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대한 정부 대처를 놓고 대중문화계에서 소신 발언이 나오고 있다. 또 대중음악 공연이 줄지어 취소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선 “공연도 애도의 방식”이라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방송인이자 작가 허지웅은 1일 인스타그램에 “(행사) 주최가 없으면 시민의 자격을 상실하는 세계의 한가운데서, 할 만큼 했고 책임질 게 없다는 말 잔치의 홍수 속에서, 정작 내 입과 손끝에서는 쓸모 있는 말이랄 게 모두 사라져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경찰,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발언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이건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는 발언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싱어송라이터 ‘생각의 여름’(본명 박종현)은 지난달 31일 인스타그램에 “이번 주에 하기로 한 두 공연의 기획자들께서 공연을 진행할지 연기할지에 대하여 정중히 여쭈어 오셨다. 고민을 나눈 끝에 예정대로 진행키로 했다”고 썼다.
이어 “예나 지금이나 국가기관이 보기에는 예술 일이 유흥, 여흥의 동의어인가 보다”라며 “관에서 예술 관련 행사들(만)을 애도라는 이름으로 일괄적으로 닫는 것을 보고 주어진 연행을 더더욱 예정대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공연을 취소하지 않고 진행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연이 업인 이들에게는 공연하지 않기뿐 아니라 공연하기도 애도의 방식일 수 있다”며 “하기로 했던 레퍼토리를 다시 생각하고 매만져본다. 무슨 이야기를 관객에게 할까 한 번 더 생각한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방식이다.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지만, 함부로 판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음악평론가로 활동 중인 라디오 작가 배순탁은 1일 인스타그램에 “언제나 대중음악이 가장 먼저 금기시되는 나라. 슬플 때 음악으로 위로받는다고 말하지나 말던가. 우리는 마땅히 애도의 시간을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애도의 방식은 우리 각자 모두 다르다. 다른 게 당연하다. 방식마저 강요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글과 함께 생각의 여름이 쓴 글을 함께 올렸다.
싱어송라이터 정원영도 같은 날 “모든 공연을 다 취소해야 하나요, 음악만 한 위로와 애도가 있을까요”라는 글을 썼다. 드럼 연주자 겸 작곡가 박가을은 “예술을 음악을 바라보는 한 가지 시선이 두려워서 이런 조치를 하는 게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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