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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발라드는 집밥…가사의 맛과 힘 느껴봐요”

등록 2022-08-09 11:38수정 2022-08-11 14:47

[발라드페스티벌 총감독 박학기 인터뷰]
9월23~25일 강촌서 제1회 ‘발라당 2022’
박정현·박창근·알리·적재·박재정·하동균 등 출연
가수 박학기. 에이치케이엔터프로(HK Enterpro) 제공
가수 박학기. 에이치케이엔터프로(HK Enterpro) 제공
“발라드는 집밥 같아요. 자주 먹으니까 맛있다고 생각하지 않죠. 오히려 자극적인 음식을 맛있다고 여기잖아요. 하지만 진짜 맛은 집밥에서 나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이 발라드예요. 발라드의 진짜 맛을 보여주는 페스티벌이 될 겁니다.”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의 한 기획사 사무실에서 만난 가수 박학기는 1회 발라드페스티벌 ‘발라당 2022’를 집밥에 비유하며 소개했다. 그는 이 페스티벌 총감독을 맡고 있다.

박학기는 “현란한 조명 아래에서도 흥분과 감동이 있지만,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에도 서정과 감동이 있죠. 그런 아름다운 정서를 담은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어요”라고 덧붙였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는 ‘발라당 2022’는 9월23~25일 사흘 동안 강원 춘천시 엘리시안 강촌에서 열린다. ‘발라당’은 누워 있듯 편안하게 보는 페스티벌이란 뜻으로, ‘뛰지 않아도, 헤드뱅잉이 없어도, 미친 듯한 떼창이 없어도, 여행을 가듯 즐거운 페스티벌’을 내세우고 있다.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주요 가수는 23일 이준호·양다일·박재정·박기영·스텔라장·흰(박혜원)·하동균, 24일 이주혁·챈슬러·아도이·김나영·백아연·정승환·박정현, 25일 오존·알리·박창근·김재환·이무진·적재·윤도현 등이다.

발라드페스티벌 ‘발라당 2022’ 포스터. 한겨레신문사 제공
발라드페스티벌 ‘발라당 2022’ 포스터. 한겨레신문사 제공
박학기가 총감독을 맡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 “지난해 김민기의 아침이슬 50주년 프로젝트를 <한겨레>와 준비하면서 발라드페스티벌을 만들어보자고 했죠. 우리 정서를 대변하는 축제, 지속 가능한 축제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죠.”

가수 섭외는 어땠을까? “사실 섭외를 많이 걱정했어요. 잘 아는 아티스트는 제가 직접 섭외했지만, 제가 잘 모르는 아티스트도 있잖아요. 그래서 추천을 받았어요. 그런 아티스트는 꼭 음악을 들어봤죠. 노래를 들을 때마다 행복했어요. 너무 좋았으니까.”

박학기는 섭외하면서 발라드가 진화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발라드가 나이 든 사람이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죠. 후배 가수들이 트렌디한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어요. 발라드는 진화하고 있었던 걸 깨달았죠.”

공연이 사흘 동안 열리는 이유 역시 이와 관련이 있었다. “사실 아티스트 섭외는 일정 조율 등 여러 이유로 쉽지 않아요. 제안한 아티스트의 50%만 섭외해도 대성공이라고 할 정도죠. 하지만 이번엔 섭외 대상 아티스트의 3배수가 오버 캐스팅됐어요. 모두 뛰어난 아티스트여서 줄이기 너무 힘들었어요. 애초 이틀 동안 페스티벌을 열 계획이었는데, 하루 더 늘어난 거죠.”

발라드페스티벌 무대는 강원 강촌 인근이다. 이곳에서 여는 이유는 무엇일까? “발라드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감성은 여행이잖아요. 경춘선을 타고 창밖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발라드 감성이 예열되기 시작하죠. 기차나 차를 타고 무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발라드 감성을 준비하는 거죠.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 강촌으로 결정했어요. 강촌은 많은 이를 설레게 하는 곳이잖아요.”

가수 박학기. 에이치케이엔터프로(HK Enterpro) 제공
가수 박학기. 에이치케이엔터프로(HK Enterpro) 제공
박학기는 공연도 좋지만, 리허설 역시 페스티벌을 즐기는 요소라고 했다. “스무명이 넘는 아티스트가 참여하잖아요. 그들이 기타를 맞추고 소리를 내보기도 하는 리허설 장면도 굉장한 볼거리라고 생각해요. 외국에 가서 공연을 보면 많은 관객이 공연 리허설을 즐겨요. 무대에 선 정형화된 아티스트 모습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의 민낯을 보는 재미죠.”

발라드의 재미 포인트는 어떤 게 있을까? 박학기는 “가사를 음미하는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제가 자주 부른 노래가 시인과 촌장의 ‘풍경’이에요. 이 노래 가사엔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있어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모든 이의 마음을 울리는 가사죠.”

그는 하나 더 예를 들었다. “김민기의 ‘친구’는 고등학교 때 서울에서 동해로 캠핑을 갔다가 익사한 아는 형의 친동생이 모티브가 됐어요. 김민기는 익사 사고를 전하기 위해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오는 도중에 느낀 심경을 바탕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세월호 참사 때 한 영상에서 이 노래가 나왔어요. 전율을 느꼈습니다. 김민기의 ‘친구’는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했어요. 가사의 힘은 이런 것이라고 봅니다. 이런 가사의 힘이 잘 드러나는 노래가 발라드죠.”

박학기는 발라드가 그의 삶에 끼친 영향을 얘기했다. “제가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몇몇 장면이 있어요. 어릴 적 첫눈이 펑펑 내리던 날에 리오 세이어의 ‘웬 아이 니드 유’를 들었어요. 왠지 모르겠지만, 그냥 눈물이 흘러내렸어요. 중학교 청소년적십자(RCY) 활동을 하면서 양수리로 수련회를 떠났는데, 노을이 질 때 폴 모리아 오케스트라의 ‘이사도라’를 들었어요. 가슴이 아려왔죠. 그런 추억은 제 평생의 감성을 지배하고 있어요. 제가 이런 음악을 하고 이런 성향이 된 데에는 그 추억이 어마어마한 나비효과가 됐다고 생각해요.”

박학기는 마지막으로 발라드페스티벌에 관해 얘기했다. “‘발라당 2022’에서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평생 기억에 남고, 그런 좋은 감정을 떠올릴 수 있는 감동적인 순간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게 여러분이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이기도 해요.”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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