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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핀 “예전 음악이 강한 바람이라면, 이번 앨범은 따뜻한 햇살”

등록 2022-09-27 07:00수정 2022-09-27 09:18

4년 만에 7집 ‘더 라이트 오브 레인’ 발표
7집 <더 라이트 오브 레인>을 발표한 밴드 허클베리핀 멤버들. 왼쪽부터 성장규, 이소영, 이기용. 샤레이블 제공
7집 <더 라이트 오브 레인>을 발표한 밴드 허클베리핀 멤버들. 왼쪽부터 성장규, 이소영, 이기용. 샤레이블 제공

지하 1층, 지하 2층…. 한참을 내려갔는데도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가 맞나?’ 의심할 즈음, ‘하늘이 보일 때까지 끝까지 내려오세요’라고 쓴 안내문이 보였다. ‘지하에 웬 하늘?’ 지하 3층까지 내려가니 빛이 보였다. 그 빛을 쫓아 문밖으로 나가니 정말로 높푸른 가을 하늘이 올려다보였다. 건물 앞에선 지하이지만 뒤에선 지상인 구조. 작은 마당을 지나, 마침내 3인조 밴드 허클베리핀의 서울 연희동 작업실에 당도했다. 지난 21일 오전이었다.

5년 전인 2017년, 허클베리핀 멤버들이 이곳에 처음 왔을 때도 그랬다. 작업실을 물색하던 중 부동산중개소 소개로 와보니 까마득한 지하였다. “계단을 내려가며 ‘또 땅 파고 내려가야 해? 여긴 무조건 안 돼’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 내려오니 햇살이 환하게 비치는 거예요. 무조건 여기여야 한다고 마음을 바꿨죠.” 리더 이기용(기타·보컬)이 당시를 떠올렸다.

그 몇년 전, 이기용은 깊고 어두운 굴 속으로 들어갔다. 5집 발표 이듬해인 2012년 갑자기 찾아온 마음의 병에 괴로워하다 2013년 홀로 무작정 제주도에 내려갔다. 김녕 바닷가의 컨테이너박스에 숨어 지내며 온몸으로 고통을 받아냈다. 2015년 ‘음악을 다시 해야 살 것 같다’는 결론에 다다른 그는 멤버들을 소집했다. 다시 바깥세상에 나와 이곳 연습실을 얻었다. 제주 풍광에서 얻은 영감을 풀어낸 6집 <오로라 피플>을 2018년 발표했다. 이전의 거칠고 빠르고 강한 비트의 음악과 달리 차분하고 서정적이고 몽환적인 음악이었다.

허클베리핀 7집 &lt;더 라이트 오브 레인&gt; 표지. 샤레이블 제공
허클베리핀 7집 <더 라이트 오브 레인> 표지. 샤레이블 제공

그로부터 4년 만인 지난 22일, 7집 <더 라이트 오브 레인>을 내놓았다. 이기용은 발표 전날인 21일 연희동 작업실에서 음악감상회를 열어 “1998년 허클베리핀 데뷔 이후 5집까지는 내면 안으로 파고들어가려 했던 음반이었다면, 6집은 제주도에 머물다 밖으로 나오려 했던 음반이었다”며 “이번 7집은 밖으로 나온 자아가 대도시 서울에서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음반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 힘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비의 빛’을 뜻하는 앨범 제목부터 그런 의미를 담았다. “비가 오면 가라앉고 울적해지잖아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다들 그런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비 오는 날에도 먹구름 위엔 해가 떠 있거든요. 그 햇빛이 비에 섞여 우리에게 쏟아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힘든 일이 있어도 그 안에는 우리가 알지 못할 뿐, 반짝이는 햇빛이 스며들어 있다고 여기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런 제목을 붙였습니다.”(이기용)

앨범에는 신곡과 함께 이전 발표곡들을 새로 편곡해 실었다. 타이틀곡은 모두 3곡이다. 2016년 발표했던 싱글을 재편곡한 ‘적도 검은 새’는 친구와 멀리 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았다. “친구가 팔에 화상을 입었는데, 흉터가 새처럼 보이는 거예요. 그 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올라 우리를 적도의 바다로 안내해요. 이런 환상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었어요.”(이기용)

7집 &lt;더 라이트 오브 레인&gt;을 발표한 밴드 허클베리핀 멤버들. 왼쪽부터 성장규, 이소영, 이기용. 샤레이블 제공
7집 <더 라이트 오브 레인>을 발표한 밴드 허클베리핀 멤버들. 왼쪽부터 성장규, 이소영, 이기용. 샤레이블 제공

신곡 ‘눈’은 이기용이 지친 몸으로 길을 걷다 어느 할머니가 한손엔 지팡이, 다른 한손엔 우산을 들고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고 만든 노래다.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에게서 내가 얻은 위로를 여러분께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번째 타이틀곡 ‘템페스트’는 지난해 방송한 지성 주연 드라마 <악마판사>(tvN) 오에스티(OST)로 만든 노래다. 많은 역경과 상처를 안은 자아가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강렬한 드럼 비트와 기타 리프에 담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소영(보컬)은 목소리에 힘을 빼고 부른다. 이소영은 “이전까진 샤우팅 등 록 창법을 구사해오다 6집부터 힘을 빼기 시작했다. ‘템페스트’에서 특히 힘을 많이 뺐는데, 힘 있게 부르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앨범의 전반적인 특징은 강렬한 비트와 편안한 멜로디다. 성장규는 원래 기타리스트이지만, 드럼 비트를 만들어 입히는 역할도 맡았다. “고대 음악부터 쓰인 원초적 북소리로 에너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기용은 팝과 힙합 사운드를 연구해 이번 앨범에 적용했다.

“이솝우화에 해와 바람이 나그네 외투 벗기기 내기를 하는 얘기가 있잖아요. 허클베리핀의 예전 음악이 강한 바람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따뜻한 햇살이 되고자 했어요. 그 햇살을 맞으며 위로와 공감을 얻었으면 합니다.”(이기용)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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