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인권평화 전시회’에 국가보안법에 의해 이적표현물 등으로 묶였던 책들이 전시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981년 무협소설 <무림파천황>은 출간되자마자 금서가 됐다. 공안당국은 정파와 사파의 대립 구도를 변증법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국가보안법에 저촉된다고 판단했다.
국가보안법이 얼마나 인간의 이성을 옥죄고 사상의 자유를 제약하는지를 보여주는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인권·평화 전시회’(부제: 감옥에 간 금서들의 이야기)가 13일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1974년엔 김일성 전 주석이 전설적 명장인 김일성 장군의 업적을 가로챈 ‘가짜’라고 주장한 <김일성 열전>조차도 금서에 올랐다. 이렇게 ‘황당한 금서들’ 쪽을 보면 배꼽이 빠질 지경이다. 금서로 낙인찍히고도 한 시대의 베스트셀러가 된 조세희씨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나 고 조영래 변호사의 <어느 청년 노동자의 삶과 죽음-전태일 평전>과 같은 책들에 대한 설명에선 당시 정권이 이 책들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를 읽을 수 있다.
한국의 금서뿐 아니라, <톰 아저씨의 오두막>, <군주론>, <종의 기원> 등 서유럽에서 당대에 읽을 수 없었거나, 읽기 어려웠던 책들도 살펴봄으로써 권력이 당대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인류 사회의 공통 경험이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사상의 자유가 소중함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쉽게 깨달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입장료는 없다. (02)735-5811∼2.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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