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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죽기전 내춤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어”

등록 2007-01-21 16:59

이매방 선생
이매방 선생
이매방 선생 팔순 기념공연
이매방(80) 선생은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전통춤 ‘승무’의 대가다. 승무라고 하면 으레 승려들이 추는 춤으로 여기기 쉽지만, 불교의식과 상관 없이 긴 장삼을 손과 어깨로 뿌리고 젖히고 뒤엎는 춤이 승무다. 장단이 그 안에서 여섯번 변하고 춤이 어려워 아무나 함부로 출 수 없는 춤이다. 오죽하면 시인 조지훈이 박봉선 선생의 승무를 보고 반해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라는 절창을 읊었을까.

이 승무의 맥을 이어온 이매방 선생이 팔순을 기념해 25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무선(舞仙)·님께 드리는 헌무’ 공연을 한다. 이매방춤보존회의 임이조 회장, 우봉이매방춤전수관 최창덕 관장, 김명자 전수교육조교, 김정녀, 김묘선씨 등 40명의 제자들과 함께 꾸미는 무대다. 팔순 노구에도 변함없이 그는 직접 승무와 입춤을 선보인다.

아무리 평균수명이 길어졌다고 해도 여든살 나이에 춤을 추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발레나 현대무용은 40살만 넘어도 현역무대에 서기가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화려한 테크닉과 기교에 중점을 두는 서양 춤과 달리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농익은 춤사위로 감동을 자아내는 우리 전통춤에서는 여든살 나이가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아니다. 앞서 전통무용수 강선영, 김백봉, 김수악, 김천흥 등이 80~90살까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한 바 있다.

70년 춤인생 5년간 위암투병 뒤 무대
“요즘 춤 엉터리…‘정중동의 멋’ 없어”

전통춤
전통춤
그런 선례가 있다고는 해도 이번 무대가 이매방 선생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5년 전 위암 선고를 받아 위의 대부분을 도려내는 바람에 몸무게가 16㎏이나 빠졌다. 요즘 그의 몸무게는 불과 44㎏. 기력이 전만 못하다. 그런 몸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올해가 무용 70년을 맞아 관객들에게 뜻깊은 선물을 주고 싶다는 염원 때문이다. “내가 죽기 전에 언제 또 춤을 추겠어. 내 춤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싶어.”

이매방 ‘승무’의 특징은 정확한 발디딤, 현란한 장삼놀음, 가슴을 흔드는 북놀음을 꼽을 수 있다. 잽싸면서도 느리고, 사뿐사뿐 하면서도 무겁다. 무용에 있어 판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해 춤 속에 남도 특유의 장단을 살린다. “창의 기본을 알아야 춤의 찌르고 뺄 곳을 알게 돼. 내 춤을 여자 같다고들 하는데, 그게 다 우리 춤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소리야.”

일곱살 되던 해 옆집에 살던 목포 권번장 함국향에게 “이쁘게 생겨 춤 추면 성공하겠다”는 말을 듣고는 할아버지 이대조 선생에게 승무를, 이창조 선생에게 검무를, 박용구 선생에게 승무북을 배웠다. 이후 그는 평생 장삼자락과 고깔, 어깨에 매는 붉은 가사를 걸치고 춤을 추었다. “세살 때 누나들 치마저고리 입고 경대 앞에서 교태를 뽐냈다더라고. 춤을 출 팔자였던 게지.” 춤에 빠져 결혼도 늦었다. 마흔셋에 혼인을 올린 부인(김명자·65)과 딸(이현주·33)이 지금은 그의 승무살풀이춤의 맥을 이어나가고 있다. 1987년과 1990년 그는 중요무형문화제 27호 ‘승무’, 97호 ‘살풀이춤’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이매방이란 이름은 그에게 칼춤을 가르쳐준 중국의 전설적 경극배우 메이란팡(매란방)의 이름을 따 바꾼 것이다.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내한공연을 했던 20세기 최고의 발레리나 마고트 폰테인이 그의 승무를 보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된다.

“요즘 전통춤이 어디 진짜인가? 다 엉터리지. 우리 춤의 멋은 ‘정중동(靜中動)’에 있어. 배꼽은 중, 그 아래가 정, 그 위가 동이야. 정은 여자, 곡선, 음이고, 동은 남자, 직선, 양이지. 이게 조화되어야 하는데 요즘 춤은 말만 우리 춤이지 모두 발레나 현대무용 같은 동에만 치우쳐 있잖아. 난 정말 걱정돼. 제자들이 내 춤을 길이길이 변질시키지 않고 지켜갔으면 해.”


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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