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조 헌정음반을 합작한 재즈 보컬 겸 색소폰 연주자 호세윤(오른쪽)과 그의 스승인 재즈 이론가 이판근 선생이 서울 청담동 재즈 클럽 ‘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 자세를 취했다.
‘맨발의 청춘’ 등 이봉조 노래
한국재즈의 대부 이판근 편곡
호세윤이 영어 노랫말로 불러
앨범 ‘K-재즈…’ 세계에 도전
한국재즈의 대부 이판근 편곡
호세윤이 영어 노랫말로 불러
앨범 ‘K-재즈…’ 세계에 도전
‘맨발의 청춘’, ‘떠날 때는 말없이’ 등으로 유명한 작곡가 이봉조(1931~87)의 곡들이 한국 재즈의 대부 이판근(77)의 편곡을 거쳐 재즈 음반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가요계 불멸의 전설과 재즈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만난 셈이다.
두 전설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한 이는 호세윤. 윤승호(52) 성균관대 스포츠과학대 학장의 또다른 이름이다. 호세윤이 노래하고 색소폰을 연주한 이봉조 탄생 80주년 기념 헌정음반 <케이-재즈, 더 비기닝 오브 어 뉴 스탠더드>는 우리 대중가요도 세계적인 재즈 스탠더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려는 도전이다.
윤승호는 1980년대 중후반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 유학 시절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의 클럽에 놀러 갔다가 재즈를 처음 접했다. 어릴 적 꿈이 음악인이었던 그는 재즈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국에 돌아와 교수가 된 뒤에도 틈틈이 색소폰을 배우고 재즈를 공부했다. 성균관대 재즈 동아리 ‘그루브’ 지도교수도 10년 넘게 맡아왔다.
2008년 윤승호는 재즈 이론가 이판근 선생을 찾아갔다. 강태환, 정원영, 김광민, 이정식 등 재즈 음악인뿐 아니라 김수철, 인순이, 심수봉 등 대중가수까지 3천여명이 사사한 재즈계 큰 스승의 문하생이 됐다. 스승은 “재즈 스탠더드에 미국·유럽은 물론 일본 곡도 있는데, 우리 가요는 없다. 젊은 음악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제자는 1년여 고민 끝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1960년대 트로트 일색이던 가요계에 재즈 화성을 접목해 숱한 히트곡을 남긴 이봉조. 한국방송 어린이합창단원이었던 어린 윤승호가 방송사에서 우연히 보고는 ‘나도 저렇게 멋진 사람이 돼야지’라고 마음먹게 만든 사람이다. 윤승호는 ‘맨발의 청춘’, ‘무인도’ 등 이봉조의 곡들을 골라 스승에게 편곡을 부탁했다. 여덟곡 중 절반 이상이 1950년대 하드밥(자유분방한 비밥 재즈를 좀더 대중친화적으로 다듬어낸 장르) 스타일로, ‘종점’, ‘사랑의 종말’ 등은 보사노바로 재탄생했다.
윤승호는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겨냥해 노랫말을 영어로 바꾸기로 했다. 여섯 달 동안 원곡 작사가 본인 또는 저작권을 물려받은 유족을 일일이 찾아 허락을 구했다. 이렇게 영어 노랫말을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애초 앨범 프로듀싱과 색소폰 연주만 하려 했던 윤승호는 남자 재즈 보컬을 찾았지만, 국내에선 찾기가 어려웠다. 그가 가이드 보컬로 임시 녹음한 걸 들은 스승은 “직접 보컬도 해보라”고 권했다. 스승의 명을 거부할 수 없었던 제자는 마이크를 잡았다. 이동기(클라리넷), 신동진(색소폰), 유영수(드럼) 등 원로 음악인과 이지영(피아노) 등 신예 음악인이 호흡을 맞춰 연주했다.
윤승호는 “원곡을 부른 정훈희·최희준·차중락·김추자·윤복희 등 대가들을 결코 넘어설 수 없는 만큼 나만의 감성으로 완전히 다르게 불렀다”고 했다. 스승은 “재즈 음악인이 갖춰야 할 다섯가지 덕목인 직관, 음감, 감성, 지식, 습관(연습)을 호세윤이 모두 갖추고 있다”며 제자를 치켜세웠다.
지난 6월 음반을 완성한 윤승호는 미국 30개 도시의 라디오 방송사 60곳에 음반과 편지를 보냈다. 예닐곱 군데에서 “당신 음악을 방송했다. 음악이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미국 내 음반 유통은 쉽지 않았다. 국내 유통은 더 막막했다. 윤승호는 집에 쌓아놓은 음반들을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의 부인인 방송인 김미화가 손을 꼭 잡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그러다 재즈평론가 남무성, 음악평론가 이헌석 등 음반의 가치를 알아본 이들의 도움으로 길이 트였다. 음반사 론뮤직과 유통 계약을 맺고 오는 27일 정식 발매하게 된 것이다. 윤승호는 “조만간 음반 쇼케이스를 열고 일본 진출도 시도해 두 전설의 만남과 우리 음악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난 6월 음반을 완성한 윤승호는 미국 30개 도시의 라디오 방송사 60곳에 음반과 편지를 보냈다. 예닐곱 군데에서 “당신 음악을 방송했다. 음악이 좋다”는 답변이 돌아왔지만, 미국 내 음반 유통은 쉽지 않았다. 국내 유통은 더 막막했다. 윤승호는 집에 쌓아놓은 음반들을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그의 부인인 방송인 김미화가 손을 꼭 잡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그러다 재즈평론가 남무성, 음악평론가 이헌석 등 음반의 가치를 알아본 이들의 도움으로 길이 트였다. 음반사 론뮤직과 유통 계약을 맺고 오는 27일 정식 발매하게 된 것이다. 윤승호는 “조만간 음반 쇼케이스를 열고 일본 진출도 시도해 두 전설의 만남과 우리 음악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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