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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사라문 사진전 “트레 비앙(Tres bien,멋지군요)”

등록 2009-10-05 14:44수정 2009-10-05 15:41

프랑스 관람객 아흐로 리슈와 부인 미셀 에투먼. 여경구씨 제공
프랑스 관람객 아흐로 리슈와 부인 미셀 에투먼. 여경구씨 제공
프랑스인 부부 아흐로 리슈·미셀 에투먼
“전시장 들어오자 고향에 푹 빠진 느낌”
부부는 아무 말 없이 사진을 오랫동안 응시한다.

아내가 한 흑백 사진 앞에서는 조용하지만, 너무 반가운 탄성을 지른다.

“나 여기 가 본 적 있어”

프랑스 중부지방의 빌랑드리 초원을 담은 사진이다.

<사라 문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예술의전당 브이갤러리에 지난 1일 외국인 부부가 사라 문이 연출한 이미지의 미학을 탐닉하고 있다.

이 부부는 사라 문과 같은 국적인 프랑스에서 온 교수들이다.

남편 아흐로 리슈(43)는 외국어대와 서울대에서 프랑스 경제를 강의하고 있다. 부인 미셀 에투먼(43)은 한양대에서 프랑스언어와 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2년전에 한국에 온 부부는 사라 문의 한국 전시 개최 소식이 너무 기뻤고, 손꼽아 전시장 갈 날을 기다렸다고 한다.


부부는 5년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사라 문 전시를 함께 본 적이 있기에 한국에서 만나는 사라 문이 더욱 반갑다고 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프랑스 고향 속으로 푹 빠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진에 언뜻 언뜻 보이는 장소뿐 아니라 어두운 실내조명과 애절한 아코디온 소리가 울려 퍼지는 실내 음악 등이 향수를 크게 불러 일으켰습니다.”

남편 리슈 교수는 한국에 프랑스를 대표할 만한 문화 상품이 없어 아쉬웠는데, 그런 아쉬움을 <사라문 사진전>이 달래줬다고 한다.

부인 에투먼 교수는 사라 문 사진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사라 문 사진은 낯설기도 하고, 전통적이기도 하고, 매우 프랑스 적이기도 합니다.그런 사라 문의 사진이 서울 한 복판에서 전시되는 것에 대해 자랑스럽군요.”

전시장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는 사라 문이 직접 연출한 15분짜리 영상물 `서커스‘에 대해 물어 보았다.

“왜 굳이 사라 문이 서커스를 사진으로 찍고, 영상물로 만들었을까요?”

침착하고 은은한 목소리의 리슈 교수가 이렇게 답변한다.

“서커스는 전통적인 서양문화입니다. 난 어릴때부터 서커스를 보며 컸죠. 그래서 이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들리는 아코디온 소리에 매우 익숙해요. 마치 한국인들이 전통의 농악 연주나 사물놀이 연주를 들으면 느끼는 그런 아늑함이라고 할까요. 서커스는 예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됩니다. 그러나 광대나 연기자들이 입는 옷들은 시대에 따라 변합니다. 아마도 사라 문은 자신이 살던 시대의 서커스 의상이나 패션을 자신의 작품에 표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부인 에투먼 교수가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부드럽게 외친다.

“트레 비앙(Tres bien,멋지군요)"

사라문 사진전을 찾은 장준영(23)병장.
사라문 사진전을 찾은 장준영(23)병장.

‘국군의 날’ 군인·추석 맞이 ‘한복 관람객’ 무료 입장

지난 1일은 국군의 날. 이날은 현역 군인은 무료로 관람이 가능했다.

휴가 나온 현역 군인이 사진전에 올 정도의 문화적 욕구를 갖고 있다면 무료 관람할 자격이 충분히 있을 것이다.

이날 무료로 관람한 현역 군인은 모두 15명.

장준영(23)병장도 그 중 한명이다.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에 2년 다니다가 입대한 장 병장은 주변에 그림을 전공하는 친구들이 많아 자연스럽게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고, 틈 나는대로 그림과 사진 전시회를 찾아 본다고 한다.

김 병장이 말하는 사라 문 사진전은 이렇다.

“지금까지 본 다른 사진전은 사진 하나 하나가 표현을 했으나, 이번 사라 문 사진 전의 사진들은 여러 사진이 뭉쳐서 하나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느낌은 마치 꿈을 꾼 듯한,,,,그래요, 그건 몽환적인 느낌입니다.”

시를 쓴다는 김 병장은 전시된 작품 가운데 도심 속에서 한 소녀가 나무에 둘러싸인 동화같은 이미지의 <모건>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고 한다.

한복을 입고 사진전을 관람한 박여진(25)씨.
한복을 입고 사진전을 관람한 박여진(25)씨.

지난 3일, 이날은 추석. 한복입은 관람객은 입장료가 면제됐다.

사라 문이 패션 사진의 살아있는 신화 이기에, 한국 고유의 명절에 전통의 패션인 한복을 입고 전시장을 찾는다는 것은 사라 문 작품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노란 빛깔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시장에 나타난 박여진(25)씨는 사라 문 작품의 칼러가 인상적이기에 마음먹고 한복차림에 전시장을 찾았다.

대학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관련 기업에 취업했던 박씨는 지금은 ‘백수’이다.

“사라 문 사진의 강렬한 이미지는 그동안 이곳 저곳에서 만났던 것 같아요. 당시엔 누구의 작품인지 모르고 지나갔는데,,”

박씨는 처음엔 사라 문의 컬러 사진이 인상적이었으나, 흑백 사진이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이 있어요“라며 <뉴욕>이라는 작품을 추천한다.

“이마도 사라 문 작가의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것 같아요. 모든 문화적 창작력의 기본은 상상력이잖아요.”

박 씨는 같이 온 친구의 손을 잡고 전시장 밖의 포토존에 서서 수줍은 웃음을 짓는다.

사라 문이 찍은 샤넬 옷을 걸친 초록 색 모델의 뒷태에 노랑 한복이 강렬하게 맞선다.

글 사진/이길우 기자(한겨레 사업국장)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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