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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내 맘속 많은 ‘나’ 중에 ‘루저’ 증폭시켜 연기했어요

등록 2011-07-19 20:37

배우 배성우(39)
배우 배성우(39)
연극 ‘아시안스위트’ 출연 배우 배성우
웃긴 조연·악랄한 악당 소화 영화·연극서 ‘존재감’ 확장
옛 애인에 얹혀사는 중년역 헛기침만으로 폭소 이끌어
영화 <미쓰 홍당무>(2008)에서 양미숙(공효진)의 억울한 하소연을 들어줘야 했던, 결국 그를 병원에 들이지 말라고 간호사에게 은밀히 당부하던 불쌍한 피부과 의사를 기억하는가. 아니면,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에서 김복남(서영희)을 수시로 성폭행하던 무지막지한 시동생 ‘철종’이 생각나는가. 닮은 구석이라고는 없는 이 두 캐릭터는 모두 배우 배성우(39)가 만들었다. 그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모비딕>에서는 열혈 사회부 기자 이방우(황정민)를 돕는 어눌한 부동산 중개업자로 출연해 ‘신 스틸러(작은 비중에도 주연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주는 조연 배우)’ 구실을 톡톡히 하기도 했다.

지난 18일 서울 동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사람에게는 여러 성격이 다 들어 있고, 작품 안에서 설정된 캐릭터를 극대화해 표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느긋한 표정과 능청스러운 말투. 그는 실제론 ‘착한 루저’에 가까워 보였다.

배성우는 23일부터 31일까지 한번 더 공연하는, 재일동포 정의신 작가의 연극 <아시안스위트>에 출연한다.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4일까지 처음 공연한 이 연극에서 그는 아내에게 쫓겨나 옛 여자친구 치요코의 가게에 얹혀사는 ‘아사다’ 역을 맡아 역시 독특한 ‘루저’ 연기를 펼쳤다. 지난달 나란히 선보인 영화와 연극에서 ‘찌질한 느낌 자체가 사람으로 변한 것처럼’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만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이다. 공연 전 연습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정의신 작가가 그에게 “좀더 코믹하게 할 것”을 주문하자, 치요코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우스꽝스럽게 헛기침을 하는 모습 등을 즉석에서 만들어 냈다. 실제 공연장에서 관객들은 그의 몸짓 하나, 대사 한마디에 폭소를 터뜨린다.

<미쓰 홍당무>로 시작한 영화에서는 조연급이었지만, 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정식 데뷔한 배성우는 연극 무대에서 알아주는 배우다. 지난해 문근영이 출연해 화제가 된 연극 <클로저>는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 지난 5월까지 앙코르공연한 <트루웨스트>에서도 강렬한 연기로 주목받았다. “매력 있는 역할이면, 주연이건 조연이건 상관없죠. 영화는 티켓파워를 무시할 수 없으니까 지금 제 인지도로는 더 큰 역을 맡기가 힘들고요. 연극이건 영화건 가리지 않고 하고 싶어요. 영화를 하는 게 연극에 도움이 되고, 연극을 하는 게 영화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연극을 주로 하다 영화까지 관심을 돌리게 된 배경을 묻자 “무대 연기를 하다가 영화를 할 수도 있고, 그건 개인의 선택”이라고 했다. “직업이니까, 보수가 더 괜찮기도 하고 또 얼굴이 알려져야 연극을 해도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수 있지 않으냐”는 솔직한 대답이었다.

군대를 제대한 뒤 뒤늦게 대학(서울예전 연극과)을 졸업하고 “다른 일을 할 게 없어서” 연기를 시작했다는 그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자기 중심이 잘 잡힌 좋은 사람이자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진지하게 말한다. “출연한 영화들이 완성도에 비해 관객을 끌지 못해 아쉽다”는 그는 올 하반기 새 영화 두 편과 텔레비전 드라마에도 출연할 계획. 서울 대학로 학전 소극장 무대에 자주 선 배성우가 설경구, 김윤석, 황정민 등 ‘학전 출신 스타 배우’의 계보를 이을지 주목된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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