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황예숙, 박상하씨. 사진 김경애 기자
박그사·가족·서천군 10주기 기려 세번째 유작전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했던가. 세상 떠난 지 10년이 됐지만 갈수록 새록새록 기억되는 화가가 있다. 2005년 55살, 예술가로선 한창나이에 병으로 떠난 서양화가 박권수(작은 사진)가 그 주인공이다.
‘박권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박그사)과 부인 황예숙, 아들 박상하씨와 함께 충남 서천에서 세번째 유작전 ‘미학적 망명자의 비수’를 열고 있다.
박그사는 영화배우 최민식, 소설가 박인식씨를 공동대표로 해서 연극연출가 기국서, 시인 송현, 개그맨 전유성, 탤런트 이효정, 성우 배한성씨 등 생전에 교유했던 문화계 인사 107명이 모여 꾸렸다. 2013년 서울 아라아트센터에서 첫 유작전을 열었고 지난해부터는 고인의 고향인 서천에서 전시를 마련했다. 올해 전시는 유작 500여점 가운데 1990년대 작업한 소나무와 옛 동산을 배경으로 자화상을 새겨넣은 네온컬러 그림과 설치물들로 꾸몄다.
지난달 31일 서천문화원에서 이두엽(세계무형유산엑스포 조직위원장)씨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 행사에서는 고인이 초기부터 참여했던 농심마니 회원들을 비롯해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함께했다. 박 대표와 입담 좋은 전유성씨가 고인의 생전 기행들을 소개해 한바탕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77년 홍익대 미대를 나온 고인은 82년 서울미술회관 데뷔전을 시작으로 31차례나 개인전을 열 정도로 치열하게 작업했다. 86년 미국 뉴욕 화단에 진출한 이래 미국·프랑스·일본 등을 오가는 국제 감각으로 시대를 앞서는 작품 세계를 이뤘다. 90년 옛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한국 화가로 처음 전시한 기록도 세웠다. 유난히 술과 사람을 좋아했던 고인은 80년대 서울 홍대 앞에서 미술학원 등을 하면서 다양한 문화예술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배우 최민식씨도 화가인 형 최찬식씨의 친구였던 고인과 한때 디자인 가게를 함께 운영한 인연이 있다.
고인의 가족은 홍대 미대 동문으로도 유명하다. 도예가인 부인 황씨는 ‘캠퍼스 커플’로 만났고, 아들 상하씨도 대를 이어 화가로 활동중이다. 상하씨는 이날 아버지가 작사·작곡한 노래 ‘그리움을 바치는 노래’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고인의 맏형인 박경수(1930~2012)는 <사상계> 편집기자 출신이자 소설 <동토>로 이름난 농촌 작가다. 이번 전시를 후원한 조순희 서천문화원장과 노박래 서천군수는 서천 한산면에 박씨 형제 예술가의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041)953-0123.
서천/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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