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렌트> 조승우
주연 조서연씨 리허설중 쓰러져
환불해주려 했으나 항의 없어
환불해주려 했으나 항의 없어
7일 저녁 6시30분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 뮤지컬 <렌트> 첫 공연을 앞두고 갑자기 주연급인 모린 역을 맡은 배우 조서연(30)씨가 리허설 도중 쓰러져 무대에 설 수 없게 됐다. 조서연씨 출연 부분을 다른 배우가 대신하기로 했지만, 모린 역을 줄이고 일부 장면을 삭제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극단쪽은 급히 공연 차질이 빚어지게 되었다고 알리고, 원하는 고객에게는 환불해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뜻밖에도 환불사례나 항의 소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공연 직전 연출자 김재성씨가 사과하자 관객들은 오히려 박수로 격려하기까지 했다. 관객들이 이처럼 관대하게 사고를 받아들인 것은 극단 쪽의 적극적 대처 덕분이기도 했지만 주연을 맡은 배우 ‘조승우의 힘’ 때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조씨의 ‘티켓 파워’는 그야말로 절정에 올라있다고 평가받는다. 워낙 어려운 ‘경쟁’을 뚫고 조승우씨가 나오는 공연 표를 산 관객들에게 조승우가 출연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사소한’ 문제라면 얼마든지 넘어갈 수 있다는 반응이었다. 실제 이날 관객들은 지난해 11월14일 티켓 발매 시작 20분만에 매진되는 상황을 뚫고 표를 사는 데 성공한 ‘선택받은 이들’이었다. 이날 조승우의 연기 또한 이런 관객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관객들은 뜨겁게 열광했다. 최승희 신시 홍보팀장은 “<렌트>의 팬보다는 조승우의 팬이 워낙 많아 큰 소동이 없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관객들의 반응은 국내 뮤지컬이 얼마나 ‘스타에 대한 의존도’가 큰가를 입증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관객들의 성숙한 관람자세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면서도 “조승우라는 티켓 파워가 있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스타들의 뮤지컬 출연은 뮤지컬 저변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최근 지나치게 ‘스타’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에 대해서는 뮤지컬계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연 이날 풍경이 스타 캐스팅의 부작용을 피해 성숙한 뮤지컬 문화로 가는 신호가 될지 주목된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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