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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류 원조’ 김덕수패 30년 만에 다시 뭉쳤다

등록 2008-03-03 10:21수정 2008-03-03 10:47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 기자간담회 열려 = 21일 오후 공간사랑에서 열린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사물놀이 원년멤버 징-남기문(왼쪽부터), 장구-김덕수, 꽹과리-이광수, 북-최종실이 화려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 기자간담회 열려 = 21일 오후 공간사랑에서 열린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사물놀이 원년멤버 징-남기문(왼쪽부터), 장구-김덕수, 꽹과리-이광수, 북-최종실이 화려한 연주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달 6·7일 세종문화회관서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

지난 2월14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충무아트홀 지하 연습실에 네 명의 남자가 한데 모였다. 장구, 북, 징 꽹과리를 든 이들은 이내 능숙하게 빠른 장단을 쏟아냈다. 30년 전 서울 종로구 원서동에 위치한 10평 남짓한 문화공간인 ‘공간사랑’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들은 3월 6~7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사물놀이 탄생 30주년 기념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었다. 김덕수(장구·56) 이광수(쇠·56) 최종실(북·54)씨와 작고한 김용배(1953∼86년)씨를 대신해 남기문(징·50)씨가 다시 뭉친 건 1994년 ‘국악의 해’ 공연 이후 14년 만이다. 남기문씨는 86년부터 김용배씨 자리를 채워왔다.

“만나니까 행복하네. 오랫동안 같이 활동했지만, 30주년 기념공연을 함께 한다니, 힘도 나고.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값진 자리잖아.”(최종실)

“그렇지. 바로 우리가 한류스타의 원조, ‘코리안 비틀스’잖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인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심금을 울렸지. 우리의 30주년 발걸음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도록 완벽한 연주를 들려주자고.”(이광수)

‘코리안 비틀스’라는 이광수씨의 말에 순식간에 이들의 입가에서 웃음보가 터졌다. 세월이 세 번 바뀌는 동안 추억과 우정, 소리 등을 함께 나눠온 동료들은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0년은 부침의 세월이었다. 대대로 일 하면서, 마을 잔치에서, 장례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이 땅의 사람들의 가슴 속 장단과 어우려졌던 풍물은 어느 순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반부터였다. 5~6살 때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남사당패 활동을 하던 이들은 졸지에 ‘무대’를 잃었다.

“1960년대 중반이 되면서 농악 공연이 다 없어졌어요. 1970년대 들어서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향락퇴폐 문화로 낙인찍히고, 일부 전통문화는 무형문화재를 통해 보존 쪽으로 갔죠. 마당이 사라지니까 일터가 없어졌어요. 결국 사물놀이는 그 시대를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산물이었죠.”(김덕수)


■ “사물놀이는 1세대 한류…우리는 ‘코리안 비틀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종실, 김덕수, 남기문, 이광수 씨. 사진 크레디아 제공.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종실, 김덕수, 남기문, 이광수 씨. 사진 크레디아 제공.
새옹지마, 전화위복이다. 사물놀이는 “아무데서나 놀이를 못하게 하는 현실을 탈피해 보자”고 나선 일군의 20대 젊은이들에 의해 현대화와 중흥의 계기를 맞는다. 그래서 사물놀이는 김덕수, 이광수, 최종실, 김용배씨에 의해 1978년 만들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그때는 ‘사물놀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민속학자 심우성씨는 그때 들의 연주를 우연히 본 뒤 ‘사물(四物)놀이’라 명명했다. 그 이후부터 징, 꽹과리, 북, 장구 등 4개의 민속 타악기가 어울리는 공연이 ‘사물놀이’라는 이름으로 안착됐고, 더불어 사물놀이는 대중으로부터 폭발적 사랑과 인기를 누렸다. 1982년 미국 댈러스에서 열린 ‘세계타악인대회(PASIC)에서 사물놀이를 처음 접한 세계인들도 열광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이들은 꽹과리, 징, 장고, 북을 들고 5대양6대주를 누빌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로부터 “세계를 뒤흔든 혼의 소리”라는 찬사를 받았다. 1983년 이후 LA, 뉴욕, 도쿄, 베를린 등 전 세계에 사물놀이 캠프가 세워졌다.

1990년 북한에서의 공연은 남과 북을 하나로 이어주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브리태니커백과사전에 ‘사물놀이’가, ‘사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사물노리안(samulnorian)’이 등록되기에 이른다. 김덕수씨는 “사물놀이는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며, 그동안 클래식, 재즈와 록, 힙합과 테크노,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과 교류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사물놀이’에 대한 인식은 척박한 수준이다. 김덕수씨는 “얼마 전 KBS2텔레비전에서 하는 <도전 골든벨>을 보니, ‘사물놀이에 사용되는 네 가지 타악기를 말하라’는 50번째 문제를 맞히지 못해 결국 골든벨을 울리지 못하더라고요. 그렇게 똑똑한 아이도 사물놀이를 모르더라구요”라며 “제가 직접 제작진에 다른 문제를 만들어 제출했어요”라고 한 사례를 들었다.

1984년 고 김용배씨가 국립국악원으로 떠나자, 멤버들은 차례로 독립했다. 그나마 혼자 남은 김덕수가 사물놀이 ‘한울림’을 창단한 뒤 다양한 퓨전 무대를 선보이며 명맥과 유명세를 이어왔다.

‘명성’과 ‘인기’에 ‘책임감’은 비례한다. 다섯 살 때인 1957년 충남 조치원 장터 무대에 선 뒤 50년째 장구채를 잡고 있는 김덕수를 비롯해 이들이 공연 욕심을 버리면서까지 대학 등에서 후학 양성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덕수는 지금껏 한울림예술단을 창단해 국내외를 누비며 신명나는 우리 가락을 알려왔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는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종실씨와 이광수씨도 중앙대와 대불대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김덕수씨는 “‘농악’과 ‘사물놀이’에는 우리 고유의 유전적인 신명이 녹아 있다”며 “사물놀이야말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유 가락이며 클래식, 재즈, 월드뮤직 등 다른 장르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공연 및 후학 양성 외에 피아노의 <바이엘> 같은 기초적인 교육자료를 만드는 일에도 열심이다. 김덕수씨는 “세계의 모든 학교에서 음악시간에 우리의 가락이 울려 퍼지는 길이 열리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했던 것들이 원형대로 후대에까지 전해지도록 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세계 문화시장에서 우리의 장단이 주류로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그 신명을 한층 더 승격시키는 방안들이 뭐가 있을까 고민중”이라고 전했다.

■ “사물놀이 전용 공간 만들어 풍물 세계화 전진기지로!”

1978년 공간사랑에서 공연할 때의 모습. 왼쪽부터 이광수, 김덕수, 최종실, 고 김용배씨. 사진 크레디아 제공.
1978년 공간사랑에서 공연할 때의 모습. 왼쪽부터 이광수, 김덕수, 최종실, 고 김용배씨. 사진 크레디아 제공.
현재 이들은 사물놀이기념사업회를 만들고, 전용극장과 기념관·교육장·체험관 등이 들어선 종합적인 문화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사물놀이의 세계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다. “전용 사물놀이 공간을 만들자면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상설공연장을 마련하려고 추진중입니다. 그 이후에 공연장, 교육실, 연습실, 박물관 등의 장소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입니다”(김덕수)

30년 세월에 20대 사물놀이패는 어느덧 환갑 문턱에 섰다. 얼굴에는 주름이 잡혔고, 머리엔 서리가 희끗희끗 내려앉았다. 시간이 넉넉지 않다. 마음은 조급해진다. 실력, 내공은 30년 전보다 나아졌지만,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넷이서 공연으로 사물놀이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이다.

“가능하면 국내에서 공연을 많이 하려고 해요. 우리의 활동과 공연들이 책과 영상으로 기록되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1년에 20회 공연을 해도, 앞으로 10년 동안 200회밖에 안됩니다. 이제는 누군가가 느닷없이 쓰러질 수도 있는데,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더욱 분발해야죠.”(김덕수)

“30주년 공연을 준비하면서 원년멤버의 자부심이랄까. 연습을 더욱 충실히 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 같은 게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아마 저는 북을 잡을 것이고, 지금처럼 후학들 양성에 힘쓸 것입니다.”(최종실)

“우리 문화가 하나둘씩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번 공연이 사물놀이뿐아니라 우리 전통문화에 대해 환기를 시켰으면 합니다. 젊은이들이 우리의 소리를 듣고, 자극을 받는 것 말입니다.”(이광수)

30주년 기념공연은 20세기 한국음악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었던 사물놀이가 21세기에 다시 한번 발돋움하는 소중한 자리가 될 겁니다.”(남기문)

왼쪽부터 이광수, 최종실, 남기문, 김덕수 씨. 사진 크레디아 제공.
왼쪽부터 이광수, 최종실, 남기문, 김덕수 씨. 사진 크레디아 제공.
■ 원년멤버가 선사하는 ‘감동’과 ‘신명’의 무대 열린다

3월6~7일 공연에선 이들이 지금껏 갈고 닦은 ‘원년 멤버’의 내공과 실력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길잡이를 시작으로 삼도설장구가락, 삼도농악가락, 판굿, 명인 개인놀이 등 ‘사물놀이’ 오리지널 레퍼토리만 골라 선보인다. 또한 30년 동안 이들과 인연을 맺었던 아티스트와 함께 꾸미는 무대도 마련돼 있다. 30년 전 이들의 공연 모습을 담은 영상 등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에 ‘사물놀이 글로벌 드림팀’으로 뭉친 네 사람은 이어 국내 7~8개 도시를 찾아가는 지방순회 공연도 한다. 2009년까지 미국과 유럽 등을 도는 순회공연도 할 예정이다. 공연문의 및 예약 : 1577-5266 클럽발코니.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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