤 해체했지만 들국화 1은 그 후 30년간 대중음악 앨범 순위를 매기노라면 항상 1위였다.

1985년에는 신중현의 아들 신대철이 주축이 되어 시나위가 만들어졌다. 시나위는 우리나라 최초의 메탈밴드였다. 시나위는 임재범의 목소리가 합류하면서 완성되었다. 임재범은 시나위 1집 앨범 <헤비메탈 시나위>(1986년)에서 메탈 사운드를 뚫고 올라가는 노래 ‘크게 라디오를 켜고’를 선보인다. 시나위에는 잘 알다시피 김종서·서태지 등이 합류하여 활동하지만 1990년 1차 해체를 선언한다.

중학생 김철희(<들국화 30>기획자)도 티켓 부스에서 처음 산 공연 티켓이 들국화 공연이었다. 현재 신촌 그랜드마트 자리에 있던 신촌 크리스탈 공연장이었다. 올해 김철희는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 ‘플라이밍 립스’가 핑크플로이드의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의 전곡을 리메이크한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들국화 1집을 다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인디 뮤지션들을 데리고. 인디 뮤지션들은 1985년 언더그라운드의 현대적 버전이기 때문이다. “앨범을 만들면서 참여 뮤지션들에게 답답했던 1985년 시대적 분위기를 전해주려 노력했다.”

1985년에 실시된 제1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최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끌던 신한민주당이 제1야당으로 올라선다.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롯한 재야 인사 150여명이 참여한 밤샘농성으로 이어졌다. 결국 1987년의 6월항쟁으로 상황은 소용돌이쳐 간다. 2015년 정치도, 문화도 30년을 건너는 기시감이 어른거린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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