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홍성민씨
‘나눔 연극제’ 참여한 시각장애 탤런트 홍성민씨
“사람들은 날 보고 장애인이라고 수군거리지. 내가 왜 장애인이야. 이 세상에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어디 있어. 마음의 장애가 중요하지. 육신의 장애가 뭐 그렇게 대수야!”(3막 대사 중)
1일부터 4일까지 문화일보홀 무대에 오르는 연극 〈막차 탄 동기동창〉의 막바지 연습이 있던 29일 대학로 연습실. 시각장애 탤런트인 홍성민(66)씨의 독백은 힘이 넘쳤다.
2004년 8월, 당뇨 합병증으로 시각장애인이 된 뒤 어느새 2년, 그동안 고뇌하고 방황하며 얻은 진리를 연극으로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처럼 보였다.
장애는 그에게서 빛을 가져갔지만 연기마저 앗아가지는 못했다. 보이지 않아도 그는 연기한다. 지난해에는 연극 〈초대받지 않은 방문〉에서 앞을 못보는 할아버지 역을 맡았고, 올해에도 다시 연극 무대에 선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문화창작 활동을 하자는 취지로 지난해 시작한 나눔연극제가 그에게 연기를 펼칠 멍석이 되어주고 있다.
“장애·비장애 경계 허물고 싶어 참여”
2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 잃고 실의
녹음된 대사 외우고 동선 미리 익혀 〈막차…〉에서도 그는 앞 못보는 노인 역을 맡았다. 연출자 이동재씨는 70년대 이근삼의 원작과 달리 홍씨 버전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이 연극은 양극화와 노인 문제를 비롯해 장애인 문제까지 꼬집는다. “연기하는 거 힘드냐고? 글쎄…. 2시간 공연에 대비해 꾸준히 체력훈련을 하고 있긴 해. 대본을 외우고, 감각으로 연기하는 게 고역이야. 이전보다 두세배는 힘들어.” 홍씨는 부인의 도움을 받아 대사를 녹음해놓고 들으면서 8월부터 연습을 해왔다. 연극배우들이 보통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두달 전부터 연습을 하는 것에 견주면 긴 시간이다. 지금도 무대의 동선을 익히기 위해 벽은 물론 의자, 탁자, 동료 배우 들을 손으로 짚어 확인하는 연습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 “무대에 있는 2시간 동안은 긴장의 연속이야. 무대 안팎, 의자와 탁자 사이를 실수 없이 오가야 하잖아. 그런데도 막상 공연에서 어떤 실수를 하게 될지 나도 장담할 수 없어.” 처음 시력을 잃은 뒤 ‘아파트에서 뛰어내릴까, 약을 먹을까’ 실의에 빠졌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고민은 행복하다. “난 살 만큼 살았고. 좋아하는 연극을 하니까 복 받은 거지. 같이 하는 오길주씨와 이진경씨가 내 동선까지 챙겨야 하니까 고생은 했을 거야.” ‘눈감은 생활’을 하기 전까지 그 역시 장애인을 배려할 줄 몰랐다. 이런 죄책감 탓인지, 그에게 나눔연극제에 참여하는 것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기는 것 말고도 큰 의미가 있다. “장애인들도 문화예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장애인도 문화생활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리니까.” 이번 나눔연극제에서는 〈막차…〉 외에 장애인극단 휠의 연극 〈생일파티〉(5~6일), 장애인 무용수 최종천씨가 활동하는 트러스트 무용단의 〈해당화〉(7~8일), 부산에서 주로 활동하는 농아인 극단 에파타의 〈배비장전〉(9~10일) 등을 공연한다. 문의 한국장애인문화협회 (02)855-5155.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서울스코프 제공
2년 전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 잃고 실의
녹음된 대사 외우고 동선 미리 익혀 〈막차…〉에서도 그는 앞 못보는 노인 역을 맡았다. 연출자 이동재씨는 70년대 이근삼의 원작과 달리 홍씨 버전의 색다른 면모를 보여주기 위해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고 한다. 이 연극은 양극화와 노인 문제를 비롯해 장애인 문제까지 꼬집는다. “연기하는 거 힘드냐고? 글쎄…. 2시간 공연에 대비해 꾸준히 체력훈련을 하고 있긴 해. 대본을 외우고, 감각으로 연기하는 게 고역이야. 이전보다 두세배는 힘들어.” 홍씨는 부인의 도움을 받아 대사를 녹음해놓고 들으면서 8월부터 연습을 해왔다. 연극배우들이 보통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두달 전부터 연습을 하는 것에 견주면 긴 시간이다. 지금도 무대의 동선을 익히기 위해 벽은 물론 의자, 탁자, 동료 배우 들을 손으로 짚어 확인하는 연습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 “무대에 있는 2시간 동안은 긴장의 연속이야. 무대 안팎, 의자와 탁자 사이를 실수 없이 오가야 하잖아. 그런데도 막상 공연에서 어떤 실수를 하게 될지 나도 장담할 수 없어.” 처음 시력을 잃은 뒤 ‘아파트에서 뛰어내릴까, 약을 먹을까’ 실의에 빠졌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 고민은 행복하다. “난 살 만큼 살았고. 좋아하는 연극을 하니까 복 받은 거지. 같이 하는 오길주씨와 이진경씨가 내 동선까지 챙겨야 하니까 고생은 했을 거야.” ‘눈감은 생활’을 하기 전까지 그 역시 장애인을 배려할 줄 몰랐다. 이런 죄책감 탓인지, 그에게 나눔연극제에 참여하는 것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기는 것 말고도 큰 의미가 있다. “장애인들도 문화예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고, 장애인도 문화생활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리니까.” 이번 나눔연극제에서는 〈막차…〉 외에 장애인극단 휠의 연극 〈생일파티〉(5~6일), 장애인 무용수 최종천씨가 활동하는 트러스트 무용단의 〈해당화〉(7~8일), 부산에서 주로 활동하는 농아인 극단 에파타의 〈배비장전〉(9~10일) 등을 공연한다. 문의 한국장애인문화협회 (02)855-5155.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사진 서울스코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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