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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군사정권이 막았던 ‘시련’ 지금 꼭 필요한 연극”

등록 2007-04-11 18:31수정 2007-04-11 19:13

연극 <시련>의 주인공 이승비(왼쪽)와 김명수. 
사진 예술의 전당 제공
연극 <시련>의 주인공 이승비(왼쪽)와 김명수. 사진 예술의 전당 제공
15년만에 연극 연출 윤호진씨
‘마녀사냥’ 꼬집은 작품 올려
“인혁당 사건 연루자 떠올라”
1950년 2월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J.R.매카시는 “국무성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폭탄발언을 한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사상 초유의 ‘공산주의자 색출’ 작업에 돌입한다. 매카시가 말한 ‘명부’는 처음부터 없었지만, 적색 사냥의 열풍은 점점 확산돼 당시 대통령인 아이젠하워까지 공산주의자로 몰고간다. 매카시즘은 ‘집단적인 광기’가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단적인 사례다.

국내에서 50년대 매카시즘 광풍을 꼬집은 연극이 선보여 화제다. 지난 11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막이 오른 〈시련〉이 그것인데,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유명한 아서 밀러의 1953년 작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남을 매도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납니다. 최근에는 익명성을 지닌 인터넷 문화가 자리잡으면서 여론 몰아붙이기로 개인의 인권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정의나 양심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시련〉을 통해 개인의 양심은 어떻게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연출자인 윤호진(59·얼굴 사진)씨는 “〈시련〉은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연극”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명성황후〉 〈아가씨와 건달들〉 〈겨울나그네〉 〈둘리〉 등 뮤지컬 제작자로 활동해왔지만 그는 70~80년대 〈사람의 아들〉 〈들소〉 〈사의 찬미〉 같은 사회성 짙은 연극을 선보인 중견 연출자다. 92년 〈신의 아그네스〉 이후 15년 만에 연극 연출자로 다시 명함을 내밀게 됐다.

오랜만의 연출 복귀작이라는 점을 떠나 이 작품은 그에게 각별하다. 77년 사회성 짙은 〈아일랜드〉를 연출한 뒤 79년 유신독재를 비판할 목적으로 그는 이 작품을 준비했다. 이정길, 고 이낙훈 같은 배우까지 섭외했지만 10·26사태가 터지고, 이후 전두환 정권이 들어선 뒤에는 안기부의 압력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작품을 포기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났어요. 그래서 항상 마음 한켠에 두어왔습니다. 예술의전당으로부터 토월정통연극시리즈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주저없이 이 작품을 선택했습니다.”

연극 연출 윤호진씨
연극 연출 윤호진씨
〈시련〉에서 마녀 재판은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 존 프락터를 좋아하는 소녀 애비게일이 숲 속에서 존 프락터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저주하기 위해 또래 아이들과 발가벗고 춤을 추며, 혼령을 불러내는 금기된 놀이를 벌인다. 그러나 이것이 악마의 소행으로 오해받으면서 마을 사람들은 ‘마녀 색출’이라는 명목으로 평소 반목을 가진 이웃들을 서로 고발하면서 수백명이 ‘악마’로 몰려 교수형에 처해진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양심이나 존엄성은 철저하게 무시된다.

“작품을 연출하다보면 군사독재에 맞섰다는 이유로 빨갱이에 몰려 희생된 인혁당 사건 연루자들이 떠오릅니다. 어떻게 보면 그들도 작품 속 주인공들처럼 마녀재판에 의해 희생된 것입니다. 이 작품이 인혁당 희생자의 가족들이나 당시 재판을 했던 판·검사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인간의 양심과 존엄성에 대해 공유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프락터 역에는 〈대조영〉에서 검모잠 역할을 했던 김명수가, 여주인공 아비게일 역은 연극 〈마리화나〉 등에 출연했던 이승비가 맡으며, 정동환·권성덕·김진태 등 텔레비전과 연극 무대에서 활약해온 중견배우가 대거 출연한다. 29일까지. 1만5천~3만5천원. (02)580-1300.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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