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갤러리의 ‘위로…’전에 나온 윤필현 작가의 2021년 작 <비둘기에게>.
눈으로 보는 시각예술은 마음 치유의 수단으로도 맞춤하다. 코로나19로 뒤범벅된 팬데믹 시대엔 쏠쏠한 구실을 한다. 인간을 둘러싼 현실과 일상, 자연 등을 역시 인간의 시선과 잣대로 모방하고 재해석해 표현하므로 교감의 폭이 크다. 새해 국내 화랑가에서는 치유와 위안을 화두로 내세운 엠제트(MZ) 세대 등 청년 작가들의 작업이 잇따라 나와 눈길을 붙잡는다.
서울 연남동 플레이스막1에 차린 김홍빈 작가의 전시 포스터.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와 금산윈도우갤러리,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위로: 비타민 챙겨 먹듯이’전(2월4일까지)은 비대면이 만성화한 일상 속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다기한 상상력으로 담은, 20대 후반~30대 초반 한국·중국 작가 5명의 그림 60여점을 모았다. 식물들이 피고 지는 과정을 담은 낯선 덩어리들(권혜승)과 현실을 벗어나 달나라를 유랑하는 공상 속 토끼(임정철), 격리와 규제에 대한 불안과 불편함을 담은 기괴한 인형들의 이미지(야오다니), 달·돌탑·나뭇가지 등 소망을 상징하는 이미지들(김다히) 등이 각기 독특한 개성을 발산하면서 전시장 곳곳에 펼쳐져 있다.
서울 연남동의 대안 전시공간 플레이스막1에서는 김홍빈 작가가 자신이 직접 만든 술병에 역시 직접 담근 인삼술을 담아 전시하고 파는 이색 퍼포먼스 전시를 12일부터 시작한다. ‘만수무강 비지니스: 약주방'이란 제목이 붙은 이 전시(30일까지)는 예술창작으로 변모시킨 담금주 작업을 통해 개인의 만수무강을 비는 예술의 기원 기능을 색다르게 해석하고 실천하려는 시도라고 할 만하다. 서울 성수동 챕터투야드에서 14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열리는 애나 한의 개인전 ‘창공 어딘가에서’는 팬데믹 상황이 작가에게 불러온 시각적 감각의 변화 양상을 담아낸 전시다. 삶의 궤적과 맞물리면서 어떤 방식의 색채 표현으로 나타났는지를 모호하면서 환상적인 파스텔 톤의 색면 그림들을 통해 드러낸다. 또 연남동 씨알콜렉티브에서 25일 개막하는 고사리 작가의 개인전 ‘드는봄’(2월26일까지)은 작가가 실제 농사를 지으면서 체감한 자연의 순환 구조를 담은 식물 등의 유기물과 생태적 조형물들을 통해 팬데믹 시대 소중해진 환경 감수성을 새롭게 성찰한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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