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베르트 폰 카라얀EMI 클래식 제공
명곡들 저가 세트제품 인기
유명 연주자·단체 음원으로
EMI 등 상반기 출시 ‘봇물’
유명 연주자·단체 음원으로
EMI 등 상반기 출시 ‘봇물’
칼럼니스트 지강유철(49)씨는 클래식 애호가다. 보통 한달에 시디 6~8장을 산다. 들어가는 돈은 10만원 안팎. 그가 요즘 이 고상한(?) 취미생활에 쓰는 비용 부담이 부쩍 줄었다. 유명 작곡가의 작품을 염가 세트로 묶은 음반이 최근 시중에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반은 그동안 수입이 대부분이고, 가요나 팝 음반에 비해 ‘적지만 확실한 수요자’들이 있다는 점 때문에 음반 가격이 다른 음악보다 비싼 편이었다. 그러나 클래식 수입 음반은 비싸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기 시작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여러 음악가의 곡을 모은 10장짜리 편집 음반 〈순수〉가 2만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에 힘입어 10만세트(100만장) 넘게 팔린 뒤 클래식 분야에서도 저가 ‘박스세트’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고, 최근 부쩍 많은 수입 저가 세트 음반들이 늘어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저가 음반 출시 ‘붐’
그동안 저가 클래식 음반 시장은 이엠아이(EMI)가 2004년부터 내놓고 있는 〈베스트 클래식〉 〈베스트 모차르트〉 〈베스트 오페라〉 등 ‘100시리즈’(2만원대)와 국내 중소형 음반사가 수입해 파는 저가음반이 양분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캐스케이드의 〈모차르트·바흐 프리미엄 에디션〉과 〈유명 작곡가 40인 프리미엄 에디션〉(각 40장), 포니캐년의 〈아이 러브 쇼팽〉(18장), 브릴리언트의 〈베스트 걸작선 100〉, 워너뮤직의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기념반〉, 뮤직밸리의 〈클래식을 좋아하세요? 골드에디션〉 등이다.
최근에 나온 박스세트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유명 연주자와 연주단체의 음원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달부터 이엠아이가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의 곡을 각각 50장씩 시디로 묶은 〈EMI 컬렉터스 에디션〉을 냈다. 아울로스는 이달 말 베토벤 전곡 87장짜리 세트를 10만원 정도에 출시하며, 소니비엠지도 다음달 〈베토벤 마스터피스 60CD 에디션〉(7만7500원)을 낸다. 포니캐년도 5~6월 중 라흐마니노프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모음 시디를 내놓을 예정이다.
저가 음반 홍수 왜?
저가 시디세트들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클래식 음반은 3천장만 팔려도 선전한 수준인데, 이엠아이의 〈컬렉터스 에디션〉은 현재까지 8천세트가 팔렸다. 예스24 멀티사업팀 김남철 팀장은 “염가 클래식 세트 음반이 나오면서 클래식 매출이 크게 늘었다”며 “세트 판매 비중이 클래식 음반 매출의 30~4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음반매장 에반의 김혜령 클래식팀 과장은 “요즘 세트 음반들은 음원들이 좋아 클래식 입문자나 초보자, 태교와 교육용으로 인기가 좋다”고 했다.
이처럼 저가 음반 출시가 봇물을 이루는 것은 클래식 음반시장의 불황 때문이다. 온라인 음원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대중음악 음반시장이 붕괴되는 것을 보고 불안에 빠진 클래식 음반업계가 짜낸 고육책이다. 네덜란드의 브릴리언트, 독일의 캐스케이드 같은 저가 음반 전문업체가 생겨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엠아이클래식 박종명 과장은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은 음원들로 만든 세트여서 가격은 싸도 음반사로선 손해는 나지 않는다”며 “세계적인 저가 음반 추세에 맞춰 본사가 직접 기획한 일종의 서비스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첼리스트 요요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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