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계륵’ 취급 받기도 하지만…“국악관현악은 마지막 남은 K콘텐츠”

등록 2023-10-03 13:20수정 2023-10-04 02:46

창극∙사물놀이와 함께 새로 만들어진 국악관현악 축제마당
1965년 국악관현악단 가운데 최초로 출범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연주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1965년 국악관현악단 가운데 최초로 출범한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연주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국악관현악은 부활할 수 있을까.

20세기 들어 새로 만들어진 3대 국악 장르가 있다. 창극, 사물놀이, 그리고 국악관현악이다. 사물놀이와 창극은 젊은 층이 환호하는 장르로 발전했고, 세계 무대에도 자주 선보여 왔다.

하지만 국악관현악에 대한 대중 관심은 창극, 사물놀이에 비해 높지 않은 편이다. 지속적인 국악기 개량과 부분적인 서양 악기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음량의 불일치와 음향의 불균형에 따른 한계도 남아 있다. 국악계 내부에서도 발전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국립국악원 연구실장을 거친 김희선 국민대 교수는 “국악관현악은 현대 국악의 가장 중요한 현상이자 현장이지만 수많은 과제로 우리 시대 국악의 진퇴양난 계륵이 됐다”고 지적한다.

국악관현악은 1965년 서울시국악관현악단 창단으로 첫걸음을 뗐다. 궁중에서 연주하던 ‘정악’ 위주에서 벗어나 창작국악 등 국악을 현대적으로 제도화하려는 취지였다. 1980년대엔 정부 정책으로 전국 여러 자치단체에 국악관현악단을 만들었다. 현재 30여개 국공립, 민간 국악관현악단이 활동할 정도로 외형이 커졌다. 국악관현악은 악단 관계자들은 물론, 국악 작곡가와 지휘자, 수많은 국악 연주자들이 존재할 수 있는 터전이기도 하다.

창조적 ‘시나위’ 정신을 표방하며 2020년 3월 악단 명칭을 변경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누리집 갈무리
창조적 ‘시나위’ 정신을 표방하며 2020년 3월 악단 명칭을 변경한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누리집 갈무리

한때 융성하는 듯했던 국악관현악은 창극, 사물놀이에 견줘 상대적으로 어정쩡한 상태에 놓여 있지만, ‘60년 역사’를 목전에 둔 국악관현악단들이 ‘붐업과 중흥’의 기치를 내걸고 최초로 한자리에 모인다. 오는 1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서 펼치는 ‘제1회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다.

한국방송(KBS)국악관현악단(11일)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12일), 폐막공연을 맡은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등 8개 주요 국공립 국악관현악단이 총출동한다. 부산(14일)과 대전(17일), 전주(18일), 대구(19일), 강원(20일) 국악관현악단도 국악관현악의 새로운 면모를 선보인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젊은 국악인들도 힘을 보탠다. 국립창극단 간판스타이자 뮤지컬 배우로 활동 중인 김준수는 강원특별자치도립국악관현악단의 연주에 맞춰 ‘춘향가’ 중 ‘어사출두’, 창극 ‘리어’ 중 ‘눈물을 거두소서’를 노래한다. ‘슈퍼밴드2’에 참여한 거문고 연주자 박다울은 케이비에스국악관현악단과 거문고협주곡을 들려준다. 대금연주자 이아람, 국립창극단 소리꾼 민은경도 협연 무대를 풀어낸다.

그동안 국악관현악은 서양악기와 펼치는 협연을 통해서도 새로운 길을 찾아 왔다. 이번 공연에도 클래식과 크로스오버를 넘나드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는 오케스트라와 해금을 위한 곡에 바이올린 색을 입혀 편곡했다. 일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유코 나칸다카리, 일렉트릭 기타 연주자 김성현, 첼리스트 심준호도 국악관현악과 협연을 통해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탐색한다.

국악관현악축제를 기획한 세종문화회관은 “탄생 60년을 앞둔 국악관현악의 현주소를 살피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 변곡점으로 이 축제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호상 사장은 “국악관현악을 만들고 지켜온 1세대가 살아 계실 때 승부를 봐야 한다”며 “잘 나가는 케이(K)-콘텐츠 중 마지막 남은 건 국악관현악”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중앙국악관현악단을 창단해 이끌었고, 다양한 레퍼토리를 개발해온 국악관현악계의 대부 박범훈 전 중앙대 총장이 이번 축제 추진위원장으로 나섰다.

박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젊은 국악인들이 가장 많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가 국악관현악”이라며 “이번 축제를 통해 국악관현악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예술의전당에서 30년째 열리고 있는 교향악축제가 올해 첫걸음을 뗀 국악관현악축제의 모델이다.

국악관현악 중흥의 실마리를 세대교체에서 찾기도 한다. 윤중강 국악평론가는 “2010년대 들어 젊고 능력 있는 지휘자와 작곡가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일(56)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김성국(52)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단장 등이 실험과 혁신의 앞자리에 서 왔다. 이번 축제에 참여한 8개 악단 지휘자 대부분은 모두 젊은 편이다. 케이비에스 국악관현악단은 창설 이래 최초의 30대 지휘자인 박상후는 “국악관현악은 현재 진행형인 양식”이라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케이비에스 국악관현악단이 하는 음악이 같은 장르일까 싶을 정도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후와 심상욱 전주시립국악단장, 이동훈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장은 국악과 서양음악을 모두 전공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번 축제 조직위원으로 참여한 김희선 교수는 “60년 연륜을 쌓으면서 국악관현악은 레퍼토리가 다양해졌고 단원들 연주력도 좋아졌다”며 “국악관현악단들이 각각의 개성과 장점을 드러내 보이면서 함께 미래를 찾아가는 축제 한마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국악관현악 중흥의 기치를 내건 제1회 국악관현악축제가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서 열린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국악관현악 중흥의 기치를 내건 제1회 국악관현악축제가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엠(M)씨어터에서 열린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취했나 봄’ 패러디 쏟아지고…문화·체육계도 ‘계엄 후폭풍’ 1.

‘취했나 봄’ 패러디 쏟아지고…문화·체육계도 ‘계엄 후폭풍’

12·3 계엄 ‘서울의 밤’…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리네 2.

12·3 계엄 ‘서울의 밤’…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리네

출판인회의 “출판의 자유 압살 윤석열을 규탄한다” 3.

출판인회의 “출판의 자유 압살 윤석열을 규탄한다”

연예계도 계엄 여파 ‘혼란’…두아 리파 내한공연 두고 문의 빗발 4.

연예계도 계엄 여파 ‘혼란’…두아 리파 내한공연 두고 문의 빗발

‘아버지’ 된 정우성 “아들 책임 끝까지…질책은 안고 가겠다” 5.

‘아버지’ 된 정우성 “아들 책임 끝까지…질책은 안고 가겠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