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선의 사진전 ‘가정동에서-존재하지 않는 공간의 기록’
장수선 사진전 ‘가정동에서…’
인천 재개발 지역 2년의 기록
인천 재개발 지역 2년의 기록
장수선의 사진전 ‘가정동에서-존재하지 않는 공간의 기록’(사진)이 15일까지 인천 동구 사진공간 배다리, 한 점 갤러리 등에서 열린다. 같은 제목의 사진집도 전시에 맞춰 나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2011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인천시 서구 가정동의 재개발 지역을 기록한 것으로 유령도시처럼 보이는 사진들로 채워졌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폐가들도 그렇지만 특히 음습한 반지하의 내부는 재난영화나 공포영화의 스틸사진처럼 보이기도 하고 실제 발생한 대규모 재난현장의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보이기도 한다. 1986년 러시아의 체르노빌과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에선 방사능이 도시에서 사람을 몰아내 폐허를 만들었고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감기>나 2007년 미국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선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집에서 강제퇴거시거나 전멸시킨 원인이었다. 과연 인천시 가정동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평범한 동네였던 가정동은 2003년부터 재개발 소식이 들리다가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무지갯빛 전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프랑스 파리 부근의 신도시 라데팡스를 본따 고속도로, 지하철, 도로 등 교통시설은 지하 4층에 설치하고 지상에는 공원과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는 입체도시로 개발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그러나 2007년 토지 매입과 보상과 함께 삐거덕거리기 시작했고, 이주가 본격화된 2008년부터 공동화 현상이 일어났다. 1만2000채 이상이 빈집이 되면서 유령도시가 된 것이다. 곳곳에 쓰레기더미가 쌓이고 깨진 유리조각이 흩어져있으며 해충들이 들끓었다. 오죽했으면 서바이벌게임 동호회원들 사이에서 도심전투 체험 최적의 공간으로 한때 떠오르기도 했을까. 인천시 서구 가정동이 유령도시가 된 원인은 방사능이나 바이러스가 아닌 ‘재개발’이란 욕망이었던 것이다.
장수선은 곰팡이로 범벅이 된 반지하 주거공간에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냈다. 방문에 걸린 달력, 거실에 버려진 파란 축구공, 그리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붙여진 꽃밭 벽지 속 정체불명의 꽃과 나비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그리고 영화 속 재난공간들의 빈 도시들에서 보이는 흔적 못지않게 을씨년스럽고 황량하다. 철거 전 대규모 연립주택은 바닷속에서 발견된 전설 속 고대 문명의 유적지인 양 아련하고, 철거가 끝나고 땅에 덮어둔 비닐막은 재난현장의 거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장수선은 2011년 발표한 전작 ‘카타콤베’에서 빈 집 천장을 직설적으로 보여줬다. 이번 작품 ‘가정동에서’를 보자면 ‘폐허’, ‘철거’ 같은 그의 화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같다. 학의 모가지 같은 포크레인 등 재미있는 감상의 포인트를 사진에 하나씩 넣기 시작했다는 점에선 친절한 작가로 변모하는 모습이 반갑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