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이엔터컴 제공
4집 수록곡 ‘발레리노’ 화제
경험 담은 쉬운 가사·멜로디 특징
“사회 이야기만 하란 법 있나요”
경험 담은 쉬운 가사·멜로디 특징
“사회 이야기만 하란 법 있나요”
힙합듀오 리쌍. 외모로만 보면 꽃미남이 아니라 ‘조폭’에 가깝다. 춤도 어깨를 들썩이는 게 전부다. 그렇지만 힙합계에서 이들의 힘은 대단하다. 몇만장만 팔려도 히트로 치는 요즘, 리쌍은 내는 음반마다 10만장을 기본으로 넘긴다. 한 두곡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는 게 아니라 대부분 노래들이 고른 인기를 누린다. 히트곡만해도 <러시> <플라이 하이> <인생은 아름다워> <리쌍 블루스> <내가 웃는 게 아니야> 등 여럿이다. 이번에 낸 4집 <블랙 선>도 인기 순항중이다. 타이틀곡 <발레리노>는 온라인 음악시장에서 한달 넘게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인터넷 미니홈피사이트 싸이월드에서만 지난달 한달 동안 17만3천건이 팔렸다. 그야말로 ‘리쌍의 전성기’다.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나누는 화제거리가 주로 사랑 얘기잖아요. 그게 인기 비결인 것 같아요. 힙합에다 멜로디를 넣은 것도 그렇고요. 사실 어디에서건 사랑 얘기가 빠지면 재미없으니까.”(길·29) “사회적인 메시지는 음악을 만드는 우리도 지쳐요. 우리가 곡을 쓴다고 해서 바뀌는 것도 아니고, 음악에서까지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잖아요?”(개리·30)
리쌍은 비주류인 힙합을 주류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그룹이다. 쉽고 친숙한 가사와 감미로운 멜로디로 힙합이 주는 거부감을 없앴다. 개리와 길의 목소리는 굵고 남성적이지만 비엠케이, 정인, 알리 등이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독특한 매력을 더했다. 데뷔 초 <조까라마이싱>을 통해 거친 욕설로 표절 가수와 가식이 넘치는 사회를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이 본격적으로 ‘뜨게’ 된 것은 이후 음반들이었다. 자전적인 연애담을 노랫말에 녹인 것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은 덕분이다. 2집 <리쌍 블루스>에 이은 3집 <내가 웃는 게 아니야>는 이들을 인기스타로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이번 4집은 이전 음반들의 순탄한 연장선은 아니었다. 좀처럼 맘에 드는 음악이 나오지 않아 고비가 온 것이었다. 이들은 성공을 뒤로 하고 옥탑방(개리)과 지하실(길)로 숨어들었다. 4집 수록곡으로 빈부격차를 꼬집는 노래 <부자 프로젝트>가 그 결과물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강해질 리쌍표 힙합을 미리 점쳐보게 만드는 음반이다. “다음 음반은 90년대 초반 활동했던 우탱클랜,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투팍 등 저희가 유명해지기 전에 즐겨 들었던 거친 하드코어 힙합을 소개하고 싶어요.”(개리) “국내에서 활동하는 힙합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하는 기념비적인 앨범이 될 겁니다.”(길)
리쌍의 변함없는 바람은 힙합이 더 많이 들려지고, 알려지는 것. 이들이 에픽하이, 윤미래, 바비 킴, 드렁큰 타이거 같은 오랜 친구들과 ‘무브먼트크루’를 결성해 꾸준히 활동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못 나갈 때, 힘든 시절에 만난 친구들인데, 지금은 하나 같이 잘 됐죠. 친하게 지내고 있고, 더 친하게 지내기 위해 만들었어요. 같이 무대에 서고, 노래를 부르면 절로 흥이 나요. 우리 음악, 불법으로 음악 다운받아 들어도 됩니다. 다만 들어보고 괜찮다 싶거나, 또 듣고 싶으면 사서 들어주세요.”(개리)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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