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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을 하나 통째로 옮겼다…태양의 서커스 ‘아티스트 텐트’ 가보니

등록 2022-10-23 07:00수정 2022-10-24 02:33

20일 개막한 ‘뉴 알레그리아’ 공연 텐트 4천평
연습실·의상실·분장실·식당·구내상점 등 갖춰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텐트 전경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텐트 전경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광장엔 흰색과 푸른색 줄무늬의 여러 텐트가 보였다.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를 공연하기 위한 텐트였다. 가장 큰 텐트는 ‘빅탑’이라고 불리는 공연장이다. 높이 19m, 지름 50m로 4496㎡(1360평) 규모다. 25m 높이의 강철 기둥 4개와 550개 말뚝을 박아 시속 120㎞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곳에 ‘빅탑’만 있는 건 아니다. 바로 옆에는 연습실·의상실·분장실 등이 완비된 ‘아티스트 텐트’도 있다. 식당·사무실·구내상점·창고·편의시설 등도 갖추고 있다. 이를 포함한 규모는 1만3천㎡(4천평)에 이른다. 작은 공동체 마을인 셈이다. 마을에 필요한 물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가져왔다. 컨테이너 85개가 필요했고, 설치에만 28일이 걸렸다. 현장에서 만난 태양의 서커스 홍보 담당자 프랑시스 잘베르는 “태양의 서커스는 마을 하나를 통째로 이사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출연 아티스트들이 곡예를 연습하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출연 아티스트들이 곡예를 연습하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빅탑’ 바로 옆에 있는 ‘아티스트 텐트’가 공개됐다. 서커스 무대 뒤는 어떤 모습일까. 내부를 둘러봤다. ‘아티스트 텐트’에선 공연을 앞두고 19개국에서 모인 53명의 서커스 아티스트가 몸을 풀고 있었다. 단원들은 다리를 찢고, 몸을 날리고, 장대를 들고, 봉을 돌리고, 동료를 들어 올리며 공연 준비에 한창이었다. 의료실도 마련돼 있어 몸 관리가 필요한 단원은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출연 아티스트 뱅상 라부아(왼쪽)와 루시 콜벡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출연 아티스트 뱅상 라부아(왼쪽)와 루시 콜벡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곳에서 만난 캐나다 출신 뱅상 라부아는 텀블링(공중제비) 곡예를 한다고 했다. 그는 2014년 캐나다인 최초로 텀블링 월드챔피언십 결승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텀블링 국제대회에 출전할 때 서커스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이곳에 합류했다. 라부아는 케이(K)팝과 태양의 서커스가 닮은 점이 많다고 했다. 그는 “엄격하게 훈련하고, 무대에 올라갔을 때는 칼처럼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닮았다”고 했다.

영국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루시 콜벡은 라부아와 같이 텀블링 곡예를 한다. 9살 때부터 텀블링을 배운 콜벡은 2013년과 201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받기도 했다. 콜벡은 “선수 시절엔 로봇처럼 정해진 대로 엄격하게 준비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고 흐르는지를 생각하며 무대에 선다”고 했다.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출연 아티스트 오윤에르데네 셍게가 컨토션 곡예를 연습하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출연 아티스트 오윤에르데네 셍게가 컨토션 곡예를 연습하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몽골 출신 오윤에르데네 셍게는 2008년 태양의 서커스 내한공연에서 한국 관객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셍게는 몸을 비틀거나 뒤집는 곡예(컨토션)를 한다. 그는 “서커스 아티스트는 몸을 잘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휴식과 훈련에서 균형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텐트가 집처럼, 고향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의상실에선 옷과 가발을 손보는 담당자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50여명의 아티스트를 위한 120여벌의 옷은 모두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됐다. 옷은 단원 개개인의 체형과 퍼포먼스 종류, 캐릭터에 따라 맞춤 제작된다. 빨리 손상되기에 6개월마다 교체한다. 닳아버린 수십켤레의 신발을 수선하는 일도 바쁘게 진행되고 있었다. 신발은 독특했다. 예컨대 겉은 하이힐이지만 안은 운동화로 돼 있었다. 단원 안전을 위한 장치다.

의상실에서 담당자들이 옷과 가발을 손보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의상실에서 담당자들이 옷과 가발을 손보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의상실에서 담당자들이 신발을 손보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의상실에서 담당자들이 신발을 손보고 있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식당에는 4명의 요리사가 샐러드와 육류 등 다양한 음식을 뷔페식으로 준비했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아티스트가 많아 다국적 음식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영양을 고려해 메뉴도 매일 바뀐다.

‘뉴 알레그리아’는 1994년 초연해 40개국 255개 도시에서 1400만 관객을 동원한 태양의 서커스 대표작 ‘알레그리아’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알레그리아’(alegria)는 스페인어로 기쁨·환희·희망을 뜻한다. 이 서커스는 쇠락해가는 가상의 왕국을 배경으로 왕을 잃은 뒤에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귀족 세력과 변화를 추구하는 신흥 세력 사이의 권력 투쟁을 환상적인 분위기의 무대와 음악, 곡예로 그려낸다. 서커스 타이틀곡 ‘알레그리아’는 1996년 미국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일 개막해 내년 1월1일까지 공연한다.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포스터.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태양의 서커스 ‘뉴 알레그리아’ 포스터.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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