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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예술을 놀이처럼… 신예 작가와 큐레이터의 만남 ‘유희의 모양’ 전 열려

등록 2023-08-23 12:35수정 2023-08-23 12:38

한겨레교육 제2회 큐레이팅스쿨 작가공모전 선정작
8월29일~9월3일 아팅갤러리
KACO ‘구겨진신체’. 2023 59.4x42cm, 스캐노그라피. 한겨레교육 제공
KACO ‘구겨진신체’. 2023 59.4x42cm, 스캐노그라피. 한겨레교육 제공

신예 작가 5인과 신진 큐레이터 5인이 모여 함께 하는 ‘유희의 모양’ 그룹전이 오는 8월30일부터 9월3일까지 서울 홍제동 아팅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한겨레교육이 주최한 ‘제2회 큐레이팅스쿨 작가공모전’에서 선정된 양세진, KACO, 윤세희, 정소이, 오아 등 다섯 작가의 작품들을 김민희, 김유란, 박연우, 이명희, 이봉화 등 신진 큐레이터 다섯 명이 기획해 마련됐다. 관객들은 ‘감상할수록 어려운 현대미술’ 대신 ‘유희로서의 현대미술’의 진면모를 이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작가의 작품 기록에 참여하는 생태 체험 미술, 스캐노그라피, 항아리 그림들의 통념을 깬 비정형의 화려한 항아리 그림 등이 전시된다.

한겨레큐레이팅스쿨 대표강사이자 전시총괄을 맡은 정은경(전 EK아트갤러리 대표) 디렉터는 “이질적으로 생소하지만 유쾌하고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는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만나볼 수 있다”며 “미술비평가 반이정의 실험적인 전시공간 아팅갤러리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파동을 표현하려 하는 양세진 작가는 식물의 성장 기록을 담은 회화와 실제 화분을 함께 전시한다. 마치 화분에서 회화 작품이 자라난 것처럼 보이게 창작됐다. 작품은 전시 이후까지 진행형으로 이어진다. 전시기간 동안 있을 관객의 참여가 작품에 영향을 미치고 작품의 일부가 되는 구상이다.

KACO 작가는 스캐노그라피(scanography)를 선보인다. 스캐노그라피는 스캐너를 사용하는 기법으로 평판스캐너의 단방향 스캔 방식에 따라 이미지는 시간대별로 분화된다. 순간순간의 이미지를 포착해내는 렌즈는 인간의 눈과는 다른 지각 시스템이다. 우리는 수많은 대상들의 모습 중 눈이라는 질서에 규정된 단 한 가지 형상만 보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작가는 이런 고민의 결과물로 <구겨진 신체>(KACO)를 통해 익숙한 대상의 새로운 모습을 관객에게 전달한다.

윤세희 ‘어떤우연14’ 2023 91x65cm, 캔버스에아크릴. 한겨레교육 제공
윤세희 ‘어떤우연14’ 2023 91x65cm, 캔버스에아크릴. 한겨레교육 제공

윤세희 작가는 우연이 주는 순간과 감정들을 포착한다. 그는 인간이 표현해낼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속성인 ‘점, 선, 원’을 사용해 역동성을 대표하는 ‘파동’과 ‘빛’, 순간의 가장 근원적인 상태인 ‘입자’를 형태화해 아크릴 물감으로 캔버스에 표현한다. 관람하는 동안 <어떤 우연> 연작을 통해 다양성과 리듬감을 느낄 수 있는 ‘물’의 순간과 ‘백야’와 ‘극야’가 보여주는 양극적인 상황의 즐거움, 두려움 등 다채로운 감정을 함께 즐기며, 우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를 준다.

네덜란드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홍익대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정소이 작가도 이번 전시에 참여한다. 정 작가는 네덜란드 신진 작가들의 그룹전 <식스 패인 윈도우(SIX PANE WINDOW)>(네덜란드 로테르담, 2022), <허쉬 허쉬(HUSH HUSH)>(네덜란드 네이메헌, 2021) 등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 바 있다. 주로 캔버스 위에 아크릴로 작업을 해온 정소이 작가는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면서 전통적인 원근법과 구도에 대한 관념을 비트는 작업을 지속해왔는데, 그 작업의 하나로 비정형 도자기 그림을 자주 그린다. 정 작가는 요즘 미술계를 뜨겁게 달구는 항아리 그림들에 붙은 단서-복을 불러온다든가, 안식과 풍요를 준다든가 하는 식의 기복-를 떼고 시작한다. 작가의 도자기는 액자 속 액자의 역할을 하거나 이젤 위의 캔버스 역할로 변형된다. 불가능한 모형의 도자기 위에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와 작가가 욕망하는 오브제들이 뒤섞여 항아리 모양은 부조처럼 한껏 부풀어 오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본래의 쓰임을 잃은 탈목적적 도자기로 변한다. 기존 ‘항아리’ 그림들과도 확연히 다른 행보다. 논리적이지 않고 짜부라져 있으며, 비뚤어지고 일그러진, 비대칭 비정형 몸통의 항아리, 그 위에 현란한 그림을 그린다.

정소이 ‘Alligator in a vase’ 2023 53x45.5cm, 캔버스에 아크릴. 한겨레교육 제공
정소이 ‘Alligator in a vase’ 2023 53x45.5cm, 캔버스에 아크릴. 한겨레교육 제공

양세진. ‘Flow circles in the box 02’ 2023 72.7x60.6cm, acrylic on the canvas. 한겨레교육 제공
양세진. ‘Flow circles in the box 02’ 2023 72.7x60.6cm, acrylic on the canvas. 한겨레교육 제공

오아 ‘Lea’ 2022 145×112cm 장지에먹과분채. 한겨레교육 제공
오아 ‘Lea’ 2022 145×112cm 장지에먹과분채. 한겨레교육 제공

호반문화재단 전국청년작가 2023 미술공모전, 이랜드문화재단 14기 작가 공모전 등에서 주목받은 오아 작가의 작품도 전시된다.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뒤 독일로 건너가 세라믹을 전공하고 돌아온 작가는 현재 홍익대에서 동양화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오아 작가는 강렬하고 화려한 인물 세밀화를 그린다. 장지 위에 분채, 호분 등을 활용한 동양적인 기법을 통해 세밀하게 인물들을 그려낸다. 오아 작가가 호접지몽, 신선놀음과 도끼자루 같은 동양의 고사나 서양의 환상적이고 신비한 이야기 테마(카프카의 그로테스크한 소재)들을 인물들과 어떻게 연결시키는지 상상하며 작품을 감상한다면 유희로서의 미술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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