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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힘 남기고 죽을 바에야 작품에 다 쏟아붓자 생각”

등록 2023-06-22 19:46수정 2023-06-23 16:40

[짬] 원로 배우 신구

연극 <라스트세션>에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박사를 연기하는 원로 배우 신구.                                            파크컴퍼니 제공
연극 <라스트세션>에서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박사를 연기하는 원로 배우 신구. 파크컴퍼니 제공
“자연인으로서 이제 죽을 때가 가까워졌잖아요. 이게 마지막 작품일 수도 있고요. 힘을 남기고 죽을 바에야 이 작품에 다 쏟아붓고 죽자는 생각이 있어요.”

연극 <라스트세션>에 출연하는 원로 배우 신구(87)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22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죽음이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이고, 내가 선택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앞서 제작사를 통해 “죽기 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제대로 한번 남기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번 공연이 그런 의미가 되지 않을까”라는 소회를 나타냈다.

그는 2020년과 지난해에 이어 이 연극에 세 번째 출연한다. 모두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박사 역이다. 이 연극은 프로이트가 20세기 대표적 유신론자 시에스(C.S.) 루이스를 만나 ‘과연 신은 있는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력을 무대에 구현한 작품. 신구는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 작품엔 다시 출연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해 3월엔 이 작품을 하다 급성심부전으로 건강에 고비를 겪었다. 연극 무대도 잠시 비워야 했다. “산소가 부족해 숨이 차고 어지러웠어요. 심장 박동이 제대로 뛰지 않아 심하면 뇌졸중까지 온다고 하니 1주일 입원했지요.” 수술은 아니지만 심장에 박동기를 삽입하는 시술을 했다. “박동기가 (심장이) 일 분에 몇 번 뛰도록 맥박수를 조절하는 거래요. 심장이 늦게 뛰거나 쉬면 알아서 전류로 자극해 맥박 수를 맞춰준다네요.” 그는 “그러니 이제는 여러분들하고 (건강 상태가) 같다”며 웃었다. “박동기 배터리가 10년은 간대요. 10년이면 나 죽은 다음이니까 걱정은 안 해도 되겠죠. 이제는 샤우팅 해도(소리 질러도) 지장이 없어요."

그는 실제로 ‘샤우팅’을 선보였다. “유대인! 인도로 다니지 마!” 자분자분 말을 이어가던 80대 후반의 노 배우는 연기에 들어가자 180도로 돌변했다. 어디서 힘이 솟았는지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기억에 남는 프로이트 박사의 대사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특유의 폭발하는 듯한 연기를 시연한 것. 다만, 청력은 조금 달리는 듯했다. 그는 “나이를 먹으니 귀가 어두워 잘 못 듣는다”면서도 “대사 듣는 데는 지장이 없다”고 했다.

‘신은 있나’ 두고 상상력 펼치는

연극 ‘라스트세션’ 세번째 출연

“죽기 전 남기고 싶은 수작이죠”

87살 나이 잊고 활발한 무대연기

지난해 심장에 박동기 다는 시술

“이젠 샤우팅도 문제 없어요”

‘연극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살아왔다’는 그는 여전히 연극 무대에 활발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엔 상반기 <라스트세션>에 이어 하반기엔 <두 교황>에 출연해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연기했다. 두 작품 모두 사실상의 ‘2인극’이라 대사 분량이 방대하고 종교, 철학적 내용을 다뤄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품들이다. 그 와중에 연극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와 <장수상회>에도 얼굴을 비쳤다.

지난해 선보인 연극 <라스트세션>에 출연한 배우 신구(오른쪽)과 이상윤.                                                                     파크컴퍼니 제공
지난해 선보인 연극 <라스트세션>에 출연한 배우 신구(오른쪽)과 이상윤. 파크컴퍼니 제공
그는 <라스트세션>에 애착을 보였다. “이 작품을 두 번 공연했는데 부족하고, 미진한 부분이 많았어요. 이번엔 그런 부분을 채우고 메꿔서 더 잘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대사를 명확하게, 확실하게 전달해서 관객이 편하고 즐겁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같이 연기하는 젊은 배우들이 꾀부리지 않고 진지하고 열심히 하니까 내가 오히려 힘을 받는다”고 했다.

“배우들이 모여서 대본을 계속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고, 오랫동안 토론해도 쉽게 답이 안 나오는 부분들이 있어요. 하물며 한 번 오시는 관객들은 우리가 대사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으면 충분히 이해하고 즐기고 갈 수 없겠지요.”

<라스트세션>은 다음 달 8일 대학로 티오엠 1관에서 개막해 9월10일까지 이어진다. 초연 때 출연했던 배우 남명렬이 신구와 함께 프로이트 역을 연기한다. 루이스 역에는 초연부터 함께해온 이상윤 외에 카이(본명 정기열)가 새로 합류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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