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기획전에 처음 선보이는 조선 초 문신 권우의 <매헌선생문집>.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일제강점기 막대한 분량의 민족유산을 수집하며 지켜낸 간송 전형필(1906~1962)이 1938년 국내 최초의 사설 미술관으로 세운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보화각)에서 7년 만에 전시가 펼쳐진다.
미술관을 운영하는 간송미술문화재단은 16일부터 보화각 전시실에서 조선시대 옛 문집과 그림 명작 등을 선보이는 기획전 ‘보화수보(寶華修補)―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6월5일까지)를 시작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이 미술관에서는 지난 1971년부터 해마다 봄과 가을 두차례씩 컬렉션 명품들을 주제별로 추려 모은 기획전을 마련해왔으나, 2013년 신설된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그 이듬해부터 2019년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옮겨 기획전을 치르면서 전시의 명맥이 끊어진 바 있다.
18세기 천재 화가 단원 김홍도의 명작 <낭원투도>. 문화재청이 지원한 보존처리 작업을 마치고 전시에 선보이게 된다.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전시장 1층에서 문화재청 지원으로 보존처리를 마친 간송컬렉션의 비지정작품 8건 32점이 관객을 맞는다. 고려 충신 정몽주의 제자였던 권우(1363∼1419)의 <매헌선생문집>(梅軒先生文集)이 우선 주목된다. 권우의 사후(1452년) 간행된 유일 초간본으로 처음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이다. 조선 후기의 최고 수장가였던 석농 김광국(1727∼1797)이 수집한 그림 모음인 <해동명화집>(海東名畵集)도 출품돼 15세기 조선 화단을 대표하는 거장 안견의 <추림촌거>, 18세기 대가 심사정의 <삼일포> 같은 명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강직한 난초 그림의 대가였던 민영익의 <운미난첩>, 18세기 거장 김홍도가 완성한 <낭원투도>, 19세기 대가 장승업의 그림 <송하녹선>(松下鹿仙) 등도 나왔다.
2층 전시실에서는 유물 없이 미술관 주변 풍경을 담은 영상을 상영한다. 2019년 국가등록문화재가 된 근대건축물로 전시가 끝난 뒤 보수 정비 공사에 들어가는 보화각 건물을 기념하고 기억하는 의미를 담았다. 미술관 쪽은 “전시 제목의 ‘보화’는 보배로운 정화, ‘수보’는 낡은 것을 고치고 덜 갖춘 곳을 기우는 행위를 뜻하는 것”이라며 “귀중한 문화재가 수리와 보존을 통해 우리 곁에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목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관람은 무료지만, 미술관 누리집에서 미리 예약해야 한다.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 전시 설명회가 진행된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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