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기슭에 파르스름해진 제주섬 정경이 그림으로 스며들었다. 섬의 산과 바다, 도시, 나무, 숲의 상들이 화폭에 뭉개지듯 녹아흐르며 무수한 점과 선의 붓질자국으로 내려앉는다. 꿈결 같은 풍경 이면엔 치열한 손길과 눈길의 흔적들이 꾸물거리고 있다.
감성적인 동판화로 화랑가에 알려진 강승희 작가의 신작들은 밤과 낮의 경계 사이에 놓인 제주섬 시공간의 한 순간들을 깊고 신비로운 울림으로 보여준다. 최근 수년간 유화물감으로 그린 작업들은 소재가 된 풍경과 사물들의 경계를 허물고 판화처럼 단순하면서도 깊이감 있는 색조의 화면을 빚어냈다. 27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다.
윤영희 작 <서조-광화문 신화2>(2019).
민화 작가 윤영희씨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근작들을 내보이고 있다. 전통 민화를 인간 심연의 욕망과 기원을 풀어낸 산물로 보는 작가의 일념이 상상의 동물 이미지로 표현된 작품들이다. ‘사신도’로 표상되는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영감을 얻어 한강, 광화문 등의 현실 공간을 상서로운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한 서조도 연작들과 진파리 벽화 문양을 재해석한 복원그림 등이 나왔다. 20일 오후 6시까지 전시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