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도 ‘삐래~삐래~’ 하고 따라 불렀던 ‘비트 잇’(Beat It), 미끄러지듯 뒤로 걷는 ‘문 워크’ 춤을 유행시킨 ‘빌리 진’(Billie Jean), 좀비물로 블록버스터 뮤직비디오의 탄생을 알렸던 ‘스릴러’(Thriller).
제목만 들어도 설레는 명곡들로 꽉 채웠던 마이클 잭슨(1958~2009)의 정규 6집 앨범 <스릴러>(1982)가 발매 40주년을 맞았습니다. 소니뮤직과 마이클 잭슨 재단은 이를 기념해 다큐멘터리 <스릴러 40> 상영회와 40주년 기념앨범을 준비했는데요. 마이클이 떠나고 슬퍼했던 팬들에게 오랜만에 들려온 희소식이죠? 40주년 다큐멘터리와 음반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스릴러>는 어떤 앨범인지 지금부터 알아볼게요.
마이클 잭슨 40주년 기념음반. 소니뮤직 제공
다큐멘터리 <스릴러 40>은 음반과 비디오 시장을 뒤흔든 <스릴러> 수록곡들의 뮤직비디오(뮤비)에 관한 해설을 담았습니다. 1983년에 마이클 잭슨의 전기를 펴냈던 음악사학자 넬슨 조지가 감독을 맡았고요. 전 세계 8개 도시에서 상영회를 하는데 한국은 오는 30일 씨지브이(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1회 상영합니다. 그러나 표는 이미 매진! 솔드 아웃(Sold Out)! 소니뮤직 관계자는 “아쉽게도 1회 상영만 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역시 예정돼 있지 않다”고 하네요.
다큐 영화를 놓쳐서 속상하다고요? 눈물 뚝! 40주년 기념앨범이 기다리고 있어요. 오는 18일 전 세계 발매되는 이 앨범은 마이클 생전에 나왔던 <스릴러> 25주년 기념판에 이은 두 번째 기념음반이에요. 1982년 첫 발매 당시 작업했던 데모 및 미공개 곡 10곡을 담아 팬들의 기대를 받고 있어요. 지난 5월에 40주년 음반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순차적으로 흘러나왔던 미공개 곡 정보에 의하면요. 마이클 사후 앨범인 <마이클>(2010)의 수록곡
‘베스트 오브 조이’(Best Of Joy)의 초기 버전인 ‘더 토이’(The Toy)가 들어있어요. “위 아 포에버”(We are forever·우리는 영원할 것)라는 후렴구 가사로 팬들을 울렸던 ‘베스트 오브 조이’는 마이클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녹음한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곡의 원곡이 대중에게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네요.
또 다른 미공개 곡은 ‘스릴러’의 데모인 ‘스타라잇(Starlight)’입니다. 마이클과 작업한 음악 프로듀서 퀸시 존스의 제안으로 지금의 ‘스릴러’가 되기 전의 원곡이라는데요. 이외에도 우리가 익히 알던 곡과 다른 원곡을 비교해보면 기분이 또 새롭겠죠.
마이클 잭슨이 사망한 뒤 나온 앨범 <마이클>
<스릴러>는 마이클을 ‘팝의 황제’ ‘슈퍼스타’로 만든 앨범이에요. 1963년 4명의 형과 함께 잭슨 파이브(Jackson 5)로 데뷔했던 마이클이 솔로로서 입지를 다지며, 본인의 예술성과 천재성을 한껏 발휘한 음반이기도 하죠.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의 집계에 따르면 <스릴러>의 누적판매량은 약 7천만장이라고 해요. 지금도 단일앨범으로는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스릴러>가 또 얼마나 대단하냐면요. 수록곡 7곡이 모두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 내에 올랐고, 그 중 2곡(빌리진, 비트 잇)이 정상을 차지했어요. 앨범 수록곡들이 당시 빌보드 앨범 차트에서 37주 동안 1위를 했고요. 1984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레코드’(Record of the Year)를 비롯해 8개 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마이클은 생전에 그래미상을 총 17개 받았는데, 이때 한 해 동안 8개를 차지했어요. 동시에 마이클은 역대 최고의 성공을 이룬 엔터테이너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고요. 정말 엄청난 성공을 불러온 앨범이죠? 김학선 음악평론가는 “팝의 정수가 1980년대라고 보는데 특히 <스릴러>는 백인과 흑인을 다 아우르는 음악으로 상업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최고로 꼽히는 앨범”이라고 평가했어요.
<스릴러> 앨범의 대표곡들을 살펴볼까요? ‘빌리진’은 1983년 3월 4일에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라 7주간 머물렀어요. 티브이(TV)에서 선보인 첫 라이브 무대(3월 25일)는 대성공이었죠. 라이브 무대마다 문 워크 춤에 빠진 사람들이 열광하는 영상짤은 한 번쯤 다들 보셨죠?
마이클은 뮤비에도 공을 많이 들였어요.
‘빌리 진’은 뮤비의 한 획을 그은 그룹 아하(a-ha)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를 만든 스티브 배런 감독이 연출을 맡았죠. 빌리 진이라는 광적인 팬에게 연인이 아니(Billie Jean is not my lover)라고 부인하는 노래 가사와는 다르게 뮤비는 미스터리한 분위기로 시작해요. 노숙자도 터치 한 번으로 말끔한 신사로 변신시키는 ‘미다스의 손’ 마이클을 사설탐정이 뒤를 쫓는 내용이죠. 이때 마이클이 입은 검은 일자 바지와 하얀 양말은 영원한 그의 트레이드마크로 남게 돼요. 엠티브이(MTV)가 백인 록 뮤지션의 뮤비만을 방영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틀었던 역사적인 첫 흑인 뮤비이기도 하죠.
록과 알앤비(R&B)를 결합한
‘비트잇’은 80년대 사회 이슈였던 갱단을 소재로 다뤘어요. 뮤비에 진짜 갱단을 섭외해 촬영했으며 ‘뒤로 물러서’라는 제목의 의미대로 싸움을 멈추고 폭력적인 상황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담았었죠. 반면 마이클이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스릴러’는 14분짜리 단편영화 같은 뮤비 덕에 뒤늦게 주목받은 곡이에요. 1983년 12월 24일 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라 이듬해 4월까지 자리를 지켰죠. 1984년 엠티브이 뮤직어워드에서 ‘최우수 퍼포먼스 비디오’ 등 3개 부문 상을 수상했고요. 역사적으로 가치 있는 영화를 선정 보관하는 미국 내셔널필름보관소에서 뮤비로는 처음으로 ‘스릴러’를 보관하기도 했어요. 나중엔 탈퇴했지만 당시 여호와의 증인이었던 마이클이 교단과 갈등을 빚어 뮤비 인트로에 “개인적 신념이 강한 사람으로서 이 영화가 어떤 식으로든 오컬트에 대한 믿음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라고 밝힌 것도 재미있죠?
김학선 평론가는 <스릴러> 앨범을 두고 “초등학생 시절 ‘삐레’ 하며 따라 부르고 ‘문 워커’ 게임을 했을 만큼 향수가 있는 앨범이지만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 요즘 들어도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세련된 음악”이라고 했는데요. 다들 비슷한가 봐요. 유튜브 <빌리 진> 뮤비를 오랜만에 보는데 댓글에 어느 외국 팬이 남겨놓은 이 말이 눈에 띄네요. “2022년 11월에 들어도 마이클 잭슨의 음반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