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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쿠키’, 음악적 도전인가 선정적 도전인가

등록 2022-08-29 16:09수정 2022-08-30 02:48

가사 선정성 논란에 소속사 “의도 없었다” 해명
영미권에선 ‘맥락’과 ‘10대 걸그룹’ 문제 지적
그룹 뉴진스의 ‘쿠키’ 뮤직비디오 갈무리
그룹 뉴진스의 ‘쿠키’ 뮤직비디오 갈무리

하이브 계열 기획사 어도어의 신인 걸그룹 뉴진스가 부른 노래 ‘쿠키’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쿠키’는 ‘썸 타는’(사귀기 직전 호감을 느끼는 관계) 10대의 솔직한 마음을 쿠키로 은유한 댄스팝 장르의 노래다. 노래 발표 이후 국내에서는 별다른 논란이 없없다. “내가 만든 쿠키/ 우리집에만 있지/ 얼마든지 굽지” 등의 가사가 신선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국외서 먼저 선정성 논란…“여성 특정 부위 암시하는 속어”

논란은 국외에서 먼저 불거졌다. 미국 음악 커뮤니티 등에서 ‘쿠키’ 가사의 선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미국에선 쿠키가 여성의 특정 부위를 암시하는 슬랭(속어)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어도어는 지난 27일 누리집에 ‘선정적인 가사를 넣지 않았다’는 해명 글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어도어는 해명 글에서 “‘쿠키’는 ‘시디(CD)를 굽다=쿠키를 굽다’ 아이디어에서 착안했다”며 “‘쿠키’는 (우리가 매일 먹는) 주식을 능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곡으로, 뉴진스의 음악적 가치와 새로움을 향한 도전을 함축한다”고 설명했다.

선정성 논란과 관련해 어도어는 “다수의 영문학 박사, 통·번역 전문가, 네이티브 스피커 및 일반 외국인들에게 확인했지만, ‘통상 쓰이는 개념이 아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해명했다. 특히 해명 글 마지막에선 “해석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사안의 맥락에 있다고 생각한다. 맥락을 살펴주기 바란다”며 ‘맥락’을 강조했다.

소속사 “CD 굽는다는 아이디어 착안” 해명에도…맥락 보면 ‘글쎄’

하지만 이런 해명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로 그 ‘맥락’ 때문에 ‘쿠키’가 다른 나라에서 논란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가족이나 친구끼리 쿠키를 얘기할 때는 성적인 뜻으로 쓰이지 않는다. 하지만 ‘썸 타는’ 남녀 사이에서 쿠키를 놓고 “우리집에만 있지 놀러 와”라고 하면 성적인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는 전혀 성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가 아니다. 하지만 ‘썸 타는’ 남녀가 헤어지기 전에 “넷플릭스 보면서 놀래?”(Netflix and chill?)라고 말하면, 다른 의미로 바뀐다. 맥락상 이 문장은 성적인 뜻을 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썸 타는’ 남녀가 헤어질 때 “라면 먹고 갈래?”라고 하면, ‘라면’ 역시 맥락상 다른 뜻으로 들리는 것과 비슷하다.

그룹 뉴진스의 ‘쿠키’ 뮤직비디오 갈무리
그룹 뉴진스의 ‘쿠키’ 뮤직비디오 갈무리

대중음악 가사에서 이런 성적인 논란은 계속 있었다. 블랙핑크가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부른 영어노래 ‘아이스크림’ 가사 역시 선정성 논란이 있었다. 다만 그때는 이번처럼 논란이 크게 번지진 않았다.

뉴진스의 ‘쿠키’가 특히 큰 논란에 휩싸인 것은, 노래를 부른 그룹 멤버 다섯명이 모두 10대 미성년자이기 때문이다. 국외에서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다. 영미권에선 걸그룹이 성적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는 단어를 가사로 쓰는 것을 용납하는 편이지만, 10대에게 그런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은 용인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어도어는 “각종 슬랭에 대한 사례 조사를 진행했고, 케이크, 비스킷, 라이스, 스트로베리, 멜론 등 일상의 평범한 단어들이 전혀 다른 뜻의 은어로 사용되는 케이스가 다양하다는 점을 파악했다”며 “어떤 단어도 시비를 걸어 문제로 삼는다면 피해 가기 어렵다”고 했다.

멤버 전원 미성년자…성장통 딛고 더 세심한 점검 필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지만, 10대 그룹이 부르는 노래 가사, 특히 제목인 경우엔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쿠키’의 경우 영어권의 각종 속어를 설명해주는 사이트인 ‘어반 딕셔너리’만 확인해봐도 체크할 수 있었다.

사실 뉴진스는 의상과 퍼포먼스 등에서 여느 걸그룹이 내세우는 선정적인 이미지 대신 노래 자체로 승부하려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래서 이번 논란이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제 케이(K)팝은 국내는 물론 국외 팬까지 염두에 둬야 할 만큼 성장했다. 사전에 좀 더 철저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사태는 케이팝의 성장 과정에서 드러난 성장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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