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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초고속 셔터로 난민 비극 연극무대처럼 빚어냈다

등록 2021-10-31 21:52수정 2021-10-31 23:02

볼만한 전시들
알렉스 마졸리의 근작. 지중해 섬 해변에 아기를 안은 난민이 물살을 헤치고 필사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주위가 암전된 화면으로 포착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제공
알렉스 마졸리의 근작. 지중해 섬 해변에 아기를 안은 난민이 물살을 헤치고 필사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을 주위가 암전된 화면으로 포착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제공
아기를 품에 안고 물살 속에서 텀벙거리는 남자는 결사적으로 몸부림치며 해변으로 다가온다. 불안과 긴장 가득한 표정으로 줄지어 서 있는 청년들과 의식 잃은 아이를 안고 울부짖는 다른 아이와 여인들의 모습도 스쳐 지나간다. 극적인 장면들을 담은 이 사진들은 한결같이 인물들 주위 배경이 시커멓게 암전되고, 생생한 표정이 주로 부각된다. 그렇다면 사진 속 사건들의 정체는 뭘까. 연극인가? 영화인가? 실제 상황인가?

지금 세계 사진계에서 주목받는 이탈리아 출신 다큐사진가 알렉스 마졸리(50)의 근작들은 연극의 한 장면이 펼쳐지는 무대와 다를 바 없다. 대구 성당동 대구문화예술회관 2층에 차린 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 `신념’에 나온 그의 작품들은 지중해 섬의 난민이나 아프리카·중국의 빈곤층 군상, 소외지대 같은 실제 사건의 현장, 일상 순간들을 극 중 장면들처럼 포착했다. 초고속 셔터와 광도가 매우 높은 플래시를 써서 노출이 거의 안 된 배경 부분은 어둡게, 플래시 빛을 받는 부분은 미묘한 감도로 밝게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우리는 모두 인생이란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연극인이라는 지론을 작가는 이런 교묘하고 극적인 카메라 기법으로 빚어낸 군상들의 표정과 몸짓으로 웅변한다. 이기명 기획자가 꾸린 이번 특별전에는 마졸리 외에도 미국 빈곤지대 풍경과 두바이에 몰려든 이주노동자들의 삶 등을 포착한 다큐사진 대가 파울로 펠레그린과 요나스 벤딕센의 근작 등 11개국 작가 18명의 작품들이 나왔다. 2일까지.

선박의 도면과 각종 기계 설비, 재래식 상가 건물의 이미지가 결합된 권민호 작가의 신작 <배>(2021). 갤러리 조은 제공
선박의 도면과 각종 기계 설비, 재래식 상가 건물의 이미지가 결합된 권민호 작가의 신작 <배>(2021). 갤러리 조은 제공
1960~80년대 한국 산업화 시기의 산물들을 작품 제재로 삼으며 독특한 역사주의적 작업들을 선보여온 권민호 작가가 서울 한남동 갤러리 조은에서 개인전 ‘만선’을 열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렸던 산업화 시기에 짓거나 만들어낸 공장, 선박, 자동차 등의 구조물, 기계 따위를 설계 도면을 떠올리게 하는 트레이싱지 드로잉으로 표현했다. 과거 압축성장 시대에 ‘어르신세대’가 주도했던 생산과 노동에 얽힌 기억과 잔재들을 낯선 맥락으로 끄집어내는 작품들이다. 2일까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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