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수 문진오 ‘독립운동가의 노래 2-결’ 발표
문진오 가수. 걷는사람 제공
‘조선인의 발’ 등 10곡 직접 작곡
발음 어려운 일본어 ‘15원50전’ 사연
“조선인 가려내 수천명 무차별 학살”
“민중수난사 예술적 기억 운동” “문화를 삶의 결이라고 한다. 100년의 역사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를 담은 이 음반의 제목을 ‘결’이라고 지었다. 근현대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동학농민혁명부터 1919년 3·1운동과 1923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 일본군 ‘위안부’, 한국전쟁, 해방공간 등 역사 속 인물과 사건을 통해 한과 눈물의 수난사를 딛고 일어선 민중들의 삶을 노래하고자 했다.”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으로 30년 넘게 거리에서 시대를 노래해온 민중가수 문진오가 15일 새 음반 <독립운동가의 노래 2-결>을 발표했다. 그는 모두 13곡의 수록곡 가운데 10곡을 작곡했다. 앞서 2019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돌을 기념해 <독립운동가의 노래 1>을 낸 데 이어, 이번 음반은 1923년 간토대학살 사건 100년을 기억하고자 만들었다. 음반의 첫번째 곡이자 주제곡인 ‘조선인의 발-간토대지진 사진첩에서’는 신채원 시인이 간토대학살 사건 사진첩에서 본 억울한 조선인 주검들의 하얀 발을 소재로 지은 시에 그가 곡을 붙였다. ‘하얀 발 독립 같은 건 꿈꾼 적 없는/ 거적 밖으로 뚝 떨어져 나가 꼭 살아있는 것처럼/ 동경에 가면 하얀 쌀밥 먹을 수 있다기에/ 관부 연락선 오르던 저 발 하얀 발/ 누구의 발인가 감추고 또 감춰도/ 어째서 저 사내의 발은 더 하얗게 일어서는가/ 주고엔 고주센 아들아 기억하지 말아라/ 주고엔 고주센 물려받을 것 없어/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사람에게 사람이 죽어간/ 이날의 역사를 물려받은 너희 가엾은 후손끼리/ 뜨겁게 뜨겁게 뜨겁게 안고 울어라.’ 가사 속 ‘주고엔 고주센’은 일본어 ‘15원 50전’으로, 간토대지진 때 이 발음을 제대로 못하면 조선인으로 간주해 수천명을 무차별로 학살했던 비극적인 내력이 담겼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은 1905년 이후의 식민지 지배와 이를 보완한 일본 민중이 강력한 적, 조선 민중을 두려워한 것에서 발생한 집단 살인이고, 민족 범죄였습니다. 한일 간의 부조리한 관계 속에서 필연적으로 돌출한 또 하나의 잔혹한 사건이었습니다. 이 노래는 역사의 진실과 민족의 아픔,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민중들의 끈질긴 투쟁의 울림이기도 합니다.” 현대사학자인 이규수 히토쓰바시대학 교수의 음반 추전 글 가운데 한 대목이다.
음반 표지. 걷는사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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