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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초원에서 막 튀어나온 심바와 친구들

등록 2006-10-29 18:26수정 2006-10-30 06:57

뮤지컬 라이언 킹의 한 장면. 사진 극단 시키 제공
뮤지컬 라이언 킹의 한 장면. 사진 극단 시키 제공
THe Lion King

세계적 뮤지컬 100배 즐기기

215억원 짜리 초대형 뮤지컬 <라이언 킹>이 드디어 28일 베일을 벗고 한국 무대에 올랐다. 지난 1997년 같은 이름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기초로 만들어진 <라이언 킹>은 탄생과 동시에 평단의 극찬과 관객들의 열광을 받으며 지난 10년 사이 세계 뮤지컬계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산 뮤지컬이 일본 극단 시키(四季)를 통해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올해 국내 공연계 최고의 화제작 자리는 확실하게 예약해놓은 상태다.

<라이언 킹>의 이야기는 원작처럼 아기 사자 심바가 숙부 스카의 함정에 빠져 동물의 왕인 아버지 무파사를 잃은 뒤 친구 품바와 티몬의 도움으로 고난과 역경을 딛고 동물의 왕에 오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전세계에서 흥행 행진을 이어가며 한국에 상륙한 이 블록버스터 뮤지컬은 어떤 재미와 볼거리를 지니고 있는지 뮤지컬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어 ‘라이언 킹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3m 기린·네사람 코끼리 등
배우들 온몸 동물연기 실감
무대 위·아래 활용 재미나
동양 공연예술 접목도 눈길
뮤지컬 라이언 킹의 한 장면. 사진 극단 시키 제공
뮤지컬 라이언 킹의 한 장면. 사진 극단 시키 제공

동물 표현은 어떻게, 어디까지? 배우들의 동물 연기는 ‘충격’이라는 표현이 손색이 없을 만큼 기대 이상이다. 동물 탈에 의존하지 않고 배우들의 얼굴과 몸을 그대로 살려 동물을 표현하는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배우 네 명이 다리가 되어 움직이는 거대한 코끼리, 대나무를 이용해 위엄 있는 걸음걸이를 뽑내는 3m 높이의 기린, 여배우의 유연한 손동작에 맞춰 움직이는 치타, 날아다니듯 활보하는 영양·하이에나·얼룩말 등은 이 뮤지컬만의 독특한 볼거리다. 동물들의 앞발이나 입모양을 배우들이 순간적으로 어떻게 몸짓으로 표현하는지 뜯어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다양한 무대 구성과 기발한 상상력 공연시간 내내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변하는 무대도 그 자체로 볼거리다. <라이언킹>은 공연의 중심을 다운스테이지(무대 바깥쪽)과 업스테이지(무대 안쪽)으로 수시로 교차시키거나 무대 위와 객석을 적절히 활용하고 공연 중간에 가면극을 첨가해 재미를 더했다. 또 무파사가 죽은 뒤 암사자들의 눈물을 눈에서 흰 천을 빼는 방법으로 처리한 것이나, 주인공의 중요도나 선과 악, 지능의 수준 등의 역할 구분에 따라 사자 무리들, 자즈, 티몬 등은 직립 보행하는 모습으로 표현한 반면 하이애나, 품바 등은 네 발 달린 동물로 표현하는 방법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표현했다.

줄리 테이머가 숨겨놓은 코드들은? <라이언 킹>으로 단숨에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 뮤지컬의 창조자 줄리 테이머는 뮤지컬 이전에 인형극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아시아를 돌아다녔다. 테이머는 이 시절 경험을 살려 인도네시아의 그림자 그림과 일본의 가부키 등 동양의 공연 예술을 <라이언 킹>에 접목시켰다. 테이머가 접목시킨 이런 다양한 코드들이 어떻게 이 작품 안에 녹아들어 있고 어떻게 바뀌어서 새로운 연출로 살아나는지 살펴보는 것도 <라이언 킹>을 보는 재미가 될 것이다.


엘튼 존, 그리고 ‘서클 오브 라이프’ 음악 대부분은 이미 애니메이션을 통해 접했던 곡들이다. 뮤지컬 <아이다>의 콤비 엘튼 존(작곡)과 팀 라이스(작사)가 다시 의기투합했다. 애초 주술사 원숭이인 ‘라피기’ 역을 맡기로 했던 한국 출신의 대표적 시키 배우 김지현(33)이 빠진 것이 국내 팬들에겐 아쉬운 소식인데, 개막과 함께 울려퍼지는 주제곡 ‘서클 오브 라이프’은 역시 압권이다. 음악애호가들에게는 무대 좌우에서 수많은 타악기들을 다루는 두 타악기 연주자를 눈여겨 볼 것을 추천한다. 다만 악단이 직접 현장에서 반주를 하지 않고, 녹음 반주테이프로 처리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공연문의 02)411-5080, 예약문의 1588-7890


첫 뮤지컬극장 ‘무대 잘 보이네’
무대 비율 알맞고 객석 가까워

‘외관은 중세 유럽의 성, 실내는 고급 백화점’.

<라이언 킹> 개막공연에 맞춰 28일 일반인에게 공개된 샤롯데극장(사진)은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이란 점에서 극장 자체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에서는지금까지 ‘뮤지컬 전용’을 내건 공연장은 전무했다.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극장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극장
일단 샤롯데극장은 뮤지컬 본고장인 브로드웨이나 영국 웨스트 엔드의 뮤지컬 전용 극장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평을 듣고 있다. 평론가 조용신씨는 “다목적 극장들은 오페라 공연을 염두해 지었기 때문에 객석이 많고 무대가 넓어 자칫 뮤지컬을 산만하게 만들 수 있다”며 “샤롯데극장은 객석의 규모(1000~1500석)와 무대의 크기(12~13m),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짧아 관객들이 집중해서 뮤지컬을 즐길 수 있게 한 것이 장점”이라고 평했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역시 무대다. 폭(12.6m)과 높이(10m)의 비율이 뮤지컬에 최적이라는 1:1에 가깝게 설계됐다. 무대 깊이는 20.1로, <라이언 킹>처럼 무대 디자인 활용도가 많은 작품을 공연하는데 손색이 없다.

객석은 1227석으로, 시야가 가려지는 곳이 거의 없는 편이다. 특히 객석 1층과 2층 맨 뒷자리부터 무대까지의 거리가 23m, 28m로 국내 극장 가운데 가장 가깝다. 티켓링크 유경숙 팀장은 “의자 모양이나 열과 열 사이의 간격 등 세세한 부분까지 관객의 편의를 배려한 흔적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휴식 공간으로는 카페, 귀빈실과 유아 동반 관객을 위한 별도 공간 등을 갖췄다. 다만 티켓 판매소가 있는 1층 로비가 좁아 다소 혼잡스러울 수 있을 듯하다.

‘로열석 9만원’의 비밀은
장기공연 덕 값 낮추기 가능

〈라이언 킹〉은 예상보다 입장료 가격을 낮게 매겼다. 가장 비싼 자리가 9만원으로, 이전 외국 대형 뮤지컬 입장료가 최고 12만~15만원이었던 것에 견주면 30% 가량 싼 편이다. 〈라이언 킹〉 제작비가 21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예상 밖이다.

극단 시키가 티켓값을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공연이 끝나는 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상연을 계속하는 ‘오픈 런’ 공연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라이언 킹〉은 공연이 1년을 넘어가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선다. 또 배우들이 극단 소속 직원이고, 반주도 오케스트라 라이브가 아니어서 다른 공연보다 인건비 등의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적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공연한 대형 수입 뮤지컬들은 〈아이다〉(8개월)를 빼고는 대부분 1개월에서 3개월 공연에 그쳐 단기간에 제작비를 건져야 하기 때문에 입장료가 비싸지는 구조였다.

장기 공연으로 대관료 등의 단가를 낮출 수 있는 점과 극단 시키의 특성을 감안하면 〈라이언 킹〉의 티켓 값을 반드시 싸다고만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논란을 떠나 이번 〈라이언 킹〉은 결국 뮤지컬 전용 극장이 생겨야 공연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입장료도 낮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듯하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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