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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명창 이춘희의 ‘파리 아리랑’

등록 2014-03-06 19:45

명창 이춘희
명창 이춘희
‘소리인생 50년’ 경기민요 보유자
파리 전통예술제 초청 개막공연
음반도 라디오프랑스 통해 출시

“경기소리는 유리처럼 투명한데
서자 취급받다 이제 안방 차지”
12일 국립극장서 스승추모 공연
소리인생 50년을 바라보는 경기민요 예능보유자 이춘희(67·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사진) 명창에게 올해 경사가 겹쳤다.

그는 최근 프랑스 국영 라디오 방송국인 라디오프랑스를 통해 <아리랑과 민요> 음반을 냈다. 또 3월부터 6월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전통공연예술제인 ‘제 17회 상상축제’에 초청받아 7~8일 개막공연으로 아리랑을 부른다. 12~14일에는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전설적인 3대 경기소리꾼들인 고 박춘재(1881~1948), 이창배(1916~1983·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안비취(1926-1997·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명창을 추모하는 ‘설립자들’ 공연을 올린다.

“경기소리가 메인이 된 것은 처음이에요. 감회가 남다릅니다. 경기소리는 외국에 나가더라도 늘 판소리나 다른 국악 공연때 양념처럼 끼워넣는 정도였습니다. 요즘 들어 돌아가신 이창배 선생님과 안비취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납니다.”

파리 출국 전 서울 방배동 한국전통민요협회 사무실에서 최근 만난 이춘희 명창은 “경기소리가 서자 취급을 받다가 이제 안방을 차지하게 됐다”고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프랑스 음반과 프랑스 공연을 계기로 경기소리가 각국에 널리 심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리랑과 민요> 음반에는 그가 평생 부르고 또 불렀던 ‘긴아리랑’, ‘구아리랑’과 ‘아리랑’(본조 아리랑), ‘노랫가락’, ‘창부타령’, ‘노들강변’, ‘태평가’, ‘경기 12잡가’ 중 ‘유산가’ 등이 무반주 또는 담백한 연주로 실렸다. 이 음반은 세계적인 음반사 아르모니아문디의 유통망을 통해 유럽 등 60여개국에 출시됐다. 또 프랑스 ‘상상축제’에서는 피리 명인 최경만(67), 서도소리 명창 유지숙(51)씨와 함께 ‘아리랑’을 중심으로 경서도(서울·경기·평안·황해도) 민요를 선보인다.

그는 아직도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됐던 지난 2012년 12월5일 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본부 회의장을 잊지 못한다.

“등재여부를 모르니 축하 공연을 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날 오전부터 한복을 입고 11시간을 꼬박 기다렸어요. 그런데 회의장이 너무 엄숙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더라고요. 짧은 순간에 어떻게 하면 남의 귀를 깜짝 놀라게 해줄까 고민하다가 ‘아리랑’이 문화유산으로 확정됐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곧바로 ‘나를 버리고~’하며 소리를 띄우면서 무대로 걸어나갔습니다. 사람들 표정이 ‘오~’ 그러는 거여요. 그래서 신이 나서 2절까지 거푸 불렀어요. 노래를 끝내고 인사를 하는데 모두 나와서 사진 찍자며 감싸 안더군요.” 그는 “각국 대표들에게 ‘역시 아리랑은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믿음을 심어준 게 너무 영광스럽고 보람있었다”고 그날을 떠올렸다.

그는 18살에 ‘선소리산타령’ 예능보유자인 이창배 명창이 운영하던 ‘청구고전성악학원’에서 들어가 가곡과 시조, 십이잡가, 경기민요를 두루 배웠다. 그 뒤 1970년 경기민요 예능보유자인 안비취 명창의 수제자로 들어가 경기민요를 대표하는 명창이 되었다. 그는 “이창배 선생님한테 소리를 배웠고 안비취 선생님한테는 인생을 배웠다”며 “경기민요의 참 멋을 알려면 12일부터 열리는 ‘설립자들’ 공연을 놓치지 마시라”고 당부했다.

‘설립자들’ 공연은 대한제국 시절 고종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던 박춘재, 명창들의 스승인 이창배·안비취 명창 등 오늘날 경기소리 설립자들의 업적을 기리는 공연이면서 그들의 동상 건립을 위한 사업이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57호의 보유자로 있는 이춘희, 이은주 명창을 비롯하여 김혜란, 이호연, 김영임, 김금숙, 김장순 등 경기명창 및 그 문하생들이 총출연한다. ‘경기 12잡가’, ‘회심곡’, ‘경기민요’, ‘서울 굿’을 비롯하여 오늘날 확대된 경기소리의 다양한 갈래의 소리를 선보인다. “유리그릇 같은 투명한 것이 경기소리의 매력입니다. 물로 말하면 아주 맑은 물이라고 할까요? 섬세하기가 아주 아름다운 새 같기도 해요.”

정상영 선임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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