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팝페라가수 정세훈씨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부탁에 정씨는 ‘오버 더 레인보’를 불렀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몸 / 나의 몸
(16) 팝페라가수 정세훈의 성대
(16) 팝페라가수 정세훈의 성대
▶ 성대가 진동을 해서 내보낸 목소리는 코와 입, 얼굴 안에서 공명한 다음 몸 밖으로 나옵니다. 성대, 비강(코안 빈 공간), 구강, 입술, 혀의 구조와 형질에 따라 목소리는 달라지지요. 그래서 우리의 몸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악기입니다. 온몸을 떨어 음악을 연주하는 ‘성대’에 대해 생각해 보셨나요. 여성의 목소리로 노래하는 남성, 카운터테너 팝페라 가수 정세훈씨를 만났습니다..
취하게 하는 것은 술만이 아니다. 추운 겨울 한낮 눈이 부시게 반짝거리는 깨끗한 하늘빛이 그렇고, 한번 보고도 잊을 수 없는 누군가의 얼굴이 그렇다. 처음 맛본 음식의 맛도 정신을 홀린다. 어떤 소리도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붉은 입술 사이로 흘러나오는 사람의 목소리만으로도 시간을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목소리는 최고의 악기이자 제일가는 무기다.
설혹 아름답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음악을 연주하는 악기가 몸에 숨겨져 있다. 온몸을 부딪쳐 소리를 내는 성대 때문이다. 깊고 넓은 동굴 속에서 끌어오르는 울림은 태초에 음악이었을지 모른다. 나름의 고유한 떨림을 담았다. ‘한 쌍의 문’은 열렸다 닫혔다 하며 동굴 속 진실을 노래한다.
몸이라는 악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노래하는 사람’을 만났다. 2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의 라움아트센터에서 만난 팝페라가수 정세훈씨다. 정씨는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다 1999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테너에서 카운터테너로 인생의 방향을 재조정했다. 2002년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라울 역을 맡으며 대중에 널리 알려졌다. 2004년 독집 앨범 <컴퍼트>를 발매하고 2008년 카운터테너들이 자주 부르는 클래식곡을 담은 <네오클래식> 앨범을 발매했다. 개인적인 일로 잠시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활발한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거세로 소년 목소리 유지한 카스트라토
카운터테너는 여성의 음역대로 노래하는 남성 성악가를 말한다. 영화 <파리넬리>의 ‘울게 하소서’, 카치니의 ‘아베마리아’, 헨델의 오페라 크세르크세스 중 ‘옴브라 마이 푸’(라르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싱크 오브 미’ 등 여성 음역대의 노래를 훌륭히 소화한다.
노래하지 않을 때 정씨의 목소리는 앨범에 녹음된 목소리와 전혀 달랐다. 선이 굵은 남성의 소리였다. 정씨가 말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성대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들었다.
“말할 때는 진성으로 말하니까 남자 목소리가 나요. 그런데 노래할 때는 소리를 위로 띄우듯이 가성을 주로 쓰니까 소리가 다르죠. 아~.”
발성할 때 성대는 자동문처럼 나왔다 들어가며 움직인다. 숨을 들이마실 때 성대는 브이(V)자 모양으로 벌어진다. 그 사이로 숨이 들어간다. 일반적으로 말할 때는 성대의 면이 구부러져 움직이는데 이는 성대의 접촉을 넓고 부드럽게 하기 위함이다. 노래를 부를 때 성대의 움직임은 더 역동적이다. 얇고 가볍게 접촉하면서 빠르게 진동한다. 기계적으로만 생각하면 노래하는 이들은 성대라는 자신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연주자다. 성대음은 크게 진성과 가성으로 구분된다. 보통 목소리란 진성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두성, 흉성은 진성의 종류로 소리가 공명해 입천장과 머리 쪽 또는 가슴으로 전달되는 느낌을 줄 뿐 이 역시 성대에서 나는 소리다. ‘팔세토 창법’이라 불리는 가성은 성대의 진동하는 폭이 아주 좁고 빠르며 성대 접촉이 없는 상태로 내는 소리다. 일반적으로 가성을 사용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가성으로 고음을 내는 카운터테너에게 가성은 매일같이 기름칠을 해줘야 하는 기계와 같다.
카운터테너로서 정씨의 차별점은 진성으로도 찌르는 듯한 고음을 잘 낸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카운터테너’가 아닌 ‘카스트라토’ 음역대를 소화하는 팝페라가수라 정정하며 발성을 시연했다. 시연하는 정씨의 오른손 검지가 앞으로 쭉 뻗었다.
“현대 카운터테너가 여성 파트 알토 음역의 부드러운 가성을 주로 낸다면, 저는 과거 카스트라토처럼 고음을 진성으로도 낼 수 있는 점이 달라요. 영화 <파리넬리>의 카스트라토처럼 가성보다 더 날카롭고 힘이 있는 소리죠. 아~. 그래서 저는 카운터테너라고 불리기보다 카스트라토 음역을 소화하는 팝페라가수로 불리길 원해요.”
카스트라토와 카운터테너의 역사는 16세기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스트라토라 불리는 이들은 사춘기 이전에 거세를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소년의 목소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거세를 할 경우 생물학적으로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드는데, 그 때문에 성대의 순이 더 이상 자라지 않아 평생 소년의 작은 후두로 노래할 수 있다. 대신 가슴과 허파는 성장해 어른의 힘을 지니기 때문에 맑으면서도 힘이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여성의 소프라노 또는 알토 음역과 같은 소리를 낸다.
카스트라토의 출현은 여성이 교회에서 큰 소리로 노래 부르는 것을 금한 중세 시대의 원칙 때문이었다. 카스트라토의 최전성기인 18세기 이탈리아에서만 1년에 4000여명의 소년들이 거세당했다는 기록이 있다. 카스트라토의 소리는 화려하지만 자연을 거스른 인위적인 소리였다. 당대에 만연한 문화권력이 자행한 폭력이기도 했다. 1922년 숨을 거둔 알레산드로 모레스키를 마지막으로 카스트라토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아베마리아’ ‘싱크 오브 미’
여성 음역대 노래도 잘 소화하는
성악가 ‘카운터테너’ 정세훈
평소에는 선 굵은 남자 목소리가
노래할 땐 찌를 듯한 고음이 된다 선천적으로 좋은 성대에
연습으로 성대근육 단련
후두 내근·외근 특히 발달
“마음 전달되는 목소리 내주는
내 성대는 신이 내린 축복” 카운터테너는 거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스트라토와 신체의 변화가 같을 수 없다. 변성기와 사춘기를 보낸 카운터테너는 더 이상 카스트라토의 후두와 성대를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카운터테너가 카스트라토의 날카로운 진성 고음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씨는 거세 없이도 고음을 진성으로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카스트라토 소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성과 가성 가리지 않고 고음을 잘 내는 정씨의 성대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성악가라도 일반인과 다르게 특별한 구조의 성대는 없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가진 소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성대의 근육이 도톰하다고 했던 건 기억나네요.” 휴대용 가습기로 관리하는 성대 생리학적으로 타고난 목소리인자가 있다. 양쪽 성대가 대칭을 이루고 성대를 움직이는 근육(윤상갑상근·갑상피열근 등)이 강하며, 선택적으로 성대에 인접한 근육을 조절할 수 있는 경우 ‘타고난 성대’라고 부른다. 정씨를 10년 이상 봐온 민원식 오라셀이비인후과 원장이 노래하는 정씨의 성대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은 성대 주위에 있는 4개의 연골과 후두 외근, 후두 내근을 비롯해 여러 근육이 작용해서 소리를 내요. 사람마다 독특한 소리를 내는 이유는 이 근육의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이죠. 정세훈씨는 후두 내근과 외근이 특히 많이 발달해 있어요. 선천적으로 성대가 좋기도 하지만 반복된 연습으로 성대 주변 근육을 단련해왔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성대를 벌린 채로 소리를 내는 가성을 자주 쓰는 만큼 성대의 폭이 일반인보다 넓은 편이고요.” 박해미, 전수경, 박상원 등 뮤지컬배우의 목을 관리해온 민 원장은 노래 스타일에 따라 성대의 굳기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민 원장은 “허스키한 음성의 가수나 판소리하는 득음한 국악인들의 성대는 딱딱하게 굳은살이 박인 경우가 많지만 훈련에 따른 소리의 변화인 만큼 성대결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맑은 소리를 내려고 성대를 늘 촉촉하게 유지한다. 지난 12월 말 일본 공연에서 엔카 가수의 휴대용 가습기를 발견하고는 따라 구입해 사용중이라며 정씨가 말했다. “건조한 피부에 미스트를 뿌리듯 성대 관리는 생활이다. 맵고 짠 음식을 먹지 않는다. 술과 담배도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노래를 해온 터라 목 컨디션을 세심히 살피는 것은 프로 가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목소리는 나만의 주파수다. 기본 주파수는 성대 진동수를 말하는데, 20·30대 남성이 보통 크기와 보통 높이로 모음을 발성할 때 100~150㎐(헤르츠)이고 여성은 200~300㎐로 조금 더 높다. 노래할 때는 더 높은 주파수로 변한다. 주파수는 성대 크기와 길이에 따라 결정된다. 남성의 성대는 평균 2.0~2.3㎝이고 여성은 1.5~1.8㎝로, 성대 길이가 길수록 낮은 소리를 낸다. 여성인데 남성의 소리를 내는 이의 경우 성대 단축술을 통해 음역대를 바꿀 수 있다. 사람처럼 단어를 사용할 수 없지만 동물도 성대가 있다. 말을 한다는 것은 뇌와 혀와 입의 작용일 뿐이다. 양서류와 파충류는 입 뒤쪽에 있는 성문으로 공기를 밀어 넣어 ‘쉿’ 하는 소리는 낼 수 있다. 개구리의 개골거림은 성대주름 너머로 공기를 앞뒤로 통과시켜 내는 소리다. 조류는 기관지에 명관(울대)이 있어 지저귈 수 있다. 포유류는 인간처럼 성대 좌우에 공명하는 빈 공간(후두실)이 있어 울리는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유인원의 경우 이것이 가장 발달돼 있어 소리가 더욱 잘 난다. 개의 성대는 사람 성대와 유사하기 때문에 의과대학 동물실험에 개를 많이 사용한다. 문화가 산업이 되는 시대, 성대도 산업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성대를 많이 사용하는 가수, 성우, 배우 등에 대해 음성 정밀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추세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음성과 발성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 기획사에서 신인 가수나 뮤지컬배우를 발굴하는 기초 자료로 쓰기도 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중요 인물의 경우 성대 보험을 따로 들 수는 있지만, 보통 실손보험들도 다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가능성의 상실이다. 몸이라는 감옥에 목소리를 가두는 것이다. 박준희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후두암으로 소리를 잃어버린 일부 환자들은 생명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수술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요. 성대는 평소 당연히 있는 신체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조금만 상처가 나도 그 기능을 잃어버려요. 생각보다 미치는 영향이 큰 기관이에요.” 2006년 지독한 슬럼프로 한동안 무대에서 노래할 기회를 갖지 못한 정씨도 목소리를 잃어버린다는 의미를 남다르게 받아들였다. “부모가 먼저 자식을 떠나보내는 느낌이 이럴 거예요. 노래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우울증 치료도 받았고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했죠. 다 접고 상하이로 나가려고 했어요. 다시 노래하게 된 지금은 다시 많은 사람들한테 목소리로 평온을 주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프로 되려면 타고난 무언가가 필요해요” 정씨가 노래를 잘하는 건 순전히 ‘타고난 성대’ 때문일까. “사실 노래를 잘하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연습하면 누구나 잘 부르는 곡 하나쯤은 만들 수 있어요. 단, 아마추어일 때 그렇죠. 그런데 프로가 되려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해요. 재능을 선물받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동시에 정씨는 음악은 소리만이 아니라 소리에 얹어진 감성이라고도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수의 테크닉, 음의 피치가 얼마나 올라가는지만 관찰합니다. 음 이탈이 나는지 안 나는지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외국에 나가 보면 달라요. 음정이 불안하고 바이브레이션이 잘 이뤄지지 않아도 기립박수가 터져 나옵니다. 음악은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게 기본이에요.”
“정세훈씨에게 자신의 성대는 어떤 의미인가요?”
“최고죠. 신이 내린 축복이자 선물이죠. 물론 저보다 더 좋은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팬들이 저를 좋아해주는 이유는 목소리에 마음이 전달되어서인 것 같아요. 목소리에 얹어진 솔, 고통, 감성이 저를 있게 하는 거죠.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목소리라는 건 그런 의미 아닐까요?”
정씨는 다가오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신년음악회를 한다. 올해 4월18일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콘서트가 예정돼 있으며, 8월29일에는 정통 카운터테너 이동규씨와 예술의전당에서 듀엣 공연을 할 참이다.
목소리는 상대방을 향해 쏘는 하나의 화살이다. 성대는 이 화살을 쏘게 하는 활시위다. 정씨처럼 아름다운 화살을 가진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저마다 화살 하나씩은 갖고 있다. 매일 활시위를 수축하고 이완하면서 깊은 울림을 토하며 서로에게 닿는다. 화살에 독을 바르기도, 사랑의 표지를 달기도 한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여성 음역대 노래도 잘 소화하는
성악가 ‘카운터테너’ 정세훈
평소에는 선 굵은 남자 목소리가
노래할 땐 찌를 듯한 고음이 된다 선천적으로 좋은 성대에
연습으로 성대근육 단련
후두 내근·외근 특히 발달
“마음 전달되는 목소리 내주는
내 성대는 신이 내린 축복” 카운터테너는 거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카스트라토와 신체의 변화가 같을 수 없다. 변성기와 사춘기를 보낸 카운터테너는 더 이상 카스트라토의 후두와 성대를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카운터테너가 카스트라토의 날카로운 진성 고음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씨는 거세 없이도 고음을 진성으로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카스트라토 소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진성과 가성 가리지 않고 고음을 잘 내는 정씨의 성대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성악가라도 일반인과 다르게 특별한 구조의 성대는 없을 거예요. 어릴 때부터 가진 소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성대의 근육이 도톰하다고 했던 건 기억나네요.” 휴대용 가습기로 관리하는 성대 생리학적으로 타고난 목소리인자가 있다. 양쪽 성대가 대칭을 이루고 성대를 움직이는 근육(윤상갑상근·갑상피열근 등)이 강하며, 선택적으로 성대에 인접한 근육을 조절할 수 있는 경우 ‘타고난 성대’라고 부른다. 정씨를 10년 이상 봐온 민원식 오라셀이비인후과 원장이 노래하는 정씨의 성대에 대해 설명했다. “사람은 성대 주위에 있는 4개의 연골과 후두 외근, 후두 내근을 비롯해 여러 근육이 작용해서 소리를 내요. 사람마다 독특한 소리를 내는 이유는 이 근육의 움직임이 다르기 때문이죠. 정세훈씨는 후두 내근과 외근이 특히 많이 발달해 있어요. 선천적으로 성대가 좋기도 하지만 반복된 연습으로 성대 주변 근육을 단련해왔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성대를 벌린 채로 소리를 내는 가성을 자주 쓰는 만큼 성대의 폭이 일반인보다 넓은 편이고요.” 박해미, 전수경, 박상원 등 뮤지컬배우의 목을 관리해온 민 원장은 노래 스타일에 따라 성대의 굳기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민 원장은 “허스키한 음성의 가수나 판소리하는 득음한 국악인들의 성대는 딱딱하게 굳은살이 박인 경우가 많지만 훈련에 따른 소리의 변화인 만큼 성대결절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맑은 소리를 내려고 성대를 늘 촉촉하게 유지한다. 지난 12월 말 일본 공연에서 엔카 가수의 휴대용 가습기를 발견하고는 따라 구입해 사용중이라며 정씨가 말했다. “건조한 피부에 미스트를 뿌리듯 성대 관리는 생활이다. 맵고 짠 음식을 먹지 않는다. 술과 담배도 하지 않는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노래를 해온 터라 목 컨디션을 세심히 살피는 것은 프로 가수로서 갖춰야 할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나만의 목소리는 나만의 주파수다. 기본 주파수는 성대 진동수를 말하는데, 20·30대 남성이 보통 크기와 보통 높이로 모음을 발성할 때 100~150㎐(헤르츠)이고 여성은 200~300㎐로 조금 더 높다. 노래할 때는 더 높은 주파수로 변한다. 주파수는 성대 크기와 길이에 따라 결정된다. 남성의 성대는 평균 2.0~2.3㎝이고 여성은 1.5~1.8㎝로, 성대 길이가 길수록 낮은 소리를 낸다. 여성인데 남성의 소리를 내는 이의 경우 성대 단축술을 통해 음역대를 바꿀 수 있다. 사람처럼 단어를 사용할 수 없지만 동물도 성대가 있다. 말을 한다는 것은 뇌와 혀와 입의 작용일 뿐이다. 양서류와 파충류는 입 뒤쪽에 있는 성문으로 공기를 밀어 넣어 ‘쉿’ 하는 소리는 낼 수 있다. 개구리의 개골거림은 성대주름 너머로 공기를 앞뒤로 통과시켜 내는 소리다. 조류는 기관지에 명관(울대)이 있어 지저귈 수 있다. 포유류는 인간처럼 성대 좌우에 공명하는 빈 공간(후두실)이 있어 울리는 소리를 낼 수 있는데, 유인원의 경우 이것이 가장 발달돼 있어 소리가 더욱 잘 난다. 개의 성대는 사람 성대와 유사하기 때문에 의과대학 동물실험에 개를 많이 사용한다. 문화가 산업이 되는 시대, 성대도 산업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성대를 많이 사용하는 가수, 성우, 배우 등에 대해 음성 정밀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추세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를 대상으로 사전에 음성과 발성에 대한 검사를 시행해 기획사에서 신인 가수나 뮤지컬배우를 발굴하는 기초 자료로 쓰기도 한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중요 인물의 경우 성대 보험을 따로 들 수는 있지만, 보통 실손보험들도 다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목소리를 잃는다는 것은 어떤 가능성의 상실이다. 몸이라는 감옥에 목소리를 가두는 것이다. 박준희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후두암으로 소리를 잃어버린 일부 환자들은 생명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수술을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요. 성대는 평소 당연히 있는 신체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조금만 상처가 나도 그 기능을 잃어버려요. 생각보다 미치는 영향이 큰 기관이에요.” 2006년 지독한 슬럼프로 한동안 무대에서 노래할 기회를 갖지 못한 정씨도 목소리를 잃어버린다는 의미를 남다르게 받아들였다. “부모가 먼저 자식을 떠나보내는 느낌이 이럴 거예요. 노래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우울증 치료도 받았고 대인기피증을 겪기도 했죠. 다 접고 상하이로 나가려고 했어요. 다시 노래하게 된 지금은 다시 많은 사람들한테 목소리로 평온을 주고 싶다는 꿈이 있어요.” “프로 되려면 타고난 무언가가 필요해요” 정씨가 노래를 잘하는 건 순전히 ‘타고난 성대’ 때문일까. “사실 노래를 잘하는 법은 그리 어렵지 않아요. 연습하면 누구나 잘 부르는 곡 하나쯤은 만들 수 있어요. 단, 아마추어일 때 그렇죠. 그런데 프로가 되려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무언가가 반드시 필요해요. 재능을 선물받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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