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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수목드라마 남자주인공들, 찍어낸 듯 닮았네?

등록 2014-10-07 19:26수정 2014-10-07 21:27

‘내 생애~’ ‘내겐 너무~’ ‘아이언맨’
사랑하는 여인 잃은 완벽한 남자가
옛 여인 연상시키는 새 여인과 사랑
뻔한 로맨틱 코미디 공식 대입 진부
<내 생애 봄날>(문화방송),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에스비에스), <아이언맨>(한국방송2)까지. 요즘 방영하는 수목드라마의 남자주인공들에게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 달리 말하면 뻔한 공식에 끼워 맞춘 ‘진부한 설정’이란 뜻도 된다.

<내 생애 봄날>, MBC 제공
<내 생애 봄날>, MBC 제공
셋 다 회사 대표다. <내 생애 봄날>의 강동하(감우성)는 축산업체,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현욱(정지훈)은 엔터테인먼트 회사, <아이언맨>의 주홍빈(이동욱)은 게임 회사를 운영한다. 모두 사랑하는 여인을 잃은 아픔을 갖고 산다. 강동하는 아내가 사고로 죽은 뒤 두 아이를 키우며 홀로 산다. 아내가 그리울수록 사업에 매진했고 속은 더 차가워졌다. 이현욱도 사고로 연인이 죽고 3년간 세상과 연을 끊고 살았다. 좋아하는 작곡도 하지 않고 제주도에서 보냈다. 주홍빈도 옛사랑을 잃은 뒤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 ‘까칠남’으로 변했다. 가슴 속의 깊은 상처와 분노가 칼이 되어 몸에서 돋을 정도다.

그런데 운명처럼 새로운 여자가 나타난다. <내 생애 봄날>의 강동하한테는 이봄이(최수영),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이현욱에게는 윤세나(정수정), <아이언맨> 주홍빈에게는 손세동(신세경)이 등장한다. 남자들은 그들에게서 ‘옛 여인의 향기’를 느낀다. 여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옛 여인의 옷을 입고 나타나거나, 같은 행동을 한다. 세 남자는 그 모습에서 사랑하는 여인이 겹쳐 보인다. 강동하는 이봄이가 죽은 아내의 옷을 입고 꽃을 들고 웃자, 아내라고 착각한다. 주홍빈은 손세동이 옛 여인 태희의 옷을 입고 집의 기왓장을 고치자 태희를 떠올린다. 이현욱은 녹음실에서 피아노를 치는 윤세나의 행동 등에서 사랑했던 여인이 생각난다. 특히, 남자들의 옛사랑의 옷은 모두 하얀색이다!

<아이언맨>, KBS 제공
<아이언맨>, KBS 제공
사랑하던 이가 죽은 뒤 트라우마를 겪던 남자들은 새로운 여인에게서 안정을 찾는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현욱은 사고 이후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작곡을 할 수가 없다. 특히 연인이 죽던 날 차 안에서 흐르던 음악이 나오면 숨이 막히고 손이 떨리고 사고 순간이 자꾸 생각난다. <내 생애 봄날>의 강동하는 아내가 죽은 이후 잠만 자면 죽는 순간이 떠오르는 등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런데 이 여자들 앞에서는 괜찮다. 강동하는 잠든 사이 이봄이가 아내처럼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자 불면증이 사라진다. 아내가 죽은 이후 처음으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푹 잤다. 음악을 듣는 게 고통스러웠던 이현욱도 윤세나의 음악은 모처럼 가슴을 뛰게 한다.

강동하와 이현욱은 옛 여인의 도움으로 새 여인을 지킨다. <내 생애 봄날>은 이봄이가 바다에 빠져 물속으로 가라앉자 죽은 아내의 환영이 나타나 이봄이의 발을 밀어 올려준다. 이후 물에 뛰어든 강동하가 이봄이를 구해낸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현욱은 갑자기 나타난 옛 여인의 환영을 따라가다가 조폭들에게 쫓기는 윤세나를 구한다. 알고 보면 윤세나는 이현욱의 옛 여인의 동생이고, 이봄이는 강동하의 아내의 심장을 이식받았다. 운명 같은 일이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SBS 제공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SBS 제공
드라마도 ‘공식’이 있다. 2005년 방영한 <내 이름은 김삼순>과 같이 완벽한 남자주인공이 옛사랑을 잊지 못해 상처를 안고 산다는 설정은 수많은 드라마를 통해 입증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이다. 한 드라마 피디는 “수많은 심리학 책에도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남자들에게 끌리는 여성들의 심리가 소개돼 있다. 이는 드라마의 주요 시청층인 여심을 공략하기 위한 장치”라고 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방영하는 지상파 3사 수목드라마가 하나같이 남자주인공의 캐릭터를 지나치게 공식에 꿰맞추는 듯해 ‘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따르더라도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재미가 있어야 시청률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최근 방영일을 기준으로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4.7%, <아이언맨> 5%, <내 생애 봄날> 8.8%로 시청률은 한자릿수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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