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형 작가. 지난 2016년 8월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개인소장품’전 전시장에서 카메라 앞에 선 모습이다.
몸과 기계 등을 화두로 독창적이고 도발적인 작품 언어를 내보여온 여성작가 정금형(42)·이미래(34)씨가 세계 최고 권위의 격년제 국제미술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올해 본 전시 초청작가로 뽑혔다.
올해 4~11월 ‘꿈의 우유’란 주제로 펼쳐질 59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미술전의 전시 총감독 세실리아 알레마니는 지난주 현지 기자회견을 열어 정씨와 이씨가 포함된 본전시 초청작가 213명 명단을 발표했다. 둘은 바라라 크루거, 낸 골딘, 레베카 혼 등 함께 선정된 서구의 여성 대가들과 함께 행사장인 자르디니 공원의 본전시관과 부근의 옛 조선소인 아르세날레 등에 전시 공간을 배정받아 신작들을 선보이게 된다.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크게 총감독이 여는 본전시와 각 나라에서 파견한 기획자와 작가들이 각각 따로 여는 국가관 전시로 나뉘는데, 본전시가 전체의 주제와 성격을 대표하는 핵심 행사이다.
이미래 작가. 지난 2016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미디어시티비엔날레에 출품했을 당시 인터뷰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이다.
정금형, 이미래 작가는 국내 미술계에서 작업 방식, 형식 등에서 독보적 개성을 지닌 스타일리스트로 꼽힌다. 춤꾼 출신인 정씨는 연극과 퍼포먼스, 전시장을 오가면서 인형, 의료용 인체모형, 헬스 기구 같은 몸과 연관된 기구와 기계 등을 활용해 몸의 언어를 성찰하고 확장하는 전방위 작업을 해왔다. 네덜란드와 한국을 오가며 작업 중인 이씨는 호스, 철사 등의 무기적 재료들로 꿈틀거리는 조형물을 만들어 물을 토해내거나 질척거리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폭력과 욕망, 감각의 형상화에 몰두해왔다.
이와 별개로 한국 단색조 추상회화의 대가로 꼽히는 박서보 작가는 비엔날레 기간 베네치아 시내의 퀘리니스탐팔리아 재단에서 20세기 초 미국의 일본계 조각거장인 이사무 노구치의 작품과 그의 작품이 어우러진 협업 전시를 베트남 작가 단보의 기획으로 펼칠 예정이라고 <아트뉴스>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올해 4~11월 열리는 59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미술전 포스터.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1년 미뤄 열리게 된 이번 비엔날레에서 총감독 알레마니는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초현실적 맥락에서 인간 몸의 변형과 변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본전시만 해도 그동안 100명 미만의 작가를 선정해온 관행을 벗어나 200명 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예술가들을 초청했고, 여성작가 비율 또한 80%를 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신체의 변형, 개인과 기술, 몸과 지구의 연결 등의 세 갈래 방향 아래 19세기 말부터 지금까지 성소수자와 여성작가들 중심의 미술사를 종횡으로 넘나들면서 작품, 아카이브 꾸러미가 들어찬 타임캡슐 공간들로 전시장을 채울 계획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