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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번엔 ‘비보이’로 세계의 문 ‘난타’

등록 2006-11-19 18:03

송승환씨 기획 ‘비보이 코리아’
브레이크 댄스와 국악 버무려
전용관 세우고 내달 국내 개막
“완성도는 점차 높여나가야죠”

1997년 송승환씨가 비언어 퍼포먼스인 <난타>를 처음 선보였을 때만해도 그 누구도 성공을 장담하지 않았다. 공연 내내 대사 없이 소음처럼 두드려대는 배우들의 동작과 익살스런 표정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것이라는 것은 더더욱.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난타>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정도가 됐다.

난타로 공연계에 새 바람을 몰고 온 ‘공연 기획의 귀재’ 송승환(PMC프로덕션 대표)이 이번에는 ‘비보이’(브레이크 댄서)를 새로운 승부수로 골랐다. 브레이크 댄스에 대금·가야금·해금·북·장구 등 전통악기와 이야기를 입힌 <비보이 코리아>를 선보이며 해외 시장 공략에 도전하는 것이다. <난타>의 성공코드였던 사물놀이 리듬의 음악과 춤, 마임을 브레이크 댄스에 결합해 국경과 세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겠다는 전략이다.

“<난타> 후속으로 비보이를 택한 것은 필연이에요. 소리 다음이 춤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어차피 세계시장을 공략하려면 언어 장벽을 넘을 수 있는 비언어 퍼포먼스여야 하거든요. 최고의 춤꾼이라는 인프라가 이미 한국에 구축돼 있고, 비보이와 국악의 결합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품이 될 수 있다고 본 겁니다.”

16일 오후 서울 정동 비보이 전용관에서 만난 송 대표의 표정에서는 자신감을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자신감의 이면에는 브레이크 댄스를 이미 공연물로 기획했다가 실패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2002년 ‘주유소를 배경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춤 공연’ 을 내놨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불과 4년 전이었지만 당시에만 해도 비보이 문화는 헐렁한 힙합패션의 옷을 입은 불량 소년들의 길거리 소일거리 정도로만 치부됐다. 하지만 지금 비보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은 180도로 바뀌었다. 2002년 국내 비보이팀이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비보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제는 비보이가 한국의 또다른 대표적 문화아이콘으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비보이를 내세운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비사발)>, <마리오네뜨> <굿모닝 비보이> 등의 공연도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송대표가 다시 비보이를 고른 것이다. “그때와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요. 국악과 비보이를 결합한 ‘퓨전’의 재미를 보여주면서 국내 전용관 공연을 정착시킨 뒤 아시아를 비롯한 해외로 진출할 겁니다.”


하지만 대사나 반전 같은 극적 상황 없이 드라마 형태의 공연을 한다는 것은 역시 모험에 가깝다. 14일 제작발표회에서 선보인 <비보이 코리아>는 국악을 가미한다는 것 외에 ‘댄스 배틀’이라는 진부할 수 있는 스토리와 평이한 춤으로 <비사발> 등과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을 들었다. 전설의 비보이 ‘블랙포인트’와 비겁한 수법으로 최고가 된 ‘야비’와의 갈등과 경쟁이 줄거리를 이루는데, 일반적으로 보아온 비보이들의 춤과 눈에 띄게 다르지는 않다. 대신 극을 이끄는 28곡의 음악은 모두 창작곡이고, 이 가운데 3분의 1이 국악이란 것이 새롭다. 송 대표도 아직까지는 “드라마로 구성하는 창작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한다. “<난타>도 초연작과 지금의 작품은 제목만 같을 뿐 많이 바뀌었습니다. 노출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겁니다.”

송 대표는 <비보이 코리아>가 아직 100% 완성품은 아니지만 ‘한류 열풍’이란 배경을 타고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서양 댄스음악이 한국 가요와 만나 아시아 시장에서 먹혀들었듯 브레이크 댄스도 한국적인 색깔로 새로 태어나면서 역시 아시아를 공략할 문화상품으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지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비보이 코리아>는 <난타>에서 배우로 출연했던 김병호씨가 연출을, 영화 <쉬리>의 작곡가 이동준씨가 작곡을, 팝핀현준이 안무를 맡았다. 12월5일부터 내년 1월31일까지 비보이코리아 전용극장. 4만~5만원. (02)739-8288.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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