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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과잉’ 문체부 장관의 ‘윤석열차’ 시선이 우려스러운 이유

등록 2022-10-25 12:11수정 2022-10-25 12:48

박보균 장관, 국감장에서 ‘정치카툰’ 거듭 비판
카툰 권력 비판 외면…블랙리스트 떠올리게 해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문체부의 자료 제출 오류에 관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문체부의 자료 제출 오류에 관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카툰 <윤석열차>를 ‘정치카툰’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카툰의 본질적인 특성상, 권력 비판 물론이거니와 기본적으로 비판적 시각을 담아야 한다는 점을 애써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박 장관은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종합감사에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만약 작품이 <이재명열차>여도 절차에 문제가 있으면 문체부가 대응했겠느냐”란 질의에 “당연히 그렇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공모전에서 수상한) 10개 작품을 보면 정치카툰은 이것 하나”라며 “9개 작품은 사회, 문화, 학교 폭력에 대한 것이다. 신종철 만화영상진흥원장이 ‘정치적 의도가 없도록 한다, 정치 카툰은 심사 대상에서 결격 사유다’ 해놓고, 실제 공모를 받을 때는 그 부분 없이 받아 이 사태가 일어났다”며 책임을 돌렸다.

이어 “(절차상 문제를) 중시하는 이유는 300개 후원 단체에 (이런 식으로) 경고하지 않으면 문체부 승인 절차는 무시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앞서 5일 열린 국감에서도 “순수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명성을 쌓아온 중·고생 만화공모전을 정치 오염 공모전으로 변색시킨 만화영상진흥원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박 장관은 <윤석열차> 논란을 정치와 정쟁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계는 이번에 수상한 카툰들이 사회 비판적인 시선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 &lt;아빠찬스&gt;와 &lt;임산부석&gt;. 커뮤니티 갈무리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 <아빠찬스>와 <임산부석>. 커뮤니티 갈무리

이번 학생만화공모전 카툰 부문 수상작은 비판적인 시각을 담았다. 올해 중등부 카툰 부문 금상은 <아빠찬스>였다. 이 카툰을 보면, 이른바 ‘샤’ 모양의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 조형물 아래에 줄을 타고 문을 넘어서려는 학생들이 그려져 있다. 학생을 떠받드는 아버지의 크기가 클수록, 학생이 정문까지 올라가야 할 줄의 길이는 줄어든다. 아버지의 직업이나 지위가 자식의 입시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풍자한 카툰이다.

박 장관의 정치적인 시각을 적용하면, 이 카툰도 건전한 입시 경쟁을 비판하는 좌파의 시각이 들어간 정치적인 카툰으로 보이게 된다.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lt;윤석열차&gt;. 커뮤니티 갈무리
부천국제만화축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 커뮤니티 갈무리

결국 박 장관이 정치적인 카툰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윤석열 대통령을 카툰의 소재로 삼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그린 <윤석열차>는 대통령을 일방적으로 비난한 게 아니라 대통령의 행보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비판했다.

대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2월13일,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열차를 타고 가다 구두를 신은 채 맞은편 좌석에 발을 올려 ‘구둣발’ 논란에 휩싸였다. 이 그림에도 그 구두를 찾을 수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가 이용했던 홍보용 열차 이름이 ‘윤석열호’이기도 했다.

김성회 정치연구소 씽크와이 소장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윤석열차> 카툰 설명. 건조한 설명’이라는 글에서 “그림 앞 희생자들은 왼쪽부터 노인, 청년, 베레모를 쓴 군인, 여성으로 이번 정부에서 예산을 대폭 삭감당한 피해자들이다. 설계가 매우 정교하다”고 분석했다.

또 김 소장은 “그림 뒤에 무너지고 있는 빌딩을 확대해 보면 ‘여성가족부’가 보인다. 무도한 ‘윤석열차’가 이미 여성가족부는 무너뜨리고 폭주하는 상황을 적확하게 묘사했다”고 봤다.

문화예술계·시민사회 257개 단체와 개인 1310명이 지난 11일 오전 대통령실 인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카툰 ‘윤석열차’ 예술 검열사건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엄중 경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이 조선시대 양반들을 비판했던 이매탈을 쓰고 누워 윤석열 정부의 예술 검열을 비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화예술계·시민사회 257개 단체와 개인 1310명이 지난 11일 오전 대통령실 인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카툰 ‘윤석열차’ 예술 검열사건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 박보균 문화체육부 장관에게 엄중 경고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참가자들이 조선시대 양반들을 비판했던 이매탈을 쓰고 누워 윤석열 정부의 예술 검열을 비판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문제는 박 장관의 이런 정치적인 시선이 박근혜 정권 때의 ‘블랙리스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문화연대·한국민예총·우리만화연대 등 문화예술계 단체들은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맞은편 전쟁기념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국정감사에서 박보균 문체부 장관이 ‘순수한 공모전을 정치에 오염시킨 게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정치적 색채 여부에 따라 작품 선정 기준을 정한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위배하는 위헌적 조항이며,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차별하는 것이야말로 블랙리스트 사건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종합감사가 연기되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민주연구원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고 있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인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종합감사가 연기되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은 “2020년 헌법재판소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리고, 법원 역시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국가폭력 행위를 인정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판결했다”며 “하지만 여전히 윤석열 정부와 문체부는 블랙리스트 행위에 대한 반성 및 성찰 없이 문화예술인 탄압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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