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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베토벤 음악인생 건반 위 장편소설로”

등록 2006-11-24 17:57

백건우
백건우
소나타 32곡 전곡 녹음 도전하는 백건우씨
한 피아니스트가 작정하고 한 작곡가의 전작에 도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도전이 큰 주목을 끌던 시대는 지났다. 전곡 녹음이 세계적인 추세이고, 국내외 유명 피아니스트들도 여러 차례 도전했다. 하지만 백건우(60)의 이번 베토벤 소나타 전곡 도전은 심상찮다. 1972년 라벨 독주곡을 시작으로 리스트 리사이틀 시리즈, 프로코피에프 협주곡을 전곡 연주, 녹음했던 그가 이번에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 32곡 녹음에 나선다. 40년 음악인생의 중간 결산으로 고른 작곡가가 베토벤이란 점은 프랑스 중심의 음악을 주로 골라왔던 그가 음악적 관심을 보다 넓혀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태어난) 독일의 피아노 곡이 어떤 것인가 보여주는 일이 재미있고, 의미가 있을 것 같았어요.” 지난 20일 <한겨레>와 전화인터뷰에서 “왜 하필 널리 알려진 베토벤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백씨의 답변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연주회를 열어 피곤할 법도 한데, 목소리에는 그런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녹음과는 별도로 다음달 우리니라 전국 순회공연을 앞둔 터이기 때문인 듯했다. “가장 가까운 청중이 한국이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고국에서 자주 들려주고 싶지요.”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소나타 27, 28번과 함께 모차르트, 바그너, 슈토크하우젠 등 베토벤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은 작품들도 선보인다.

베토벤 소나타는 누구나 한번쯤은 접했을 정도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그래서 그가 베토벤 전곡 도전 의사를 밝혔을 때 어떻게 차별성을 보여줄 것인지 음악팬들은 궁금해했다. 자칫 식상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피아니스트는 일생동안 베토벤 소나타와 같이 산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전곡을 다 연주한다는 것은 쉽지 않고, 저같은 경우 하다보니까 한곡 한곡이 너무 훌륭하게 느껴졌어요. 대중들이 베토벤을 잘 안다고 하지만 전곡을 들을 기회는 거의 없을 테니까…. 아름다운 곡들을 세계에 알리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가 베토벤을 주목하는 이유는 32개 소나타 속에 녹아 있는 베토벤의 음악 인생과 매력에 푹 빠져서다. 평생 음악 한 길을 걸어온 그의 인생을 장편소설 같이 그려보고 싶었다고 했다. “내 해석이 남과 다르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요. 각자 자기의 해석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남과 다르게 하지 않아도 백건우가 치는 베토벤이 따로 있기 마련이니까요.”

지난해 중기 소나타(16∼26번)를 출시했고, 최근 초기 소나타(1~15번) 음반을 내놓은 그는 내년에 후기 소나타(27~32번)를 선보이는 것으로 대장정을 마치게 된다. 전곡 녹음을 마치면 내년 12월 서울에서 32곡을 하루 4곡씩 여드레 동안 연주할 계획이다. 빡빡한 일정을 감안하면 자신을 몰아부치듯 하는 강행군처럼 보이지만 ‘음악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연속’이라는 그의 음악철학을 잘 보여주는 결정이다. 백씨는 “연주에 있어서 정말로 내 마음에 드는 연주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게 됐다”며, 그래서 “음악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끝까지 파악이 안되는 진리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밑에서 보는 산, 중턱에서 보는 산, 정상에서 보는 산은 다 달라요. 사실 저도 산을 얼마나 올랐는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공연 문의 (02)751-9607.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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