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황후〉
작품성 탄탄한 토종 뮤지컬
12년만에 관객 100만 ‘눈앞’
12년만에 관객 100만 ‘눈앞’
뮤지컬 〈명성황후〉가 한국 뮤지컬로는 처음으로 관객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명성황후〉 제작사 에이콤은 21일 “〈명성황후〉가 1995년 초연 이후 12년 동안 700여차례 무대에 올랐고, 현재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하고 있는 20일 공연 때까지 모두 99만명이 관람했다”며 “3월1일에 관객 1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창작한 공연물로는 앞서 비언어 퍼포먼스인 〈난타〉가 2002년 100만을 돌파한 적이 있지만, 창작 뮤지컬로는 〈명성황후〉가 최초가 된다.
〈명성황후〉가 대기록을 바라보게 된 것은 창작 뮤지컬로는 드물게 장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뮤지컬의 본고장인 미국과 영국에서도 10년 이상 장수하는 작품은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이른바 ‘빅4’를 포함해 10여 작품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창작 뮤지컬은 초연된 뒤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서 〈명성황후〉가 100만명을 돌파하면, 작품성만 갖춘다면 장기흥행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뮤지컬계는 평가하고 있다.
지난 95년 명성황후 시해 100돌을 맞아 만들어진 〈명성황후〉는 소설가 이문열씨의 원작 〈여우사냥〉을 김광림씨가 각색하고, 김희갑·양인자 부부가 곡과 가사를 썼다. 이후 12년 동안 매년 무대에 오를 때마다 작품을 보완하는 작업을 거치며 완성도를 높여왔다.
윤호진 에이콤 대표는 “〈명성황후〉가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들의 홍수 속에서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작품성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며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 있고, 재미와 감동을 넘어 역사적인 교훈을 준 점이 호응을 얻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 조용신씨는 “외국 대형 인기 뮤지컬처럼 한 극장에서 기간을 정하지 않고 계속 공연하는 ‘오픈런’ 방식이 아니라 전국 극장을 옮겨다니며 100만명을 불러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끊임없이 작품을 보완해 가며 한국의 대표 뮤지컬로 만들겠다는 프로듀서의 의지를 높이 살 만한다”고 평가했다.
97년 뉴욕 공연 이후 유럽·캐나다 등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명성황후〉는 내년 하반기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공연에 나설 계획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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