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 현대미술가 키키 스미스의 <꿈, 1992>. 작가 및 유니버셜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 제공
미처 떠나보내지 못한 2022년과 2023년의 기대감이 공존하는 1월. 각 미술관에도 다양한 감정과 이야기를 담은 전시가 채워졌다. 신예 작가의 고민과 중견 작가의 발자취, 한 분야와 장소의 역사를 기록한 전시까지 다양하다. 설 연휴에 볼만한 공연도 찾고 있다면 주목하시길.
국제갤러리 케이(K)3관은 태국 출신 현대미술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의 <이미지, 상징, 기도>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가 지난 2021년 국제갤러리 전속 작가로 선정된 뒤 여는 첫 전시로 대표 연작 ‘역사 회화’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역사 회화’는 청바지에 쓰이는 데님을 주재료로 사용한 작품이다. 작가는 표백한 데님 위에 그림을 그리고 이를 불태우며 사진으로 기록했다. 불타고 남은 그림과 재, 사진을 버무려 완성한 작품은 창조와 파멸의 순환구조를 상징한다. 전시장 바닥도 재를 표현한 검은색으로 꾸몄다. 바닥에는 작가의 기도문을 부조로 새겼다.
우란문화재단 우란1경은 공예전 <그녀의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전시는 음식문헌 연구자 고영과 참여 작가들이 모여 역사 속의 여성 술 문화를 살펴보고, 현대인의 술 이야기를 나누며 기획했다. 전시에서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공예작가들이 나무·흙·유리 등 물질을 활용해 자신들의 술 이야기를 풀어간다. 각각의 작업은 공간 안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점하고 여섯 가지 이야기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또한 관람객은 작가들이 직접 만든 술잔에 ‘과하주’를 담아 마시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슬로바키아 출신 사진작가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전 <어제의 미래>를 준비했다.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파스텔 색감을 사용해 몽환적이면서도 이데올로기적 풍경을 묘사한 작품으로 주목받아왔다. 이번 전시는 5개 구역을 통해 사진·영상·설치 등 작가의 주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 안팎에는 세트장 등을 설치해 관람객이 작품 속 피사체가 될 수 있는 참여 기회도 제공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은 독일 출신 현대미술가 키키 스미스의 개인전 <자유낙하>를 열었다. 키키 스미스는 예술에 입문한 뒤 40여년 동안 생명의 취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숙고해왔다. 이와 더불어 신체의 안과 밖을 탐구하면서 신체 분비물과 배설물 등을 가감 없이 다룬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4년 제작 작품 ‘자유낙하’를 포함해 조각·판화·사진·드로잉 등 14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자유낙하라는 열쇳말로 방대한 작품을 하나로 묶고 작가의 신념도 설명할 계획이다.
롯데뮤지엄은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이자 메종 마르지엘라 창립자인 마틴 마르지엘라의 개인전 <마틴 마르지엘라>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1980년대부터 지속해서 탐구해온 물질과 신체, 젠더 등 주제를 담은 50여점의 작품을 보여준다. 관람객은 미로처럼 꾸며진 공간을 누비며 작가가 “숨 막힌다”고 표현한 패션계의 관습을 벗어난 다양한 시각 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다.
뮤지엄한미 삼청은 신축 개관전인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1982>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사진이 어떠한 조건과 문맥 속에서 역사를 일궈갔는지 밝히고자 기획했다. 이를 위해 지난 1929년 열린 <정해창: 예술사진 개인전람회>부터 1982년 <임응식 회고전>에 이르는 한국사진사의 주요 연보를 재구성했다. 아울러 각 신문사가 주최한 공모전 당선작과 개인전 출품작 1000여점을 통해 한국 사진계를 움직인 제도와 주요 이벤트를 정리했다.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해 <3650 스토리지-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3650일(10년) 동안 서울미술관에서 전시를 진행한 작가 48명의 신작과 최근작 300여점을 소개한다. 이와 함께 작가로서 가진 고민과 비전 그리고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했다.
황인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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