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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영원한 디바’ 정훈희가 돌아온다

등록 2007-06-21 17:52수정 2007-06-21 19:12

‘영원한 디바’ 정훈희
‘영원한 디바’ 정훈희
78년 ‘꽃밭에서’ 뒤 첫 독집 준비
이영훈·윤상 등 실력파 작곡가 참여
“나이 들수록 목소리 더 좋아져요”
1970년, 도쿄국제가요제. <댄싱 퀸>으로 유명했던 스웨덴 최고 그룹 아바도 참가한다. 그러나 상은 받지 못하고 돌아간다. 한국의 정훈희. 아바도 빈손이었던 이 가요제에서 가수상을 받았다. 6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정훈희(57)는 ‘국가대표’ 가수였다. 도쿄가요제는 물론, 72년에는 그리스가요제, 75년에는 칠레국제가요제 등에 도맡아 나갔고, 매번 상을 타왔다.

그 정훈희가 올해로 데뷔 40주년을 맞는다. 그가 데뷔한 1967년은 대중음악계에서는 뜻깊은 해다. 핑크 플로이드 그리고 도어스와 지미 헨드릭스, 벨벳 언더그라운드가 데뷔한 해다. 바로 그해 우리나라에선 ‘디바’ 정훈희가 나왔다. 전성기 정훈희는 가수들 사이에서도 노래 잘하는 가수로 꼽히며 활발하게 가요계를 누볐다. 그러나 이후 가수 인생 후반 20년 동안은 그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미국으로 이주하기도 했고, 부산에서 카페를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았다. 지난해가 되어서야 남진, 최백호 등과 열심히 가수협회 활동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올해, 그가 오랜 공백을 깨고 돌아온다. 78년 <꽃밭에서> 이후 처음으로 독집 음반을 준비중이다.

열심히 음반을 준비하고 있는 정훈희는 바쁘면서도 즐거운 표정이었다. “협회활동과 음반 작업을 동시에 하려니까 살찔 겨를이 없어요. 한때 네 끼씩 먹어 53㎏까지 늘렸는데, 지금은 50~51㎏ 수준이에요. 다시 네 끼를 먹어야겠어요.” 활짝 웃는 얼굴은 40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긴 파마머리, 큰 눈, 갸냘픈 몸매도 여전하다.

‘영원한 디바’ 정훈희
‘영원한 디바’ 정훈희
“가시나 쪼깐한게 건방지게 노래 잘하네”=데뷔는 운명처럼 찾아왔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7살, 방학을 맞아 밴드마스터인 삼촌을 따라 서울에 올라가 한 호텔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 때 우연히 작곡가 이봉조씨가 노래를 들었다. <안개>를 만들어놓고 부를 가수를 찾던 이씨의 귀가 번쩍 뜨였다. “가시나 쪼깐한게 건방지게 노래 잘하네”. 이씨는 선뜻 곡을 건넸고, 이봉조-정훈희 콤비는 그렇게 시작했다.

이후 히트곡이 쏟아졌고, 국제가요제에 잇따라 입상하면서 그는 ‘디바’라는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75년 위기가 왔다. 이른바 공연정화법 규제로 가수 80% 이상이 잡혀들어간 대마초 파동에 그도 끼고 말았다. 인생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당시에는 담배처럼 대마초를 피워댈 때였는데, 가수들이 무더기로 무대에서 사라졌죠. 그거 아세요? 유일하게 저만 훈방으로 나온 것이요.”

이름은 너무나 유명한 정훈희지만 실제 그가 활동한 햇수는 뜻밖에도 10년이 채 못된다. 대마초 파동 탓에 6년 동안 노래를 할 수 없었다. 설 무대를 잃자 꿈도 조각났다. “81년 규제가 풀렸지만, 섭섭함이 컸어요. 죽기살기로 노래해도 사소한 것으로 버림을 받는다는 좌절감. 노래는 언제든지 다시할 수 있으니, 가수가 아닌 인간 정훈희의 길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 뒤 가스펠과 골든히트 음반, 남편 김태화와 함께 낸 <우리는 하나>를 빼곤 정규음반은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안개> <무인도> <꽃밭에서> 같은 노래들과 군더더기 없이 맑고 고운 목소리는 대중들의 기억속에 살아있었다.

“트로트 각광받지만, 내 발라드를 버릴 수 없었다”=마음만 고쳐먹었다면, 최근까지 정훈희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트로트가 큰 인기를 끌면서 그 또래의 가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애절하면서도 가녀린 그의 목소리는 트로트에도 어울릴 법했다. 그렇지만 그는 변신을 거부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다가 눈을 돌려보니 90년대는 트로트 아니면 힙합이었어요. 나이 마흔을 넘긴 아줌마가 고를 것은 트로트 밖에 없었죠. 그래도 가수로 살아남기 위해서 트로트를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살아남기 위해 내 장르를 포기하는 것은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안되잖아요.” 물론 그는 트로트를 좋아한다. 지금도 집에서 흥얼거리는 건 이미자나 최숙자의 노래들이다. “지금은 흔들고 노래하고 잊어버리는 트로트만 있어서 아쉬워요.”

“요즘 가수들, 노래실력 갈고 닦는데 인색”=이번 음반은 햇수로는 30년 만이다. ‘정훈희가 돌아온다’는 것 이상으로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이영훈, 윤상, 윤종신, 추가열, 김태원 등 쟁쟁한 작곡가들이 힘을 보탠다는 점이다. “젊은 가수들이 표본으로 듣는 음반을 내고 싶은 욕심이 있긴 해요.” 그의 표정에선 행복감이 묻어났다. 남편 김태화도 25년만에 음반을 낸다. “우리 부부는 참 축복받았어요. 고목이 꽃을 피운다고 할까요?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가 더 좋아졌고, 발라드와 록이라는 음악적 자존심을 버리지 않고 내는 음반이니까요.”


실력파 작곡가들의 노래가 정훈희의 목소리를 만나 어떠한 상승효과를 일으킬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직 녹음은 들어가지 않았는데 앞서 이영훈의 음반 <옛사랑>에 들어간 ‘사랑이 지나가면’을 30분만에 녹음한 것을 보면 곡만 모아지면 녹음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듯하다. 음반은 그의 목소리와 어울리는 계절, 가을에 나온다. “예전엔 노래 중간에 끊어 녹음하는게 어딨어요? 그냥 한곡 좍 부르고 끝냈지. 난 지금도 2~3시간 노래해도 목이 가거나 하지 않아요. 그런데 요즘가수들은 목소리를 갈고 닦기보다는 오락프로그램 출연하기 바쁘잖아요. 음반요? 많이 팔리지 않겠죠. 크게 기대하지도 않아요. 그래도 제 음악을 사랑하고 기억해줬던 분들에겐 감회가 새로울 겁니다.”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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