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푼짜리 오페라’ 내일부터 공연
홀거 테슈케 연출로 한국적 해석
홀거 테슈케 연출로 한국적 해석
그 이름은 이미 친숙하지만 정작 브레히트의 원작 그대로 만나기는 힘들었던 〈서푼짜리 오페라〉가 모처럼 창작 당시의 텍스트와 음악을 살려 ‘제대로’ 무대에 오른다. 브레히트의 원작과 작곡가 쿠르트 바일의 노래를 살린 버전으로는 18년만이다.
이번 〈서푼짜리 오페라〉는 예술의전당이 직접 기획한 것으로, 1949년 브레히트가 설립한 베를린 앙상블 출신 연출가 홀거 테슈케(얼굴 사진)가 연출을 맡아 직접 국내 배우를 뽑았다. 테슈케는 “원본 텍스트와 바일의 음악을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빠르게 움직이는 한국적인 생활 리듬을 담겠다”고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1728년 영국 작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번안한 작품으로, 부하를 돈벌이에 이용하는 조폭의 두목, 거지들의 구걸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자신의 딸마저 이용하는 악덕 사업가, 창녀를 착취하는 포주, 돈을 받고 그 뒤를 봐주는 경찰청장 등이 등장해 이윤만 추구하며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꼬집는다.
‘현대 서사극의 창시자’로 불리며 연극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브레히트 작품 가운데서도 대표작이지만 〈서푼짜리 오페라〉는 국내에선 뒤늦게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1988년 극단 민중이 서울 호암아트홀 개관공연으로 선보인 것이 처음이다. 자본주의를 신랄하게 조롱하는 주제 때문에 70~80년대 군사독재 시절 당국이 브레히트를 ‘불온작가’로 낙인찍었기 때문이다. 브레히트의 논문과 저서는 87년에야 해금됐고, 공연은 이듬해부터 선보였다. 해금된 이후에도 〈서푼짜리 오페라〉는 등장인물이 30명이 넘는 대형 공연인데다 라이브 반주가 필요해 제작이 쉽지 않았고, 그래서 규모를 줄이거나 다르게 각색한 형태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에는 특히 브레히트의 작품이 많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윤택씨의 연희단거리패가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서울시극단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원제 〈갈릴레이의 생애〉)등이 공연되었고, 이번 〈서푼짜리 오페라〉까지 이어지면서 연극계에 ‘브레히트 열풍’이 불고 있다. 사후 50돌을 맞은 브레히트에게 바치는 헌화인 셈이다. 〈서푼짜리 오페라〉는 브레히트가 창안해 그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소외효과’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브레히트가 직접 연출한 〈서푼짜리 오페라〉에 폴리 역으로 출연했던 독일 노배우로 세미나 참석차 방한한 레기네 루츠(76)는 〈한겨레〉와 인터뷰를 통해 “브레히트는 배우들이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려고 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는데, 이번 연극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자뭇 기대된다”고 말했다. 1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1만5천~3만원, (02)580-1300.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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