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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회화와 도예 융합하고자 나홀로 20년 몸부림…미치도록 행복”

등록 2015-05-28 18:59

오만철 작가. 사진 김경애 기자
오만철 작가. 사진 김경애 기자
‘도자화 선구자’ 오만철 작가 개인전
‘고령토 명산’ 중국 징더전 작업 첫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지만, 자신만의 독창성을 추구하는 예술가에게 길 찾기는 필생의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화와 도예를 결합한 ‘도자화의 선구자’인 오만철(52) 작가는 20년 만에 그 길을 발견한 ‘행운의 주인공’이다.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지만 흙과 불의 매력에 끌려 늘 기웃거리다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둘의 접목을 시도했어요. 그런데 앞서 간 이들이 없어 혼자 몸부림을 치다 보니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죠. 그러다 3년 전 ‘뜻밖의 귀인’을 만났어요.”

단국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던 그는 중국 징더전(경덕진) 출신 유학생으로부터 현지 도자기 공장을 소개받았다. 양쯔강 동남쪽에 위치해 일찍이 한나라 때부터 도자기를 구웠고 송대 이래 중국 도기를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게 한 징더전은 천혜의 도자 원료 산지로 꼽힌다. 특히 토질이 곱고 깨끗하며 고온에 잘 견디는 고령토와 유리성 장석으로 고령토와 섞었을 때 반투명성을 높여주는 자토는 세계적인 특산이어서 중국 정부가 국외 반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을 정도다. “그때부터 징더전의 공장에 몇달씩 머물며 전세계에서 몰려온 도예가들과 어울려 작업을 시작했어요. 새로운 의욕과 함께 색다른 경지가 보이더군요.”

오는 6월2일까지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고 있는 그의 전시회는 도자화 중에서도 징더전에서 성취한 도판화를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도자화가 화병이나 원형 접시 등 주로 장식용 소품에 그쳤다면, 그의 도판화는 화선지나 캔버스 대신 대형 평면 흙판에 붓으로 그림을 그린 뒤 구워낸 것이다. 백자 위에 청화, 철화, 진사 안료로 전통 수묵화의 기품을 재현해 사진으로만 보면 일반 동양화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다.

“1250도에 맞춰진 기존 우리 안료가 징더전의 1330도 고열 가마에서 타버리거나 엉겨버리더군요. 중국 안료를 구해서 색깔별로 처음부터 다시 농도와 느낌을 실험해봐야 했어요. 하지만 고령토 흙판 화선지처럼 잘 스며들어 수묵담채화 특유의 발묵 효과를 살려낼 수 있었죠.”

이런 기술적 장애와 한-중을 오가는 번거로움에도 그로 하여금 “나는 미치도록 행복하다”고 토로하게 만드는 도자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예로부터 동양화와 도자기는 천생연분의 궁합으로 가장 한국적인 미의 가치를 구현해왔어요. 조선시대 도화서의 화가들이 그리고 관요에서 구워낸 도자화들이 지금껏 국보나 보물 등 명품으로 남아 있듯이, 도자화는 작품의 영구성이 뛰어납니다.”

주로 전통 산수화를 청화로 제작하는 중국 작가와 비교해, 고향인 전남 곡성의 진달래꽃 산경이나 티베트 여행 풍광 등 현대 산수를 일필휘지의 철화와 백자로 펼쳐놓은 그의 작품은 확실한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 초대전 일정도 잡혀 있다는 그는 “한국의 도자화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 전도사의 사명감으로 묵묵히 새 길을 개척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흙과 불의 사랑은 얼마나 눈부신가’를 전시 제목으로 직접 지어준 소설가이자 미술평론가 박인식씨는 “타고 남은 재가 기름이 되듯, 타고 남은 재 속에서 영혼을 맑게 갈고닦은 어느 고승의 사리가 빛난다. … 이처럼 흙을 태워 영혼의 사리로 바꿔놓을 만큼 뜨거운 불길을 토하는 사랑의 가마가 있으니, ‘가끔 어처구니없는 일이 느닷없이 튀어나와 앞길을 가로막아 피눈물 쏟게 해도 인생이란 살아가볼 만한 게 아니겠나’라고 말 건네며 축 처진 어깨를 다독이는, 불도저 쇠삽같이 두툼하고 따뜻한, 한 사내의 손길을 만난다”고 추천의 말을 남겼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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