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올댓뮤직’ 200번째 기적…현실이 된 ‘라디오 스타’

등록 2015-10-22 19:15수정 2015-10-22 21:35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춘천 KBS에서 제작, 전국 송출
록·재즈 등 다양한 장르 수용
지역뮤지션 홍대 진출 돕기도
황국찬 PD “소외된 음악도 가치”
“우리 과외 선생님은요, 공부 시켜놓고 드럼 스틱을 두드렸어요. 영어였나, 수학이었나. 원 플러스 원인 것 같아요. 홍대에서 공연도 했어요. ‘개나소나심지어기린’인가 이름 듣고 안 될 줄 알았어요. 아니, ‘개나소나심지어말’인가. 이것 봐요. 안 될 게 확실하잖아요.”

실패한 뮤지션은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과외를 받던 학생들은 뮤지션이 되었다. 과외생은 크라잉넛의 이상면과 이상혁이고 과외 선생님은 <올댓뮤직>의 황국찬 PD다. 팀 이름은 정확하게는 ‘개나소나’란다.

<올댓뮤직>은 전국 텔레비전으로 방송되는 음악 프로그램이다. 힙합, 록, 재즈, 국악, 레게 등 공중파에서 듣기 어려운 장르의 콘서트를 열고 그걸 녹화방송한다(한국방송1, 목요일 밤 12시30분 방송). 2010년 12월 시작될 때만 해도 춘천방송총국의 지역 방송이었다가 2012년 9월 전국방송이 되었다. 녹화는 여전히 춘천 그리고 정선·강릉 등 강원도 일대에서 이루어진다. 지역에서 제작한 방송이 전국 방송으로 정규편성되는 경우는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는 아주 드문 편. <국악한마당>(토요일 낮 12시10분)이 한국방송 대전총국에서 제작돼 전국방송된다.

이 희소한 음의 향연이 험난한 길을 건너와 200회를 맞았다. 크라잉넛과 황 PD의 비밀스런 관계가 폭로된 200회 녹화방송은 서울에서 이루어졌다(20일 홍대 레진코믹스 V홀, 방송일은 강원권 11월10일·17일, 전국은 11월19일·26). 녹화방송 앞 기자회견에서 황국찬 PD는 “200회란 건 처음 시작할 때 꿈도 못 꿨다. 개편 시기마다 폐지 이야기가 나왔다. 현업 피디로서 100회, 200회를 맞이하는 것보다 시간대를 옮겨가며 유지하는 게 발등의 불이었다”고 돌이켰다.

춘천은 인구 30만의 ‘작은’ 도시다. 젊은이도 적다. 이런 도시에서 한 첫 공개방송에서 ‘포텐’(가능성)이 터졌다. “만석은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많이 왔다.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들이 많은데도 스탠딩이 이루어졌다. 여기가 톱스타가 콘서트 예매를 해도 표가 안 팔려 망신을 당하는 곳이다.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뮤지션 앞에서 스탠딩을 하더라.”(황국찬 PD)

<올댓뮤직>은 춘천을 물 밑에서 흔들었다. 춘천에 자리한 대학교에서 인지도가 시작할 때와 확 달라졌다. 젊은 층만이 아니라 중년들도 공연장에 적극적으로 찾아온다. 교복 입고 오던 학생이 졸업하고서도 꾸준히 친구들과 공개홀을 찾는다. “200회 맞아 히스토리 영상을 만들며 옛날 자료를 돌려보는데, 한 여학생이 낯이 익더라. 최근에도 카메라에 잡혔던 사람인데, 그때는 교복을 입고 있더라.”(황국찬 PD) 200회 특집의 오프닝을 맡은 록밴드 ‘모던다락방’은 춘천에서 활동하다가 <올댓뮤직>에 초대된 뒤 인지도를 높이고 홍대로 진출했다.

녹화방송에는 <올댓뮤직>과 인연이 깊은 뮤지션들이 초청받았다. 데이브레이크는 10회 출연으로 최다 출연 기록을 보유했다. 십센치는 전철 안에서 공연을 가진 2011년 ‘경춘선 음악여행’의 첫 주인공이다. ‘경춘선 음악여행’은 전철(기차가 아니라) 안에서 1차로 공연을 한 뒤 춘천에 도착해 본공연을 하는 식의 이벤트로 2013년까지 간간이 이어졌다.

춘천에서 황 PD는 변방의 음악을 생각했다. “춘천에서 일하지만 덜 열심히 일하거나 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듯이 음악도 마찬가지다. 소외된 음악도 가치가 있다.” 200회 특집의 제목은 ‘200+20’이다. 뒤의 20은 인디음악의 20년을 축하하는 의미다. 특집 2부에는 인디음악의 과거-현재-미래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처음 본 얼굴, 많이 본 얼굴, 오랜 만에 보는 얼굴이 ‘인디’라는 이름으로 공연했다. 글랜베리 페스티벌에 2년 연속 참가한 싱어송라이터 최고은과 3인조 ‘시스터즈’ 버버렛츠, 신예 록그룹 잔나비, 록그룹 크라잉넛, 그리고 김수철이 나왔다.

크라잉넛은 김수철과 마지막 곡 <젊은 그대>를 같이 불렀다. 사진 KBS 제공
크라잉넛은 김수철과 마지막 곡 <젊은 그대>를 같이 불렀다. 사진 KBS 제공
크라잉넛은 김수철과 마지막 곡 <젊은 그대>를 같이 불렀다. 김수철은 “연주인이 많아야 음악이 발전하는데 요즘 음악을 다 찍지(녹음한 것을 튼다는 은어) 않습니까. 그러면 오래 못 가요. 보는 음악에 치중하는 환경에서 밴드 음악은 소중합니다.” <올댓뮤직>의 모든 엔딩은 똑같다. “앵콜.” 올댓뮤직에 앵콜을!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