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윤이상이 영화음악을 담당한 1952년 영화 <낙동강>의 한 장면. 그동안 유실됐던 이 영화의 필름이 최근 발견돼 윤이상이 영화음악을 만든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만든 영화음악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최근 필름이 발견된 1952년 영화 <낙동강>에서 윤이상이 영화음악을 담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그동안 <낙동강>이란 영화가 제작됐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필름이 유실돼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다. 이 영화의 영화음악도 지금까지는 작곡가 김동진이 작곡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이 원본 필름을 발굴한 <낙동강>의 크레딧에는 ‘영화음악 윤이상’이라고 명기돼 있었고, ‘김동진’이란 이름은 등장하지 않는다.
작곡가 윤이상이 음악을 담당한 영화 <낙동강>은 실제 한국전쟁 전투 장면을 넣는 등 다큐멘터리 형식을 가미한 45분 길이의 극영화다. 노산 이은상 시인의 시 ‘낙동강’을 모티브로 전창근 감독이 만들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통영 출신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통영국제음악재단은 윤이상이 작곡한 관현악곡 ‘낙동강의 시’가 이 영화에 삽입된 곡들의 원형을 이룬다고 분석했다. 이 곡의 1악장 팡파르 주제와 2악장 오보에 주제가 영화에 거의 그대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곡 도입부의 팡파르 주제는 영화 곳곳에서 변형돼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윤이상이 1956년 파리에서 완성한 ‘낙동강의 시’는 3악장으로 이뤄진 교향시 형식의 관현악곡으로, 연주 시간은 15분 안팎이다. 윤이상 탄생 100돌을 맞은 2017년에야 뒤늦게 이 곡의 자필 악보가 발견됐고, 이듬해 4월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한스크리스티안 오일러가 지휘한 하노버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세계 초연했다.
2017년 발견된 작곡가 윤이상의 교향시 형식 관현악곡 ‘낙동강의 시’ 자필 악보. 이 곡의 주요 주제들이 영화 <낙동강>의 곳곳에서 변형돼 반복적으로 사용된다. 통영국제음악재단 제공
이번에 발굴된 <낙동강>을 통해 윤이상이 작곡한 새로운 곡의 존재도 처음 확인됐다. 영화엔 윤이상이 1952년에 작곡한 노래(합창곡 또는 독창곡) ‘낙동강’과 함께 영화를 위해 따로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송곡풍의 합창곡도 등장한다. 1분15초 길이의 제목이 붙여지지 않은 이 곡의 존재는 이번 필름 발굴로 처음 확인됐다.
한국전쟁 와중에 제작된 <낙동강>은 실제 한국전쟁 전투 장면을 넣는 등 다큐멘터리 형식을 가미한 45분 길이의 극영화다. 노산 이은상 시인의 시 ‘낙동강’을 모티브로 전창근 감독이 만들었다. 영상과 음향이 유실되지 않고 복원된 이 영화는 1950년 8월1일부터 9월24일까지 벌어졌던 ‘낙동강 전투’를 재현해 전쟁의 참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올해 안에 이 영화의 디지털 작업을 마무리하고 상영 행사를 기획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임석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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